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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과 도서관의 역할
작성자 : 운영자 작성일 : 17-04-25 | hit : 1307

최근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각계의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아직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명확한 그림이 그려지지는 않았지만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 빅데이터(Big Data)와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t, AI)의 본격적인 활용을 통해 제조업, 서비스업을 포함한 모든 산업 분야에 획기적인 변화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우리의 소비 생활은 물론 직무와 인력 양성에서도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소비자들은 이미 인터넷 기술을 통해 생활의 모든 면에서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더욱 효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사용하는 상당수의 물품은 고정적인 형태와 특성의 제약을 벗어나 데이터를 통해 인간의 필요에 더욱 능동적으로 대응하게 될 것이다. 서비스 측면에서도 빅데이터의 활용을 통해 더욱 개인화된 혜택을 누리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4차 산업혁명이 소득 불평등을 더욱 악화시키고 노동시장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높은 상황이다(World Economic Forum, 2016).

중요한 것은 이런 4차 산업혁명의 도래가 정말 올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빨리 실현되는가의 문제라는 것이다. 도서관도 4차 산업혁명에서 이용자와 지역사회에게 계속해서 필요한 기관으로 남기 위해서는 새로운 전략을 세우는 것이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려면 4차 산업혁명에서의 우리의 삶과 일상이 어떠한 모습으로 변하고, 직업과 사회구조가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지에 대한 논의가 폭넓게 이루어져야 하겠다. 이를 통해 도서관이 새로운 환경에 대해 재정비(realign)할 수 있는 전략 및 실행 방안이 도출될 것이다.

인공지능의 시대

4차 산업혁명의 주요 키워드는 지능(intelligence)이라고 할 수 있다. 지능이란 어떤 것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Oxford English Dictionary, 2017), 지식이나 스킬을 입수하고 적용하는 능력을 개념화한 것이다. 지능은 주로 개인에게 적용되어 왔는데 즉, 어떤 사람의 지능이 다른 사람의 지능에 비교해 높다고 인정된다는 식이다. 하지만 개인의 지능은 그 개인의 노화 및 죽음을 통해 소멸하고 만다. 물론 자녀를 통해 유전적으로 이러한 능력이 일부 전달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능이 대를 이어 축적되지는 않는다.

지능의 가장 기본적인 구성은 사실이나 데이터를 입수하고 이를 추론을 통해 처리하는 능력이다. 컴퓨터 기술의 발달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고등 지능을 컴퓨터에 적용함으로써 인간의 지능의 한계를 넘어서게 하고 있다. 2011년 2월 미국의 IBM사에서 개발한 왓슨(Watson)이라는 인공지능 기반 슈퍼컴퓨터는 ‘Jeopardy!‘라는 인기 퀴즈쇼에서 두 명의 인간 챔피언을 상대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New York Times, 2011.2.16.). 비교적 단순한 질의응답기 수준이었던 왓슨은 이제 의료영역에서 의사들을 능가하는 진단 및 처방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구글(Google)이 개발한 인공지능 알파고는 작년에 우리나라 프로바둑기사 이세돌 9단을 가볍게 이겨서 우리에게는 충격을 주었다. 이미 미국의 아마존(Amazon)이 개발한 알렉사(Alexa), 애플(Apple)의 시리(Siri), 한국의 KT가 개발한 기가지니(GiGA Genie), SK텔레콤의 누구(NUGU) 등을 통해 일반인도 대중화된 인공지능 서비스를 접하고 있다.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지만 앞으로 이러한 인공지능 서비스가 얼마나 빨리 진화할지 한편으로는 기대가 되고 또 한편으로는 두려운 생각이 있다. 인공지능의 구축이 어느 정도 효율적인 수준이 되면 그런 인공지능의 연결이 가지고 오는 파급효과는 엄청날 것이다.

도서관의 새로운 사명은 기억유산을 창조하고 후대에 전수되도록 지원하는 일

고도화된 지능이 더 광범위하게 구축되고 활용될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도서관은 개인과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까? 도서관도 좀 더 진화된 디지털 서비스를 개발해서 개별 이용자들에게 차별적으로 제공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 반대로 고도화된 인공지능과 디지털 혁명의 대척점에 있는 아날로그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사람들의 삶의 질이 제고되는 반면 개인의 정체성, 개인이 느끼는 삶의 의미는 오히려 많은 혼란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도서관이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날 수 있는 공간과 기회를 제공하고, 디지털 경험의 회오리 속에서 아날로그적 경험을 하는 장소로 만드는 전략이 전혀 엉뚱하다고 할 수 없다.

도서관은 전통적으로 지능이 아닌 기억을 상대했으며 지적 능력을 갖춘 인간이 책, 잡지, 영상물 등 자신의 지능을 표현하는 기록을 남기면 도서관은 이를 수집해서 사람들에게 제공해 왔다. 어떤 것이 구체적인 기록으로 남겨지면 이 기록은 지능이 아니라 기억이 된다. 따라서 도서관은 어떤 면에서 기억물을 수집하고 제공하는 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도서관이 다루는 대표적인 기억물이 책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은 ‘도서관=책’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한 번 더 생각해보면 도서관은 기억을 제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도서관과 지능의 관련성은 이용자들이 도서관이 보유한 기억물을 사용하게 되면 지능이 고양될 수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도서관은 전통적으로 기억물을 수집해서 체계적으로 제공해 왔지만, 이용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것은 다른 사람들의 기억이다. 웹은 이미 많은 사람이 정보의 사용자가 아닌 정보의 창조자로 만들었다. 이제 대다수의 사람은 SNS 등을 통해 이전보다 훨씬 자유롭고 폭넓게 소통을 하고 디지털 평면에서 자신들의 자취를 남기고 있다. 하지만 SNS 포스팅, 채팅, 사진 등의 디지털 기록들은 휘발성이 매우 강하고 또한, 분산되어 있어서 인쇄형태의 기록자료에 비해 관리와 보존이 더 어려워졌다. 이런 측면에서 도서관은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이미 정보의 창조자가 된 개인과 집단이 자신들의 기억을 정리하고 유산(legacy)으로 남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새로운 목표를 가질 필요가 있다.

이미 도서관계에서는 구체적으로 기억을 만드는 작업을 해왔다. 우리가 익히 아는 미국 의회도서관(Library of Congress, LC)의 ‘American Memory’ 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문서, 음성 및 동영상 자료들을 선별해서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게 하는 의미 있는 사업이다. 싱가포르의 ‘Singapore Memory Project(SMP)’는 ‘American Memory’와는 달리 개인과 단체가 직접 기억 자료를 만들고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SMP는 ‘Memory Corps’라는 자원봉사자들을 통해 자신들의 기억을 만드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도우며, 또 SMP를 홍보하는 도서관, 박물관, 학계 및 다양한 조직들이 협력한 좋은 사례이다.

도서관은 아니지만, 미국에서는 2003년에 StoryCoprs라는 조직이 발족되어 많은 사람이 지나다니는 곳에 storybooth라는 공간과 자원봉사자들을 배치해 일반인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도서관이 ‘자서전 쓰기’ 프로그램을 통해 개인이 기억을 남길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도서관의 새로운 미션을 ‘최적의 정보, 전문가 및 공간의 활용을 통해 개인과 공동체가 기억유산을 학습, 창조, 보존 및 공유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고 촉진하는 것’으로 정한다면 이는 향후 도서관의 역할에 새로운 전기가 될 수 있다. 도서관에서 기억이 만들어질 수 있는 공간 제공을 시작으로 기억자료의 체계적인 관리 및 보존을 돕는 다양한 기술적 지원, 기억자료의 생성, 관리 및 보존을 위한 교육 및 자료 개발 등의 다양한 차원의 서비스가 개발, 제공될 수 있다. 개인 뿐만 아니라 지역의 다양한 공동체가 기억유산을 만들고, 큐레이션, 보존하는 것을 돕는 것도 물론 권장될 사항이다. 도서관이 책이라는 타인의 기억유산뿐만 아니라 이용자 개인과 이용자들이 속한 공동체의 기억유산을 남기고 또 사용할 수 있는 기관이 된다면 이는 도서관의 공공적인 사명을 더욱 확장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빅데이터의 홍수 속에서 개인과 공동체에 보다 의미 있는 데이터가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공유될 수 있도록 촉진함으로써 도서관의 전문성 제고는 물론 사회적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게 된다. 4차 산업혁명이 개인과 우리 사회에 미치는 구체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 두고 볼 일이다. “범은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있는데, 우리 도서관도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개인과 공동체가 자신에게 의미 있는 기억 유산 만들고 남길 수 있게 도와주고 지금까지 해오던 미션을 더욱 확장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고도로 디지털화된 환경에서 이용자를 보다 의미 있는 주체로 만들고 또 도서관의 공공적인 사명을 실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

글_ 심원식(성균관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

편집_ 지선, 최연수

참고문헌
- American Memory. Retrieved from https://memory.loc.gov

- John Markoff. (2011. 2. 16.) Computer wins on ‘Jeopardy!’: Trivial, It‘s not. New York Times.

- Oxford English Dictionary. Retrieved from http://www.oed.com/

- Singapore Memory Project (SMP). Retrieved from http://www.singaporememory.sg

- StoryCorps. Retrieved from https://storycorps.org

- World Economic Forum. (2016. 1. 14.). The Fourth Industral Revolution: what it means, how to respond. Retrieved from https://www.weforum.org/agenda/2016/01/the-fourth-industrial-revolution-what-it-means-and-how-to-respond/

ⓒ [국립중앙도서관 웹진] 2017.04.24. VOL 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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