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실시한 ‘2015년도 국민 독서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독서율은 OECD 평균에 가깝지만, 연령별로 분석해 보면 매우 다른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독서율이 급감하는 것이다. 특히 1~24세의 독서율은 87.4%으로 높으나 연령이 높아질수록 서서히 낮아지다가 45세 이상 부터 급격하게 낮아져 55세 이상의 비독자 비율은 50% 가까이 높아진다. 매일 읽거나, 일주일에 몇번 읽거나, 한 달에 한두 번 읽는 비율도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감소한다. 독서를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47.5%가 ‘시간 또는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라고 답했다.
그러다면 정말 시간이 없어서일까? 어른, 아이, 노인할 것 없이 대다수가 스마트폰에 빠져 있는 지하철의 풍경과 평소 여가생활의 대부분이 TV 시청이라는 사람들의 답변을 접하면 이 대답에 의구심마저 생긴다. 현대는 검색이 사색을 대신하는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의 미래학자 니컬러스 카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 ‘그것이 우리의 집중력을 분산시키고, 망각에 익숙하게 만든다’고 했다. 그러므로 광범위한 지식과 정보를 효율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하는 시간과 함께 비효율적인 사색과 기억의 시간도 필요한데 인간으로서 포기할 수 없는 그 사색과 기억의 시간이 독서라고 강조하고 있다.
세계의 모든 국가들도 변화하는 지식정보사회에서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읽어내고 그것을 새롭게 편집해서 표현하는 능력은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힘이라 보고 국민의 개인적, 사회적, 국가적 발전과 통합을 위해 독서에 관심을 기울이고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추세다.
우리나라도 이런 세계적 추세에 발맞춰 2006년 ‘독서문화진흥법’을 제정하고, 2008년 ‘독서문화진흥기본 시행계획’을 수립해 중앙과 지자체간 매년 연간 시행계획을 추진하고 피드백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국민의 독서문화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사업과 운동을 실천하고 있다.
그렇다면 옛 선현들은 독서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허균은 '사는 게 바빠 책 읽을 여가가 없다고 투덜거리지 마라. 낮에 바쁘면 밤중에 읽고, 갠 날 바쁘면 흐린 날 읽고, 여름에 바쁘면 겨울에 읽으면 된다’고 말했다.
독서는 이처럼 고금을 막론하고 강조되어온 사항이다. 그러던 것이 새로운 21세기를 맞이해 더욱 강조되는 것은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상이 창의성이 높고 상상력이 풍부하며 고도의 사고력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정부에서도 세계화 정보화 세대를 주도할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한국인을 육성하는 방법으로 독서를 택하게 된 것이라 본다. 세계 인구의 0.2%에 불과한 유대인이 노벨상 수상자의 20%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도 책을 많이 읽었기 때문이고, ‘해리포터’ 시리즈만으로 300조가 넘는 부가가치를 창출한 것도 창의력과 상상력이 전제됐기 때문이라고 밝혀진 바와 같이 이제 우리도 미래의 성장 동력으로 독서에 중점을 둬야 할 시점이다. ‘그 나라의 과거를 알려면 박물관을 가고, 현재를 알려면 시장을 가고, 미래를 알려면 도서관을 가라’는 말처럼 우리의 미래는 독서 안에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이 가을 책 읽는 재미 속으로 빠져들기를 권해본다.
- 이인기 대전시 문화예술과장 ⓒ 충청투데이 2016. 0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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