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택(경기)=문형철 기자】 '2016 병영독서활성화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국방부와 협업으로 인문학 전공 대학교수, 중견 작가, 독서지도 전문가 등 총 200명의 독서코칭 강사를 육해공군 및 해병대, 국방부 직할부대에 파견해 군복무 중인 장병은 물론 군대에 자녀를 보낸 부모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독서코칭뿐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이 함께 진행되는데, 독서에 대한 장병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북콘서트도 그중 하나로 올해 40회가 진행된다.
■공군작전사령부 찾은 '독(讀)한 북콘서트'
병영독서활성화 지원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사랑의책나누기운동본부는 지난달 27일 경기 평택 공군작전사령부(이하 공작사) 강당에서 '문화가 있는 날 연계 독(讀)한 북콘서트'를 개최했다.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은 문화융성위원회와 문체부가 정한 '문화가 있는 날'로, 병영에서도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마련된다.
공작사 관계자는 "현재 사랑의책나누기운동본부의 지원으로 병사 대상 독서코칭과 군 간부 인문독서 특강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오늘 행사는 이와 별개로 장병들의 문화활동을 격려하는 동시에 사기를 진작하는 차원에서 사랑의책나누기운동본부와 함께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바이올린과 첼로의 현악 연주, 걸그룹 포켓걸스의 공연, 장병 장기자랑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이 실시됐다. 자칫 정적이고 딱딱할 수 있는 북콘서트가 장병들의 참여와 주도로 활기가 넘쳤다.
이날 명사 특강의 강연자로 나선 동국대 문화창작학부 석좌교수인 문정희 시인은 "'어린왕자'를 쓴 생텍쥐페리는 작가이자 비행사였다. 다른 일을 하면서도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서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거기에 아름다운 오아시스가 숨어있기 때문"이라며 군 장병들의 독서를 통한 자기계발을 강조했다.
홍재기 공작사 부사령관도 인사말을 통해 "군 생활 동안 책이 멘토 역할을 톡톡히 한 것 같다"면서 "처음 시작이 어렵지만 북콘서트나 독서코칭 등을 통해 책에 점점 재미를 붙여가다보면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콘서트의 피날레는 장병들로부터 폭발적 반응을 이끌어낸 걸그룹 포켓걸스의 무대였다. 군대를 찾는 걸그룹들도 장병들의 호응에 큰 에너지를 얻어가곤 한다고 말하는데 이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날 북콘서트를 준비한 사랑의책나누기운동본부 민승현 본부장은 "도전, 헌신, 전문성, 팀워크라는 공군의 4개 핵심가치에 부합되도록 독서코칭 및 맞춤형 인문독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면서 "오늘의 북콘서트는 좀 더 편안하게 문화를 즐기며 책을 향유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밝혔다.
■독서코칭으로 병영문화가 바뀐다
공작사는 10회에 걸쳐 진행되는 독서코칭과 7회에 걸쳐 진행되는 수준 높은 군 간부 인문독서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해 책 읽는 부대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훈공보실장인 김택 중령은 "공작사 차원의 오산기지 독후감대회, 책 돌려보기 운동 그리고 책과 문화가 있는 병영을 위한 문화지원 프로그램 등을 꾸준히 실시해 왔다"고 전했다.
공작사 화생방 지원대 최한솔 상병은 "부대의 적극적인 독서 장려로 입대 전보다 오히려 더 많은 책을 읽고 있는 것 같다"면서 "북콘서트 등을 통해 접하게 되는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과 명사 특강이 장병들의 인성과 감성을 일깨워줘 병영 생활에 윤활유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상병은 "요즘 병사들은 군 복무 자체만이 스트레스 요인은 아니다. 제대 후 취업과 복학 등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다. 이런 고민에 대한 답을 책을 통해 얻는다"며 "부대 내에 설치된 병영도서관에는 다양한 자기계발서와 인문학 서적이 많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화생방 지원대 이상민 하사는 "간부들도 여가활동에 변화가 나타났다"며 "업무 외 시간에 자연스레 책을 읽게 된다. 책을 통해 부하들과 소통할 소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하사는 "내가 읽은 책의 글귀를 부하들에게 알려주고, 부하들이 읽은 책의 내용을 경청하다보면 서로 자연스럽게 유대감이 형성된다"며 "일반 병사와 간부라는 계층을 넘어 전우라는 끈끈함을 책을 통해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독서코칭에 대해 한 군사전문가는 "군인과 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중요한 관계"라면서 "미국 남북전쟁 당시 자원봉사단체와 종교단체들은 전장의 공포에 빠져 있는 군인들에게 헌책과 찬송가 등을 보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정부는 책을 장병 필수 휴대품으로 지정하기도 했다"고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전문가는 "독서는 전투의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라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은 '비독일적'이라는 이유로 책과 문헌을 불사른 반면 미국 정부와 출판계는 전시 도서보급계획을 통해 미군들의 사기와 정신력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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