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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에 마라톤에.. 스트레스 피하려다 '행동 중독'된 현대인들
작성자 : 운영자 작성일 : 16-06-24 | hit : 1073

A씨(26)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초콜릿을 먹곤 했다. 최근 취직을 하면서 스트레스가 심해졌고, 초콜릿을 찾는 횟수도 많아졌다. 단 것을 먹고 나면 순간 기분이 좋아졌다. 수시로 찾다보니 어느덧 하루에 초콜릿 바를 10개 넘게 먹는 수준이 됐다. 끊어보려고 했지만 두통 때문에 견디기 힘들었다.

50대 사업가 B씨는 마라톤에 빠져있다. 지난해에는 마라톤 풀코스보다 더 긴 100㎞, 200㎞를 뛰는 울트라마라톤에 매달 참가했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불안했다. 건강을 챙기려고 시작한 마라톤 때문에 회사 업무는 뒷전으로 밀렸다. 회사 경영이 어려워지고서야 B씨는 ‘중독’을 의심하고 병원을 찾았다. B씨는 올해 초 몇 달간 치료를 받았다. 운동습관을 바꾸기 위한 행동관리와 스트레스 관리를 받은 뒤 운동시간을 줄였다. 다만 아예 끊지는 못했다.

일상생활의 행동이 ‘심각한 습관’이 되고, 심리적 의존이 심해져 중독으로 발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바로 ‘행동 중독’이다.

현대 사회에서 ‘스트레스 줄이기’는 생존의 문제다. 운동, 맛있는 음식 먹기, 쇼핑 등으로 스트레스를 배출하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스스로 조절할 수 없다면 중독에 빠진 것이다.

중독 부르는 사회

습관적으로 하는 사소한 행동이 중독으로 발전하는 이면에는 감당하기 힘든 속도로 변하는 사회가 자리 잡고 있다. 한국중독심리학회 신성만 부회장은 22일 “현대사회는 속도경쟁사회인데 매체나 상품 등이 더 자극적이고 감각적으로 변해 적응해야 할 대상이 많아지니 스트레스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 부회장은 “초콜릿, 콜라, 운동 등에도 중독될 수 있다”며 “최근 중독 분야에서 행동 중독이 가장 주목받고 있는데 특히 ‘음식 중독’이 조명받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예일대학교 연구팀은 ‘음식중독’에 대한 연구를 통해 스스로 중독여부를 파악해볼 수 있는 ‘예일 음식중독문진표(YFAS·Yale Food Addiction Scale)’를 발표하기도 했다.

행동 중독이라느 물질이나 행동에 심리·신체적으로 의존해 스스로 조절이 어려워진 상태다. 어떤 행동을 했을 때 기준이 좋아지는 걸 ‘정적강화’, 그 행동으로 불편한 기분이 사라지는 걸 ‘부적강화’라고 하는데,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생겨나면 중독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초콜릿을 먹고 기분이 좋아지지만(정적강화) 단걸 먹었다는 불편한 마음도 동시에 든다. 이 불편함은 또 다시 초콜릿을 먹으면서 풀리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부적강화가 일어난다. 이게 반복되면 중독으로 볼 수 있다.

금단증상과 내성도

행동 중독에도 금단증상과 내성이 있다. A씨처럼 초콜릿을 줄이고 두통에 시달리거나, B씨처럼 운동을 그만뒀을 때 불안증세가 나타나면 금단증상을 겪는 것이다. 처음에 초콜릿 하나만 먹어도 괜찮아지던 것이 10개를 먹어야 같은 효용을 얻을 수 있게 되면 음식 중독에 내성이 생긴 것이다.

습관을 중독으로 연결시키는 방아쇠는 스트레스다. 시간이 지나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정상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현대 사회에선 끊임없이 스트레스를 받다보니 호르몬 수치가 늘 올라가 있는 상태가 된다. ‘음식중독’의 저자인 비만전문의 박용우 박사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초콜릿, 설탕인데 스트레스 때문에 지속적으로 초콜릿 등을 찾다보면 음식중독에 빠지기 쉬운 상태가 된다”며 “스트레스 받을 때마다 음식을 통해 만족감을 얻으면 일종의 조건반사처럼 그 쾌감을 다시 얻기 위해 반복적으로 음식 찾게 된다”고 말했다.

행동 중독을 방치하면 일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진심정신건강의학과 최삼욱 원장은 “행동 중독도 질병으로 인식하고 정확한 진단과 평가를 받아야 한다”며 “스스로 조절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음식 중독, 운동 중독 같은 용어 사용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행동 중독은 아직 정식 병명이나 진단명이 아니다. 중독심리학회 학술이사를 맡고 있는 경북대 심리학과 장문선 교수는 “중독이란 표현이 굉장히 파급력이 있어서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한다”며 “중독이 아닌 심리적 의존일 수도 있는 만큼 심장반응 등 진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임주언 기자 국민일보 2016.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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