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독서지도연구회의 새소식, 자유게시판입니다. 게시판 이용 시 상업적, 욕설 등은 바로 삭제될 수 있습니다.
자유 게시판
강남 최고급 아파트 같은 단지 주민끼리 싸운다는데...
작성자 : 운영자
작성일 : 16-06-05 | hit : 968
일조권 논란에서 시작
재건축 중 인근 학교서 "햇빛 막는다" 42억 소송
1단지는 보상금 냈지만 2단지는 떨어져 있어 안 내
3만원짜리 강좌 놓고 다툼 대치동 특유의 현상?
매달 사교육비 수백만원
돈 펑펑 쓸 여유 없어 쿠폰 챙기고 할인행사 북적
"외국처럼 아파트에서도 수영장이나 테니스장을 맘껏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비싼 돈 내고 입주했는데, 이게 뭐죠?" "억울하면 너희도 보상금 내세요."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서울 대치동 R아파트 입주민들끼리 댓글로 주고받은 말이다. 요즘 강남 대치동에서도 가장 좋은 아파트로 소문난 R아파트 주민들이 커뮤니티 센터 이용을 두고 옥신각신하고 있다. R아파트는 1981년 준공된 C아파트를 S물산이 재건축해 분양했다. 작년 9월 분양을 시작했는데, 현재 전용면적 84㎡(약 25평) 아파트 매매가격이 14억~15억원 정도다. 같은 평형 분양가는 11억원 정도였다.
이런 고가(高價) 아파트 주민들이 요즘 단지 내 실내 수영장과 테니스장, 월 3만~5만원 수강료를 내면 되는 각종 스포츠 강좌를 두고 옥신각신하고 있다.
시작은 일조권 분쟁이었다. 이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과정에서 2013년 6월 인근 D고등학교, D중학교, D공고 등이 "일조권을 침해했다"며 아파트 재건축 조합에 소송을 냈다. 이 학교들의 주장은 이렇다. "R아파트가 최고 35층짜리 빌딩이다 보니, 이 건물이 완공되면 인근 학교는 일조권을 확보하기 어렵게 된다. 학교는 일반 주택과 달리 공공재일 뿐 아니라 성장기 학생들이 이용하기 때문에 일조권 확보를 못하면 피해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몇 개월 공방 끝에 이 학교들과 가까이에 있는 1단지 주민들은 결국 그해 9월 보상금 42억5000만원을 내기로 합의하고 재건축을 진행했다.
2단지 주민들은 반면 이들 학교와 조금 멀리 떨어져 있어 해당사항이 없다는 이유로 보상금을 나눠 내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재건축이 끝나고 아파트 분양이 시작된 작년 9월, 1단지 주민들은 2단지 주민들에게 "1단지 커뮤니티 센터를 쓸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1단지 커뮤니티 센터는 2단지보다 넓고 시설이 다양하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실내 수영장, 테니스장 등이 있다. 3만원짜리 아쿠아로빅 강좌와 수영 강좌, 4만원짜리 발레 수업이나 줄넘기 수업 같은 각종 생활체육 강좌도 2단지 커뮤니티 센터보다 많은 편이다. 2단지 주민들은 "부당하다"고 항변했지만, 1단지 주민들은 "억울하면 지금이라도 보상금을 나눠 내라"고 맞서고 있다.
2단지에 사는 이모(34)씨는 "이 아파트 커뮤니티 센터가 정말 잘돼있다는 얘기를 듣고 무리를 해서 입주했는데, 2단지에 산다는 이유로 제대로 이용할 수 없다는 얘기를 듣고 몹시 황당했다"고 했다. 그는 "아파트 안에서 몇 만원만 내면 배울 수 있는 아쿠아로빅이나 K팝 댄스 수업을 정작 이 아파트에 사는 초등학생 딸이 수강할 수 없는 것도 어이가 없다"고도 했다. 반면 1단지에 사는 황모(52)씨는 "같이 보상금을 나눠 내지도 않고 좋은 시설을 같이 쓰자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면서 "정 그렇게 실내 수영장에 가고 싶으면 돈 내고 다른 공용 수영장에 가면 될 것 아니냐"고 했다.
이 아파트 인근 상가에서 일하는 부동산 중개업자들과 자영업자들은 이 일을 두고 "대치동 특유의 현상"이라고 말했다. A공인중개사 대표는 "10억원 넘는 아파트에 들어온 사람들이 3만~4만원짜리 생활체육 강좌 때문에 분통 터뜨리는 게 이상해 보일지 모르지만 대치동에선 일상적인 일"이라고 했다. "대치동 사람들이라고 돈 펑펑 쓰지 않거든요. 여기가 아이들 사교육비만 한 달 몇 백만원씩 드는 곳 아닙니까. 다른 데 돈 쓸 여유가 별로 없어요. 인근 상가를 봐도 화려하고 으리으리한 물건 파는 곳이 없는 걸요. 반찬 가게, 옷 수선집, 야채 가게가 전부예요. 태권도 학원, 미술 학원은 1만원이라도 더 싼 곳 없는지 찾고 뒤지는 게 이곳 사람들이라고요."
이 아파트 근처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는 김모(55)씨 역시 이렇게 말했다. "이곳 사람들이 얼마나 쿠폰을 열심히 모으는지 아세요(웃음)? 이런 아파트에 들어오려면 얼마나 무리를 했겠어요. 그래서인지 다들 엄청 아껴요. 최근엔 한 빵집이 개업 행사로 무항생제 계란이랑 천일염을 선착순으로 나눠줬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동이 났다더라고요. 근처 빵집, 야채집에서 할인 판매하면 새벽부터 줄 서는 게 이 동네 사람들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