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겨울방학이다. 어린 학생들에게 방학은 마음껏 놀 수 있는(?) 시간이면서, 그만큼 평소 학습 습관이 흐트러지기 쉬운 때다. 초등 저학년일 수록 부모님의 공부하라는 소리도 '쇠 귀에 경 읽기'다. 이럴 땐 무조건 공부하라고 다그치기 보다는 평소 읽고 싶었던 책들을 마음껏 읽도록 지도하는 게 효과적인 겨울방학 나기의 방법이다. 빠듯한 학교 생활과 학원 공부에 지친 아이들에게 책은 '배움터'이면서 훌륭한 '쉼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올 겨울방학 동안 초등학생들이 학년별로 읽어 두면 좋은 책과 연령별 특성에 맞는 독서 지도방법을 한우리 독서토론논술의 도움말로 소개한다.
◇초등 1-2학년
초등 1-2학년의 발달 특성은 기초적 읽기가 가능하고, 30분 분량의 글 한 편을 끝까지 읽어낼 수 있다. 상상력과 호기심이 최고조에 달하는 연령대여서 주변의 현실적인 대상에 흥미를 갖는다.
시간과 순서에 대한 개념이 생기고, 의사소통 기술이 현저히 발달한다. 규칙을 배워 나가는 동시에 경쟁심을 갖는 때다.
이 나이 때 아이들에게는 단편동화나 환상동화, 생활동화가 제격이다. '내 맘도 모르면서(이나모토 쇼지/책 읽는 곰)', '마법의 열쇠(안느 디디에/주니어김영사)', '세상을 지키는 다섯 괴물(김향수/스푼북)', '명화로 만나는 고운 얼굴 미운 얼굴(호박별/시공주니어)', '수학을 사랑한 아이(데보라 하일리그먼/봄나무)' 등이 읽을 만 하다. 초등 1-2학년을 위한 독서지도법은 의성어와 의태어를 활용한 스피드 퀴즈나 끝말 잇기, 스무고개 등의 언어놀이가 좋다. 언어 사용의 즐거움을 알려주면서 어휘력을 키울 수 있다. 책을 많이 읽어 줘서 철자의 소리와 문자를 연결할 수 있는 기회를 꾸준히 제공하는 것도 좋다. 책을 다 읽은 뒤에는 줄거리를 묻고, 책의 소재나 내용을 활용해 짧은 글짓기를 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초등 3-4학년
초등 3학년이 되면 언어 발달이 보다 정교해지기 시작하고, 구체적인 어휘와 추상적이 어휘의 구분이 가능하다. 책에 대한 기호의 편차가 뚜렷해서 독서 수준에 개인차가 나타나는 시기다. 자기 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객관적인 사고를 하기 시작하고, 자신의 경험에 대한 평가 능력을 갖는 때다. 이 나이 때는 모험 이야기나 학교 생활과 우정을 다룬 동화, 역사 속 인물이야기가 좋다. 추천도서로는 '콩닥콩닥 짝 바꾸는 날(강정연/시공주니어)', '그리스 로마 신화(박선희/아이즐)', '부엌새 아저씨(이상배/처음주니어)', '우리집 쓰레기통 좀 말려줘(태미라/스콜라)', '수돗물이 뚝!(신정민/파란자전거)' 등이 있다.
초등 3-4학년들은 가급적 도서 선택의 주도권을 주되 편독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만화를 적절하게 허용하면서도 비판적으로 읽게 하는 것도 올바른 독서지도법이다. 독후 활동 결과를 모아서 포트폴리오를 함께 만들거나 독서 토론을 시작해 친구들과 서로 다른 견해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초등 5-6학년
이 무렵의 학생들은 지적 호기심이 많고, 문제 해결을 위해 논리적인 사고가 가능하다. 사춘기가 시작되는 시기로 신체적·심리적으로 큰 변화와 불안을 느끼는 연령이기도 하다. 또 삶에 대한 목표와 가치관이 서서히 정립되고, 역사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본격적으로 갖기 시작하는 때다. 때문에 독서지도법도 신문이나 잡지 등 읽을 거리를 많이 제공하고, 음악, 미술, 영화 등 예술 작품과 문화 매체를 적극 활용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또 장기적이고 계획적인 독서로드맵을 설계하고, 역사책과 전기물 읽기에 도전해 볼 필요가 있다.
장르별로는 탐정·추리소설이나 우정·협동심·사회적 정의 등을 다룬 성장 소설, 진로 탐색에 도움이 되는 인물 이야기 등이 좋다.
'세계의 보건 대통령 이종욱(박현숙/샘터)', '내가 훔치고 싶은 것(이종선/푸른책들)', '엘린 가족의 특별한 시작(구드룬 파우제/시공주니어)', '감꽃이 별처럼 쏟아지던 날(우현옥/개암나무)', '쉿! 귀신도 모르는 인체의 비밀(조현진, 현기훈/휴이넘)' 등의 책이 있다.
◇7세 이하의 유아
엄마들의 조바심을 탓하기에는 요즘 유아들의 지적 수준(?)이 매우 높다. 한글은 물론 각종 언어 관련 교구·교자재가 훌륭해 아이들의 언어와 문자 습득도 빨라졌다. 7세 이하 유아라면 겨울방학과 무관하게 발달 특성에 맞는 책을 읽혀 주는 것도 좋다. 이 무렵의 아이들은 궁금증과 호기심이 가득해 질문이 끊이지 않는다. 자기중심적으로 사고하고, 무생물에도 생각과 감정이 있다고 느낀다. 옛날 이야기나 선악이 뚜렷한 이야기를 즐기며 선(善)의 승리를 좋아한다. 전래동화나 그림책, 옛 이야기 수준의 책을 낱말 카드나 스티커, 교구 등을 활용한 놀이로 지도하는 독서법이 효과적이다. 책을 읽고 나면 그림으로 표현하도록 하고, 운율이 느껴지는 동시나 동화로 흥미를 유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토끼와 호랑이(이현진/사계절)', '요술항아리(이수아/비룡소)', '앤서니 브라운의 마술연필(앤서니 브라운/웅진주니어)', '악어가 쿵, 작은 새가 포르르(이은경/대교북스주니어)' 등이 있다.
권성하 기자 ⓒ 대전일보사, 2015.12.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