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보석처럼 빛나는 아이들을 보면 하나같이 '독서력(讀書力)'이 뒷받침되어 있다. 매사에 똑 부러지고, 어린 나이지만 말 하나 하나 논리적이고 나무랄 데가 없다. 아이를 잘 키우는 불변의 진리는 누가 뭐라해도 책 읽기다. 폭 넓은 독서는 인생의 훌륭한 스승을 만나는 것과 같다.
어휘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초등시절, 지식과 사고가 확장되는 청소년기의 독서는 매우 중요하다. 책을 제대로 읽으면 사고력이 깊어지고 어휘력이 높아진다. 새로운 어휘를 통한 지속적인 자극은 논리와 상상을 키워 통찰력과 문제해결력을 기른다. 책은 이야기 구성력과 사고의 확장, 배경지식을 통한 통합사고력을 키우는 최고의 교재다. 요즘 트랜드인 서술형 문제 역시 행간의 의미를 파악해야 하는데 독해 능력이 없으면 풀 수가 없다. 창의력과 문제해결력은 독서 만이 정답이다.
때문에 교육현장의 교사들과 전문가들의 '독서예찬론'은 적극적이고 단호하다. 전국 초등학교에 '고전 읽기' 돌풍을 일으켰던 학교 선생님이면서 독서 전문가인 송재환 교사는 "공부는 책 읽기가 전부"라고 잘라 말했다. 송 교사는 "책을 읽으면 공부에 필요한 모든 요소들이 굴비 엮듯 따라오기 때문에 공부는 독서로 통한다"고 강조했다. 공부는 '책 읽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바빠서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요즘 아이들에게 차라리 학원을 한 곳을 줄이더라도 책 한 권 더 사서 읽히라고 제안한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서 가시가 돋는다(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던 안중근 의사의 유묵(遺墨)이 아니더라도 대한민국의 학생들에게 책 읽기란 대입 레이스를 위한 기초체력을 키우는 일이다. 학생들이 책을 읽어야 공부를 해낼 수 있는 교육환경은 현재 중학교 1학년이 고교에 입학하는 2018학년도부터 강화된다. 모든 선택과목에 대해 한 학기, 한 권의 통합적인 독서활동을 제시하고 수업시간에 읽는 독서활동이 이뤄진다. 새 교육과정이 적용되면 독서(원전 읽기)를 통한 배경지식 확대 및 생각의 깊이 확장 능력이 요구되며, 과정중심 교과수행을 위한 글쓰기 역량이 중시 될 전망된다.
교육 트랜드에 민감한 엄마들 사이에서 고전읽기, 독서 디베이트, 글쓰기, 논술 등 책 읽기를 기반으로 한 학원 사교육이 인기를 끄는 것도 당연하다. 독서이력에 대한 관심도 크게 높아졌다. 방법론을 익히는 입시논술이 아닌 책 읽기와 글쓰기를 고집하며 정독, 지속독, 다양독, 잠재독, 흥미독 등 폭 넓은 독서를 통해 생각하는 습관, 논리적 토론, 창의적 사고의 확장을 꾀할 수 있고 특목고나 명문대 진학에도 전공 적합성이나 지원목적을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는 것 또한 독서활동이력이기 때문이다.
과연 책을 어떻게 읽어야, 혹은 읽혀야 효율적일까? 이런 질문은 학부모나 학생이라면 누구나 입에 달고 산다.
초등학교부터 중학교까지 맞춤형 책 읽기와 독서이력을 관리하는 리딩엠 대전둔산센터의 주정봉 원장은 한 권의 책이라도 자신의 가치관을 대입하고, 글 쓰기로 소화해 내는 전략적 책 읽기를 강조했다. 주 대표는 "전략적 책 읽기는 학생의 수준과 학사일정, 교과과정, 독서이력, 장래희망 등이 고려된 책 읽기"라며 "체계적인 독서를 통해 배경지식이 쌓이면 능동적인 학교 수업 참여와 문학과 비문학을 넘나드는 종합적인 사고력과 분석력을 키울 수 있고, 읽은 책은 반드시 글 쓰기로 연결시키는 것이 올바른 책 읽기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결국, 학업을 잘 수행하기 위한 기초체력으로서의 책 읽기에서 한단계 더 나아가려면 학생이나 학부모가 추구하는 학문적인 관심사와 그에 따른 노력을 독서활동을 통해 실현해야 하는 셈이다.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할 목표를 정하고, 책 읽기와 연결시키려면 어떤 책을 읽었는지 보다는 어떤 내용을 얼마나 깊이 이해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독서이력은 책에 대한 학생의 관심과 몰입의 정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 권을 읽더라도 '자기화'하려는 노력이 보여야 하고, 자신만의 논리와 주장을 펼 수 있도록 독서를 통한 사고력의 깊이를 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교육부가 제시하는 한국 교육의 새 판은 융합교육이다. 도덕과 영어, 과학과 사회, 수학과 미술 등 서로 다른 과목들을 융합해 교육한다는 취지다. 일선 학교의 자유학기제에서도 강조하는 대목이다. 최근 자주 거론되는 STEAM(Science·Technology·Engineering·Art·Mathematics)도 같은 맥락이다. STEAM은 수학, 과학 융합을 위한 미국식 교육 방식인 'STEM'을 근간으로 한 용어다. 때문에 새로운 한국 교육의 지향점에 가장 효과적으로 부응할 수 있는 방법은 '독서'라는 게 교육 관계자들의 이구동성이다.
융합 독서법은 문·이과의 벽을 허무는 교과과정을 반영해 △대주제 선택 △배경지식 확장 △다양한 분야의 책 읽기 △토론·글쓰기 등의 독후활동 등 총 4단계로 진행되며 자기주도적 독서가 주요 골자다. 이 과정에서 듣기와 읽기, 말하기, 쓰기, 생각하기의 훈련이 자연스럽게 이뤄져 독해력과 표현력, 사고력이 유기적으로 형성된다.
융합교육은 과목별 학습이 아닌 '핵심 주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영역과 과목에서 포괄적으로 접근하는 형태여서 교과목을 아울러 이해하는 통합적인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통합교과 및 스토리텔링 수업방식, 논술 및 학생부종합전형 대비, 서술형 평가에 대비한 배경지식 습득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꾸준히 독서활동을 다져야 가능하기 때문에 책 읽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모든 학습의 시작이다.
정은주 소장(한우리 독서토론논술연구소)은 "책을 읽고도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잘못된 독서방식에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독서 후 토의·토론 활동, 글쓰기 등의 다양한 독후 활동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자신의 진로·적성과 관련하여 계획적으로 진행한 독후활동 기록은 독서이력철 관리에도 도움을 주어 상급학교로 진학할 때 좋은 평가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초등시절부터 독서에 흥미를 키워주는 창의적인 독후활동을 통해 즐거운 책 읽기 경험을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전일보사 김훈탁 기자 2015-1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