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BS 다큐프라임 [공부 못하는 아이] 중에서
공부 때문에 상처받는 아이들
공부로 인해 상처받는 아이들이 공부를 못하는 성적 하위권 아이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한민국 대부분의 아이는 스스로를 공부 못하는 아이라 여기며 상처받고 있다. 2013년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초•중•고등학생 68,188명이 학업을 중단했으며 고교생 29.5%가 성적 부진으로 자퇴를 감행한다. 정신건강의학과 김현수 교수는 “성적이 낮은 학생이 학교라는 구조에서 공부 잘하는 아이들을 돋보이게 하는 엑스트라나 무의미한 존재라는 느낌을 받게 되면 학교에서 시키는 공부가 나한테 아무 필요가 없다고 여기게 되어 공부 중심의 학교 구조에 대해 반항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초등학생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은 ‘공부’ 하면 엄마의 잔소리, 지옥, 성적표가 가장 먼저 생각난다고 답했으며 6학년 학생들은 학원, 숙제, 두려움, 수능 등을 떠올리며 수능을 보기까지 6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공부 상처가 깊어져 우울감이 지속되면 중증 우울증, 해리성 장애, 정신분열증으로 확대될 수 있으며 불안감은 공황장애, 대인기피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공부 탓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4개국 청소년 건강 실태 국제비교조사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2010)
아이의 성적과 미래가 불안한 엄마
공부 전쟁에서 상처를 받는 건 아이들만이 아니다. 내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더 잘하길 바라는 마음, 부모 세대가 경험했던 명문대 사대주의를 아이도 똑같이 누리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약 7천 명의 학부모를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자녀의 직업 선택에 앞서 보수와 사회적 인지도를 가장 먼저 고려한다는 부모가 72.7%, 아이의 이상 실현이나 즐거움, 적성을 중시하는 학부모는 20.3%에 그쳤다. 공부로 아이를 압박하는 엄마, 엄마를 회피하고 싶은 아이들의 불신과 거짓말의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아이 방에 설치하는 3백만원짜리 독서실도 판매되는 것이 현실이다. 연세대학교 언론홍보영상학과 김주환 교수는 “많은 부모가 사랑한다는 명목으로 아이의 공부를 방해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부모가 집념을 갖고 우리 아이 성적을 올리겠다고 하면 그것이 곧 아이 공부를 방해하는 것이라고. 공부를 생각하는 순간, 치가 떨리도록 공부가 싫고 시험을 생각하면 엄마의 화난 얼굴, 슬픈 얼굴이 먼저 떠오르는 아이들은 결코 공부를 잘할 수 없다.

자살을 계획한 적 있는 청소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2010)
아이가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하라
어느 병이든 낫게 하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한 법이다. 많은 부모가 공부는 감정과 상관없이 머리만 좋으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아이큐가 아니라 긍정적 정서다. 긍정적 정서는 확장적 사고를 가능하게 하고 부정적 감정은 뇌의 사고력을 좁힌다. 긍정적 정서를 유발하면 순간적으로 문제 풀이 능력이 올라가며 마음 상태에 따라 같은 문제가 쉬워지기도 하고 어려워지기도 한다. 한 초등학교에서 실력이 동등한 아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A그룹에게는 일주일 동안 자신을 화나게 한 일을 작성하게 했고 B그룹에게는 일주일 동안 행복했던 일을 작성하게 한 뒤 같은 수학 문제를 풀게 하는 실험을 했다. 행복한 일을 떠올린 B그룹의 평균 점수는 불행한 일을 떠올린 A그룹보다 5.1점 높았으며 마음과 이성은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자율적으로 공부하면 의무를 갖고 공부하는 것보다 학습 효과가 뛰어난 것도 확인됐다. A그룹에게는 제한시간 동안 80문제를 풀게 했고 B그룹에게는 풀고 싶은 만큼만 풀도록 한 결과 B그룹 학생들은 자기가 정한 문제보다 많은 양을 풀었으며 집중도도 뛰어났다. 10문제를 풀겠다던 아이도, 20문제를 풀겠다는 아이도 1명을 제외하고는 강제없이 결과적으로는 모두 80문제를 풀었으며 A그룹 보다 평균이 5점 정도 높았다.
엄마에게 필요한 것은, ‘사심 없는 믿음’
공부가 주는 상처는 엄마에게도 적지 않은 데미지를 준다. 중학생 때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진단을 받고 고등학교 시절 전 과목 F를 받아 고등학교를 중퇴한 토드 로즈는 자신을 사랑하고 보호해준 부모님 덕에 하버드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가 되었다. 토드 로즈의 부모님은 아이가 말썽을 부리며 학교를 다니는 동안에도 아이가 어떻게 하면 자신을 사랑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아이 자체만 바라봤다. 아이를 방에 가둬도 보고 소리 지르고 화내고 물건도 뺏어봤지만 부정적인 행동으로 아이를 바꿀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문제아로 낙인찍힌 뒤부터 학교에서 선생님, 친구들에게 상처받고 돌아오는 아이에게 집이 어느 곳보다 안전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가족이 있는 곳이라는 것을 느끼게 했다. 뒤늦게 공부해 하버드대학교를 졸업하고 교수로 재직 중인 토드 로즈는 부모의 기대를 아이가 해야 하는 일처럼 강요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사심 없이 믿어주는 마음이 중요한 것이다. 입시 컨설턴트 조남호 대표는 학원 정보를 수집하고 입시설명회에 가는 시간에 어떻게 하면 내가 내 아이를 사심 없이 믿을까 고민해보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최소한 엄마만큼은 아이 스스로의 삶을 응원해야 하지 않을까? 아이는 자신을 ‘사심 없이’ 믿어주는 엄마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more tips 아이의 마음을 키우는 일곱 가지 대화 기술
① 아이와 눈을 맞추고 아이의 말을 끝까지 들어 서로의 신뢰감을 높인다.
② 나-메시지로 이야기한다. ‘너는~’으로 시작하는 대화는 비난이 되기 쉽다.
③ 아이의 기분에 대한 공감을 자주 표시한다. 부모가 자신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있음을 알려줄 수 있다.
④ 부정적인 신체 언어를 쓰지 않는다.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숨을 쉬거나 얼굴을 찡그리면 아이는 대화의 내용과 상관없이 부정적인 생각이나 결론에 빠지게 된다.
⑤ 명령과 금지 대화를 삼가고 세밀한 정보 공유의 대화를 한다.
⑥ 설교나 비난, 장황한 설명은 자제한다. 아이가 따분해한다면 대화를 이어봤자 얻을 것이 없다.
⑦ 부모의 의견을 미리 제시하지 말고 스스로 결론을 내릴 수 있게 한다. 아이와의 대화에서 두 번 이겼다면 한 번은 반드시 져준다. 그래야 아이는 대화에서 희망을 확인한다.
참고도서 [공부 못하는 아이는 없다] (박민근 지음)
ⓒ 우먼센스 2015년 3월호 기획 이윤정 기자, 사진 홍상돈, 이승수, 김연지, 성나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