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전설 1, 2|그림 형제 지음|임한순·윤순식·홍진호 옮김|서울대출판문화원|1권 440쪽, 3만6000원|2권 374쪽, 3만4000원 ‘그림 동화’에 대해서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종종 오해를 하는 분들도 적지 않다. 두 가지 경우다. 하나는 실제로 그림이 그려진 동화로 오해하는 경우다. 또 하나는 ‘동화’라고 해서 어린 아이들이 맑고 밝은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는 이야기쯤으로 착각하는 경우다. 오해를 풀자. 먼저, ‘그림 동화’에서 ‘그림(Grimm)’이라고 하는 것은 독일 사람의 성(姓)이다. 야콥과 빌헬름이라는 이름을 가진 두 형제의 성인 것이다. 연년생인 그림 형제는 평생 학문적인 동지였다. 서로 돕고 의지하며 조국에 엄청난 업적을 남겼다. 그 다음, ‘그림 동화’의 원제목은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동화’이다. 내용도 어른을 위한 민담이지 어린이를 위한 동화가 아니었다. 그림 형제가 어린이에게 적합한 내용으로 고치고 순화시켜 편찬했던 것이다. 원래 내용은 생각보다 훨씬 무시무시한 것들이 많았다. 그림 동화에는 귀에 익은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신데렐라, 헨젤과 그레텔, 브레멘 음악대, 라푼첼 등이다. 이런 ‘그림 동화’를 모르고 자란 사람이 있을까?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같은 그림 형제가 또다른 책을 출간했다는 사실을 아는 독자들은 더더욱 없을 것이다. 독일 최고의 고전이자 무한한 상상력의 보물창고인 ‘독일 전설’ 말이다. 이번에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완역돼 나왔다. 원전과 같이 두 권으로 출간된 이 책은 독일 문화를 이해하는 토대 자료로서 대단히 중요한 저술로 인정받고 있다. 그림 형제는 1807년부터 동화와 함께 방대한 목록의 독일 전설을 수집해, 1816년 제1권 ‘지역 전설’에 이어, 1818년 제2권 ‘역사 전설’을 나눠 출간했다. 그래서 각 권 머리말도 따로따로 썼다. 제1권 ‘지역 전설’은 알자스에서 슈바벤과 스위스를 거쳐 프랑켄, 헤센, 튀링겐에 이르는 독일어권 거의 전체를 포괄한다. 제2권 ‘역사 전설’은 게르만 민족이 이동하는 5세기부터 16세기 종교개혁에 이르기까지의 광범위한 시대를 망라한다. 이 시기에 여러 갈래로 나뉘는 민족의 이야기들이 등장하는데, 1권과 달리 연대기적 순서로 배열됐다. 우리는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 포터’에 대해 잘 안다. 이런 서구 환상문학의 모티프가 된 신비롭고 환상적인 이야기가 바로 ‘독일 전설’이다. 그림 형제는 독일어권 각지의 구전되거나 기록된 자료를 집대성하는 과정에서 편찬자의 개입과 윤문을 최대한 배제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독일 민중의 정서와 세계관 및 가치관을 민중의 언어로 충실히 기록했다는 데 특별한 의미와 가치가 있다. 특이한 것은, 그림 형제 중 형인 야콥은 ‘독일 전설’의 주 독자층을 ‘역사 연구가’로 한정했다는 점이다. 그만큼 전설의 학술적 가치를 중시했다는 뜻이다. 이런 원전 편찬의 취지를 반영해, 역자들은 원전의 내용과 체재를 그대로 따랐다. 문장이 다소 거칠더라도 원문에 최대한 가까운 번역을 했다는 뜻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독일 민족의 가치관과 관습, 나아가 모든 민족에 공통된 사고방식을 근원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국내에는 ‘독일 전설’의 발췌 번역본이 한두 종 나와 있었다. 전체 585개 이야기 중 1/5인 100여 개 정도만 발췌해 부분 번역한 것이다. 또한 어린이용으로 발췌 개작한 재미 위주의 번역본이 나와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원전 1, 2권에 수록된 전설 전체를 국내 최초로 완역했다는 점에 작지 않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반 독자뿐만 아니라 독일문학 외 비교민속학 등 관련 학계에서도 유용한 기초 문헌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공동 번역자로 참여한 데 대해 각별한 애정과 보람을 느낀다. ◆그림 형제 형 야콥은 1785년, 동생 빌헬름은 1786년 헤센 선제후 국가의 하나우에서 법관의 아들(장·차남)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하나우에서 슈타이나우로 이사해 그곳에서 지냈지만, 아버지의 사망으로 카셀로 이주해 그곳에서 중고등학교를 마쳤다. 이후 카셀에서 가까운 마르부르크 대학에서 법학자 프리드리히 카를 폰 사비니 교수의 지도 아래 법학을 공부했다. 둘은 대학 공부를 마친 후에는 도서관 사서와 행정부 관리 일을 했다. 형 야콥은 헤센 선제후 아래에서 헤센 사절단 서기관으로 일하기도 했다. 1829년 이후 괴텡겐 대학으로 초빙됐지만, 1837년 하노버 왕의 헌법 위반 및 폐지를 규탄하면서 이른바 ‘괴팅겐 7교수 사건’에 연루돼 추방됐다. 1840년 베를린대로 초빙되고, 1841년 베를린 왕립학술원 회원으로 초빙돼 명예를 회복했다. 형제는 평생 서로 학문적 동지로 의지하며 광대한 업적을 남겼다.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동화’ 외에 ‘독일 전설’ ‘독일 영웅 전설’ ‘독일 법전 고문서’ ‘독일 신화’ ‘독일어 문법’ ‘독일어의 역사’등을 펴냈다. 1859년 동생 빌헬름이 먼저 사망하고, 1863년 형 야콥이 사망했다.
ⓒ 전병근 기자 조선일보 2015.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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