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점점 발전하면서 인류의 삶의 질을 개선하였지만 우리는 아날로그가 주었던 즐거움을 잊지 못한다. 오히려 기술이 고도화 될수록 아날로그가 더 빛을 발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컴퓨터의 등장으로 글씨를 예쁘게 써야할 필요성이 사라졌다. 글씨를 예쁘게 쓰는 사람대신 타자를 빨리 치는 사람을 선호하게 되었을까? 아니다. 글을 잘 쓰는 본질을 볼 수 있는 사람을 원하게 되었다. 전자책이 등장하고 종이책이 사라졌을까? 종이를 한장한장 넘기며 독서를 하는 즐거움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시각장애우의 경우 비단 '볼 수 있는 것'만이 아닌 다른 것도 누리지 못할 때가 있다. 정보통신기술은 특히 시각장애자들에게 보고 읽을 수 없어서 존재하였던 문자의 벽을 넘게 하였다. 읽을 필요 없이 들을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도 한장한장 종이를 넘기며 독서하길 원한다. 우리는 단지 그들에게 편할 것이라는 이유로 배려하지 못한다. 디자이너 'Philipp meyer'씨는 시각 장애우를 위한 '점자 만화책'을 최초로 고안하였다.
지금껏 21세기 넘도록 그 누구도 점자 만화책을 만든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시각 장애우는 그림을 볼 수 없고 점자는 일정한 크기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Philipp meyer'씨는 글자를 통해서 그림의 느낌과 스토리 전달하는데 주력하였고 많은 시행착오 속에서 끝내 목표를 이룰 수 있었다.
Michael은 프로토타입 점자 만화책을 읽었는데 그는 그것이 책이 아닌 점자 만화책으로 받아들였다. 시각 장애우가 만화책을 읽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은 오류였던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지닌 것들을 당연하게 여긴다. 보고 듣고 걷는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선천적이거나 후천적인 이유로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당연하게 여기지 않은 마음이었기에 Philipp meyer씨는 '점자 만화책'을 고안할 수 있었다.
유독 장애자들을 위한 제반 시설이나 배려가 부족한 우리나라. 이제 우리도 선진국 못지않게 장애자들을 배려하는 문화가 하루 빨리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글 : 이효림 비전(Bizion)기자 2013.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