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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프로이트 가문을 성공적으로 만들었을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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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운영자 | 작성일 : 11-09-04 | hit : 178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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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를 이어 탁월성 발휘…유전자? 혹은 또 다른 무엇? |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손자인 루시안 프로이트(88세)가 지난 20일 세상을 떠났다. 영향력 있는 매체인 영국 BBC News는 즉시 그의 부고 기사를 보도하면서, 탁월한 인재들로 넘쳐나는 프로이트 가문의 '성공'을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루시안 프로이트는 20세기 최고의 사실주의 화가로 평가받는, 영국 내에서도 매우 존경받는 예술가였다. 과연, 이들 가문의 성공은 '유전적 특질'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또 다른 무엇이 작용한 것일까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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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손자인 루시안 프로이트. 프로이트 가문은 케네디가나 부시가와 달리, 정치, 언론,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인재를 배출했다. Lucian Freud, Self portrait, 56.2×51.2cm, 1985. Private collection. |
정신분석의 창시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손자가 20세기 최고의 사실주의 화가였다는 것, 생존시 그의 작품 하나가 살아 있는 화가로는 가장 비싼 가격인 350억원에 팔려나갔다는 것, 그리고 그가 며칠 전까지 우리와 동시대를 살았다는 것은, 미술에 눈이 밝지 않다면 눈치채지 못했을 내용이다.
지난 7월 20일 늦은 밤 8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루시안 프로이드(Lucian Freud, 1922.12.8~2011.7.20)가 그 주인공이다. 영국의 유명 박물관인 테이트 갤러리의 니콜라스 세로타 관장은 그를 가리켜 "20세기 화가들 가운데 그 어느 누구도 루시안 프로이트만큼 인간의 살을 독특하게 다룬 화가는 없다"라고 평가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프로이트 가문의 사람들이 계속해서 다양한 직업군에서 탁월성을 발휘했다는 사실이다. 영국의 BBC는 루시안 프로이트 부고를 내면서, 무엇이 그의 가문을 성공적으로 만들었는지 조명했다. 한 사람이 아니라, 대를 이어 '성공'의 족적을 남겼다면 거기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게 마련.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들이 말하는 '성공'은 무엇을 의미할까.
학문과 사상 ·정치·언론·예술 분야에서 영향력
가문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은 가장 위대한 사상가 가운데 한 사람이자, 가문의 간판 얼굴인 '지그문트' 프로이트다. 잘 알려진 대로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그는 무의식을 이해하는 완전히 새로운 접근법을 고안해냈으며, 근대 세계의 가장 저명한 사상가로 평가받고 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1939년 사망한 이후, 그의 자손들도 오늘날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가문의 이름을 드높여 왔다. 정계에서는 지그문트의 증손자인 데이비드 프로이트(지금은 로드 프로이트)가 영국 고용연금부 차관으로 있다. 데이비드 프로이트와 6촌간인 매튜 프로이트는 미디어 황제 머독의 딸 엘리자베스 머독과 결혼, 미디어 분야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루시안 프로이트의 예술적 유산은 그의 딸 벨라와 에스더 프로이트에게 이어졌다. 이들은 모두 뛰어난 패션 디자이너, 소설가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가문의 또 다른 걸출한 멤버로는, 작고한 클레멘트가 있다. 지그문트의 손자이자 루시안의 동생이었던 그는 요리 전문가, 유머러스트, 칼럼니스트, 방송인, 자유민주당 국회의원이라는 다채로운 경력을 갖고 있었다.
물론, 평범한 가문이 공유할만한 성취를 남긴 가문은 프로이트 집안만은 아니다. BBC는 프로이트 가문이 미국의 케네디 가나 부시 가와 구별되는 것은 이들의 업적이 아주 광범위한 영역에서 이뤄졌다는 점에 있다고 강조했다.
BBC는 '프로이트 박물관'의 부관장인 이반 워드의 말을 인용한다. 워드는 프로이트 가문의 '독특함'을 독자적인 생각에 대한 믿음과 아이디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설명한다. 특히 그는 전쟁 상황 속에서 형성된 지그문트의 삶을 바라보는 '대립감'을 중요하게 이해한다.
유대인이었던 지그문트는 오스트리아에 살았지만, 오스트리아가 1938년 독일에 의해 병합된 뒤 나치의 지배를 받게 되자 아내와 어린 딸을 데리고 어쩔 수 없이 비엔나의 집을 떠나 런던으로 달아나야했다. 뒤에 남아 있던 네 명의 누이들은 나중에 강제수용소에서 죽었다. 적대적인 위치에서 삶을 살아가야 했던 이 '대림감'이 지그문트의 독자적인 사상에 영감을 줬다는 것이다. 비엔나를 떠나는 엄청난 사건과 누이들이 죽어갔던 홀로코스트가 지그문트에게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반 워드는 이러한 외적 사건과 함께 지그문트의 성장 과정에서의 어떤 경험들을 중요한 요인으로 파악한다. "지그문트는 장남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그를 '황금의 아이(golden child)'라고 부르곤 했다. 지그문트는 남들이 좋아하는 사람이 되는 것의 의미를 의식했으며, 이 유대 가문의 장남은 세상이 인정할만한 업적들을 내놓게끔 자신을 몰아부쳤다." 그렇지만 이반 워드는 "그것이 어떻게 자손들에게 전해졌는지를 말하기란 매우 어렵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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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ca en la cama, Oil on canvas, 45.7×30.5cm, 1952. Private collection× |
'유전자'보단 '환경'이 결정적 요인
그문트는 생각하는 능력과 창의성을 장려했으며, 관대했던 것으로 보인다. "아버지 프로이트가 어린 자녀들과 함께 있는 장면을 상상해봐라. 프로이트는 자신의 이론을 확립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모든 시간을 연구하고 분투하는 데 사용했다. 그가 자녀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으리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아마도 그는 그렇게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반 워드는 "그러나 프로이트가 자녀들과 함께 있었다면, 그는 다른 사람이라면 아이들과 관련해서 생각하지 못했을 복잡함과 진지함으로 자녀들을 대했으리라는 느낌을 갖게 된다"라고 말한다.
지그문트의 어록 가운데는 이런 것이 있다. "만일 어떤 사람이 그의 어머니의 확실한 사랑을 받고 있다면, 그는 일생동안 의기양양한 감정을 보유하게 될 것이다. 그 감정이란 좋은 결과(성공)에 대한 확신이며, 이것은 때때로 실제로 성공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그렇다면, 유전적 특질이 한 가문의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일까. 런던대 소아유전학과 마르쿠스 펨브레이 교수는 유전적 특질이 지능과 같은 요소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유전적 차이들은 유전자들을 환경에 고도로 반응하게 만들지만 이것이 좋은 것인지는 그들이 처하게 되는 '환경'에 달려 있다"라고 지적한다. "만일 지능 점수가 낮게 나오는 환경을 유전자가 받아들인다면, 유전자는 아무 것도 이룰 게 없을 것이다. 유전자는 좋게도 나쁘게도 작용한다."
펨브레이 교수는 프로이트 가문 사람들이 아마도 그들을 둘러싼 환경에 매우 잘 반응하는 유전자들을 갖고 있어서, 그들의 가문이 두드러진 업적들을 이룬 사람들과, 유년 시절에 잘 계발돼 성취를 손에 쥔 어린이들로 넘쳐났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격려 많이 해줘야 능력 발휘 극대화
컬리지에서 쌍둥이 연구팀을 이끌고 있는 유전역학과 팀 스펙터 교수는 유전자들은 성공에 이르는 역할을 하지만 보통 같은 직업군에서는 그렇지 못하다고 주장한다. "일란성 쌍둥이들은 같은 분야에서 좀처럼 성공하지 못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성공과 관련, 기본적인 최소한의 IQ가 필요하다. 그러나 대개는 역할 모델이나 교사 또는 가족과 같은 환경이 더 필요하다.""또한 어렸을 때부터 열심히 하고자 하는 의지와 동기부여가 요청된다. 이러한 특성들은 부분적으로는 유전적인 것이긴 하지만 훈련을 통해 개선될 수 있다."
가족관계 임상의사인 줄리아 암스트롱에 따르면, 부모나 친구 그리고 학교교육이 영향력을 미치는 일곱 살까지의 시기가 중요하다. "그 시점에 누군가가 빛날 수 있게 허용된다면, 삶이 많은 기회들을 제공하리라고 자연스럽게 기대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우리가 되고 싶어하는 존재가 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으며, 우리의 본성은 격려받는 것에 좌우된다. 그래서 만일 한 아이가 갖고 있는 재능이나 그가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것들은 창조적인 자아로 스며들기 쉽다." 그녀는 성공적인 집안의 아이가 두 가지 방향 가운데 하나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아이들은 자신의 재능이 무엇인지 발견하게 되면 보다 더 출중해질 수 있다. 그러나 압박을 느껴 다른 방향으로 가서 기대했던 바대로 살지 않을 수도 있다.
정리 최익현 기자 bukhak@daenam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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