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력이 부족한 아이들은 밝고 경쾌한 책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19세> <유진과 유진> 이 쉽게 읽히며 아이들에게 호응이 좋았던 책입니다.”
역곡중학교 서진석 교사의 조언이다. 그는 3년간 사비로 학급문고 300여 권을 마련해 아이들에게 읽히고 있는데, ‘문화게릴라로서의 국어교사를 꿈꾸며’라는 자신의 블로그에 2008년 1인당 32권의 독서량을 보인 학급문고 운영 결과를 올렸다. 중3 학생 39명이 1년간 1천245권을 읽었다는데, 학생들이 직접 추천한 성장소설과 간단한 추천평들에서 아이들의 다양한 생각들이 묻어났다. <리버 보이>를 읽고는 ‘인간과 자연의 어울림, 인간의 한계와 감정을 마법처럼 그려놓은 책, 뭔가 서정적인 느낌을 갖고 싶을 때 강추(혜은), 죽음을 소재로 만들어낸 감동(상훈)’등의 의견이 있었고, <모모>에는 ‘말을 들어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삭막한 사회에서 이웃간의 정을 느낄 수 있는 훈훈한 책이다(진희) / 시간에 대한 이야기인데 스릴과 감동을 느꼈다(치현)’라고 피력했다.
이밖에 ‘<미안해 스이카> : 이 책을 읽으며 중학교 2학년 내 또래 아이들의 숨겨진 잔인함에 놀랐다. 스이카의 죽음을 통해 죽음을 선택함으로써 도망치는 것은 옳지 못하고, 나를 믿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들과 함께 상처를 나누고 견뎌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벼랑> :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자신만의 삶을 택한 당당하고 용기 있는 은조의 모습에 박수를 쳐주고 싶었지만 한편으로는 남들과 다른 삶을 선택한 은조의 앞날에 어떤 고난이 기다리고 있을까 하는 생각에 과연 어떤 삶이 옳은 삶인지 혼란스럽기도 했다.’ 등이 아이들의 육성이 담긴 서평. 서 교사는 고등학생에게도 독서 지도를 해본 결과 <데미안>이나 <수레바퀴 아래서> 등의 고전은 무겁고 진지하기 때문에 독서력 있는 학생들에게 권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세계 명작 등 고전에만 익숙한 기성세대는 요즘의 성장소설이 너무 현실적이고 구체적이어서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 아이들의 생활과 경험에 가까운 얘기들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가출이나 본드 흡입 같은 얘기가 책 속에 나온다 해도 그것은 전체 이야기 속의 지엽적인 부분이지, 작가가 그 자체를 말하기 위해서 쓰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가 이런 지엽적인 것에 더 흥미를 느낄까 우려된다면 책을 읽고 난 후 아이와 대화를 나누며 생각을 정리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엄마와 갈등이 심한 여학생에게는 수지·알리야 모르겐스턴이 지은 <딸들이 자라서 엄마가 된다>는 작품을 권유하고, 부모에게 불만이 많은 아이라면 이금이 작가가 쓴 <너도 하늘말나리야>, 내 방식대로 살겠다는 아이에겐 진 C. 조지의 <나의 산에서> 등이 일선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국어 교사들이 추천하는 책이다(중학생 기준).
이밖에 여성의 성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남학생이라면 김별아의 <내 마음의 포르노그라피>와 이순원의 <19세>를 권해주고, 모범생이 아닌 이른바 ‘뒷자리’의 아이들에게는 교육출판기획실에서 엮은 <아픔을 먹고 자라는 나무>를, 환경이 어려운 아이에게는 김한수의 <봄비 내리는 날>, 이성 교제를 하는 아이들에게 성교육을 위한 책으로는 벌리 도허티의 <이름 없는 너에게>를 추천한다(고등학생 기준).
성장은 물리적인 시간이 흐른다고 저절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고, 신체가 자라는 것과 비례해서 함께 커지는 것도 아니다. 소설 속 인물과 함께 좌절하고 더러는 패배하기도 하지만, 결국 자기만의 정체성을 가지고 구심점을 찾아 나갈 때 아이들의 영혼은 한 뼘 더 성장하는 것이 아닐까. - 미즈내일 2010년 10월 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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