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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를 위한 성장소설 - 소설이 아이들을 위로하다
작성자 : 운영자 작성일 : 10-11-14 | hit : 4222























어른이 되기 위한 성장통을 앓는 사춘기 아이를 위한 영양제가 필요할 때, 그들만의 고민을 담은 성장소설을 안겨주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자생력을 키워주는 것은 어떨까.

최근에는 성장소설이라는 이름으로 청소년의 정서에 맞는 책들이 다양하게 출간되어 직접 다가가지 않고도 우회적으로 아이의 고민과 혼돈에 대해 충고가 가능하다.



어른과 아이의 중간 지점, 한 인간으로서 자아가 형성되며 고민도 많고 갈등도 많은 10대. 정신적으로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사춘기는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아이의 10년 후가 달라지기도 한다. 그러나 성장기 청소년이 겪는 문제들에 대해 학교나 부모가 해줄 수 있는 역할은 너무나 한정적이다. 아이들은 기성세대의 관심이나 조언을 훈계라는 선입관으로 받아들여 벽을 쌓아버릴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때 아이의 책상 위에 조용히 소설 한 권 놓아두는 건 어떨까.


“성장소설은 청소년이 어른이 되기까지 겪는 시련과 고통, 정신적인 위기를 이겨나가는 과정을 다룬 소설을 칭합니다. 청소년들은 성장소설을 통해 나만의 고민인 줄 알았는데 청소년기를 지나는 모든 사람들이 똑같거나 비슷한 고민을 한다는 것을 깨닫고 위로를 받기도 하고, 자신과 같은 상황에 있는 주인공을 통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힘과 방향을 찾는다는 점에서 추천할 만합니다.”


소설가 박경희씨는 성장소설 <분홍 벽돌집>을 출간하기 위해 여러 해 청소년들의 고민과 아픔을 취재해 그 애정이 남다르다. 성장소설은 대부분 청소년의 삶을 기반으로 공부, 친구, 가족, 연애, 정체성, 진로 등을 그리기 때문에 책을 좋아하지 않는 청소년들에게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또 성장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대부분 미숙하다. 그런 주인공이 갈등을 겪으며 성숙해지는 과정을 거치는 동안 독자는 주인공의 관점에서 함께 동화되며 성장을 경험한다. 주인공과 독자가 정서적으로 하나가 되는 것이다. 이렇듯 자기 내면의 깊숙한 그 무엇을 직접 건드려주는 소설을 읽으면서 삶에 대한 의지와 용기를 갖는 것이다.


“무엇보다 성장소설이 갖는 가치는 아이들의 고단한 마음을 함께 나누고 위로하며, 자신의 현실과 미래에 대해 구체적으로 돌아보고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책 한 권이 아이의 인생을 바꾸는 자극제가 될 수도 있고, 앞날을 비춰주는 등대가 되기도 하는 것이죠.”


한국독서지도연구회 김현애 회장의 설명이다. 외국의 성장소설은 오랜 전통을 자랑하지만, 우리는 최근에야 성장소설에 대한 관심이 일고 있다. 종전의 성장소설은 한국전쟁 전후의 극도로 어려운 경제 상황을 배경으로 해 현실적으로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다양한 주제와 소재로 아이들이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작품들이 많이 출간되었다. 인터넷과 영상미디어에만 친숙하던 아이들도 쉽게 몰입할 수 있는 책들이 많아진 것이다.






아이의 성향과 상황을 고려한 책 선정

























“완득이가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그가 나에게 인생은 아무리 힘들어도 살아볼 만한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세상에는 괴롭고 고통스러운 사람들이 많지만 그래도 열심히 나아가다 보면 달라지는 것이 있다고, 힘내라고, 파이팅을 외치는 것 같았다.”


발간 첫해에만 20만 부가 넘는 판매 기록을 세운 소설 <완득이>에 대한 네티즌 리뷰 중 한 구절이다. 빈곤층의 편부모 가정이라는 어려운 환경에서 사는 주인공이 주변의 도움과 배려로 자아와 정체성을 찾아가는 소설 <완득이>는 가볍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읽는 내내 기분이 좋고, 읽고 나면 따뜻해지는 책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청소년 소설도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다는 저력을 보여준 작품. 포털 사이트에 6개월가량 연재되면서 네티즌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황석영의 자전적 성장소설 <개밥바라기별>도 출간되어 2008년 인터넷 서점에서 올해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는 성과를 올렸다. 이밖에 제2회 창비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한 <위저드 베이커리>는 소재와 구성에서 실험적인 소설로 평가 받으며 열린 결말 대신 두 가지 경우의 수를 상정하고, 각각의 선택에 따라 소년의 인생이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방식으로 인생에서 ‘선택’의 문제를 이야기한다.


미스터리와 호러, SF의 요소가 적절히 섞여 성인들도 흥미 있게 읽을 수 있는 이 작품을 통해 작가는 ‘현실의 어둠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한다. 그런 한편 견딘다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 스스로 선택한 것에는 대가를 치러야 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것 또한 전달하고 싶었다고.


예전에 비해 성장소설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책들은 많아졌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어떤 책을 읽혀야 하는지 선택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부모가 먼저 책을 읽고 내용을 파악한 뒤 자녀에게 권하는 것. 그러나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관련 서평을 참고하거나 신뢰할 만한 독서 단체에서 제공하는 추천 목록 중에서 선택하는 것이 좋다. 외국 작품은 우리와 문화가 많이 다르고 다루는 내용도 자극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 국내에도 한 여중생이 성장소설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를 읽고 자극을 받아 자살했다며 유가족이 소송을 제기한 사례가 있으므로 아이의 성향이나 상황에 맞는지 고려해야 한다.







































소설 속 인물과 좌절하고 패배하며 성장














“독서력이 부족한 아이들은 밝고 경쾌한 책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19세> <유진과 유진> 이 쉽게 읽히며 아이들에게 호응이 좋았던 책입니다.”


역곡중학교 서진석 교사의 조언이다. 그는 3년간 사비로 학급문고 300여 권을 마련해 아이들에게 읽히고 있는데, ‘문화게릴라로서의 국어교사를 꿈꾸며’라는 자신의 블로그에 2008년 1인당 32권의 독서량을 보인 학급문고 운영 결과를 올렸다. 중3 학생 39명이 1년간 1천245권을 읽었다는데, 학생들이 직접 추천한 성장소설과 간단한 추천평들에서 아이들의 다양한 생각들이 묻어났다. <리버 보이>를 읽고는 ‘인간과 자연의 어울림, 인간의 한계와 감정을 마법처럼 그려놓은 책, 뭔가 서정적인 느낌을 갖고 싶을 때 강추(혜은), 죽음을 소재로 만들어낸 감동(상훈)’등의 의견이 있었고, <모모>에는 ‘말을 들어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삭막한 사회에서 이웃간의 정을 느낄 수 있는 훈훈한 책이다(진희) / 시간에 대한 이야기인데 스릴과 감동을 느꼈다(치현)’라고 피력했다.


이밖에 ‘<미안해 스이카> : 이 책을 읽으며 중학교 2학년 내 또래 아이들의 숨겨진 잔인함에 놀랐다. 스이카의 죽음을 통해 죽음을 선택함으로써 도망치는 것은 옳지 못하고, 나를 믿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들과 함께 상처를 나누고 견뎌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벼랑> :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자신만의 삶을 택한 당당하고 용기 있는 은조의 모습에 박수를 쳐주고 싶었지만 한편으로는 남들과 다른 삶을 선택한 은조의 앞날에 어떤 고난이 기다리고 있을까 하는 생각에 과연 어떤 삶이 옳은 삶인지 혼란스럽기도 했다.’ 등이 아이들의 육성이 담긴 서평. 서 교사는 고등학생에게도 독서 지도를 해본 결과 <데미안>이나 <수레바퀴 아래서> 등의 고전은 무겁고 진지하기 때문에 독서력 있는 학생들에게 권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세계 명작 등 고전에만 익숙한 기성세대는 요즘의 성장소설이 너무 현실적이고 구체적이어서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 아이들의 생활과 경험에 가까운 얘기들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가출이나 본드 흡입 같은 얘기가 책 속에 나온다 해도 그것은 전체 이야기 속의 지엽적인 부분이지, 작가가 그 자체를 말하기 위해서 쓰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가 이런 지엽적인 것에 더 흥미를 느낄까 우려된다면 책을 읽고 난 후 아이와 대화를 나누며 생각을 정리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엄마와 갈등이 심한 여학생에게는 수지·알리야 모르겐스턴이 지은 <딸들이 자라서 엄마가 된다>는 작품을 권유하고, 부모에게 불만이 많은 아이라면 이금이 작가가 쓴 <너도 하늘말나리야>, 내 방식대로 살겠다는 아이에겐 진 C. 조지의 <나의 산에서> 등이 일선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국어 교사들이 추천하는 책이다(중학생 기준).


이밖에 여성의 성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남학생이라면 김별아의 <내 마음의 포르노그라피>와 이순원의 <19세>를 권해주고, 모범생이 아닌 이른바 ‘뒷자리’의 아이들에게는 교육출판기획실에서 엮은 <아픔을 먹고 자라는 나무>를, 환경이 어려운 아이에게는 김한수의 <봄비 내리는 날>, 이성 교제를 하는 아이들에게 성교육을 위한 책으로는 벌리 도허티의 <이름 없는 너에게>를 추천한다(고등학생 기준).


성장은 물리적인 시간이 흐른다고 저절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고, 신체가 자라는 것과 비례해서 함께 커지는 것도 아니다. 소설 속 인물과 함께 좌절하고 더러는 패배하기도 하지만, 결국 자기만의 정체성을 가지고 구심점을 찾아 나갈 때 아이들의 영혼은 한 뼘 더 성장하는 것이 아닐까. - 미즈내일 2010년 10월 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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