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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근해 한국점자도서관 관장 “시각장애아도 빌게이츠 꿈 꾸게하고 싶어요”
작성자 : 운영자 작성일 : 10-11-03 | hit : 1954
"동네 도서관은 고사하고,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도 시각장애 아동을 위한 점자 도서가 없어요."


육근해(50) 한국점자도서관 관장은 독서문화의 사각지대에 놓인 국내 시각장애아동들의 열악한 현실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나라 성인 출판물 가운데 점자도서로 만들어지는 책은 약 2%. 각종 북페어에 전시되는 도서의 60%가 유아ㆍ아동용인데도 불구하고 시각장애 아이들을 위한 도서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할 정도로 관심 밖이란 게 육 관장의 설명이다.


육 관장은 1969년 국내 최초로 설립된 점자도서관을 부친으로 부터 이어받아 운영해 오다 지난해 사회적기업 ㈜도서출판점자를 설립하며 시각장애 아동을 위한 출판에 뛰어들었다.


점자도서는 수작업으로 제본하는데다 특히 아동도서는 시각적인 그림을 촉각으로 표현해야하는 어려움으로 인해 제작비가 많이 든다. 시각장애아동 부모 입장에선 책을 구입해 읽혀주고 싶어도 책의 종류가 많지 않을 뿐더러 가격도 권당 4~6만 정도로 비싸 만만치 않다. 출판사로선 시장성이 없는 사업이다. 육 관장은 기업의 후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육 관장은 올해 한화그룹으로 부터 1억원을 지원받아 총 4000부의 어린이 도서를 최근 제작, 배포했다. 시각장애아동 가구에 무상으로 전달하는데 반응이 가히 폭발적이다. "책값이 비싸다 보니 그동안 시각장애아이들에겐 '내 책'이란 개념이 없었어요. 이제는 새책이 헌책이 되도록 두고두고 읽을 수 있게 됐지요."


육 관장은 "아이들이 점자 책을 읽으며 학습 흥미를 갖게 되고, 신간이 언제 나오냐고 묻기도 한다"며 "어머니들이 고맙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고 전했다.


오디오북과 시각장애인용 각종 음성인식 프로그램들이 쏟아져나오는 세상에 점자도서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육 관장은 이런 우문에 "우리는 점자 도서를 읽지 못하면 '이중 실명'이라고 해요. 오디오에만 익숙하면 편지를 쓸 때도 오자 투성이고, 사회활동시 기억력의 한계도 오죠"라며 "비장애인들에게 각종 미디어 홍수 속에서도 책이 여전히 힘을 발휘하는 것처럼 장애인에게도 마찬가지"라고 답했다.


육 관장이 이렇게 점자도서에 관심을 갖게 된 데는 시각장애인이던 부친의 영향이 컸다. 10살 때 시각을 잃은 고(故) 육병일 관장은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정상적인 교육을 받았지만, 대부분의 시각장애인들이 그러지 못한 현실을 안타까워해 1969년 사재를 통털어 점자 도서관을 만들었다.


5남매 중 막내딸이던 육 관장은 어릴 때부터 방과 후엔 점자타자기로 점자를 인쇄하는 게 일이었다. 1992년부터 도서관에서 정식 근무하며 부친을 돕다가 1997년 부친이 타계한 뒤로 사회복지와 문헌정보를 전공하며 도서관 운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사막에 꽃을 뿌린 듯' 세운 도서관은 척박한 땅에서도 41년을 존속하며 어느새 보유장서는 6만여권으로 늘었고, 전국 각지에 점자도서관이 설립, 보급되는 모태가 됐다.


"책이 사람을 만들잖아요. 빌게이츠가 '지식의 95%는 동네도서관에서 얻었다'고 말한 것처럼, 시각장애 아동들도 독서를 통해 자신의 미래를 만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육관장의 꿈은 점자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자란 시각장애아이들이 언젠가 사회의 리더로 커나가는 것이다. 그럴려면 우리나라의 장애인 복지 수준이 공공도서관에 점자도서가 보급될 정도로, 의식주 해결 측면에서 문화적인 측면으로 높아져야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한지숙 헤럴드코리아 기자 /jshan@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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