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 되려면 공부 벌레 되지마라"
어릴 적부터 공부에 질리면 창의력·흥미 떨어져
천재 과학자들의 조언
“공부하지 말고 놀아라!”
미래 과학자를 꿈꾸는 어린이들에게 보내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정종경 교수(46세·생명과학과)의 ‘진심 어린’ 충고다. 정 교수는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선정한 우수 과학자 12인이 함께 쓴 ‘노벨상을 꿈꾸는 과학자들의 비밀노트’(한국과학재단 엮음)란 책에서 이 같은 ‘충격 발언’을 했다. 그는 파킨슨병의 주 발병 원인을 밝혀내고(2006년), 암 치료 물질을 새롭게 증명(2007년)함으로써 세계적 권위의 과학잡지 네이처에 2년 연속 논문을 발표한 우리나라 대표 과학자 중 한 명. 서울대 약학과를 거쳐 미국 하버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엘리트 과학자의 조언치곤 가히 뜻밖이다.
‘하버드 공부벌레’였던 정 교수가 이런 조언을 건네는 건 초·중·고교 때의 지나친 성적 위주 학습이 과학자로서의 창의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는 “공부 잘하는 수재들은 하나같이 특목고를 목표로 하고, 웬만한 과정을 선행학습으로 끝내버린다”며 “학문의 꽃은 대학에서 피워야 하는데, 이미 공부에 질린 아이들이 대학 공부의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12인의 ‘천재 과학자’들이 과학 꿈나무들에게 공통적으로 당부하는 덕목은 무엇일까? 바로 ‘끈기와 인내’다. 세계 최초로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단백질을 발견한 서울대 강봉균 교수(생명과학부)는 “제아무리 천재라 해도 다양한 과제·가설과 싸우며 끝없이 실험에 몰두하는 과정에서 포기한다면 그 재능을 발휘할 수 없다”고 말했다.
택시기사가 되겠다며 공부와 담을 쌓았던 말썽꾸러기 초등학생에서, 인간의 의식 흐름을 규명한 세계적인 과학자가 된 서울대 이상훈 교수(심리학과)의 말도 새겨볼 만하다. “성적을 올리기 위한 공부가 아닌, 즐기는 공부를 하세요. 특히 다양한 분야의 독서로 끊임없이 사고를 확장하다보면 과학의 근간이 되는 튼튼한 ‘생각의 근육’이 길러진답니다.”
/ 우승봉 기자 sbwo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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