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전국시대의 장자(莊子)는 위나라의 재상을 지낸 친구 혜시(惠施)의 어마어마한 장서를 오거서(五車書)라고 표현했다. 다섯 수레의 분량이 정확히 얼마인지는 알 수 없다. 당나라의 시성 두보(杜甫)가 장자의 표현을 인용해 유명해진 ‘남아수독 오거서(男兒須讀 五車書·남자는 모름지기 다섯 수레 분량의 책을 읽어야 한다)’라는 말은 다독을 상징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소문난 ‘독서광’이다. 그는 이데올로기적으로 치우치지 않으며 복잡한 문제에 대해 단순한 해법을 제시하지 않고 인간 본성의 모호함을 탐구하는 셰익스피어의 작품과 역사, 철학 서적들을 즐겨 읽는다. 노예제 폐지 운동을 배경으로 쓴 소설 ‘길리애드’ 등 사회성이 강한 소설과 시도 탐독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흑백 세계관을 강조하고 단순한 해법을 강조하는 책을 선호한 것과 대비된다. 유럽을 평정했던 나폴레옹은 전쟁터에서도 말 위에서 책을 읽었다는 일화를 남겼고, 흑인 빈민가 출신의 오프라 윈프리는 20대에 마약에 빠져 방황했지만 고난을 극복하는 흑인 여성들의 삶을 다룬 소설을 읽고 성공을 이뤄냈다.
책만큼 좋은 마음의 양식은 없다. 성공한 선배들로부터 특별한 과외지도를 받는 효과를 내는 독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책을 한 권 독파하고 나면 그 기쁨은 배가된다. 그럼에도 책 읽는 사람이 줄고 있다. 독서를 통해 얻던 지식을 편리한 인터넷에 의존하는 지경이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얼마 전 2008년 도서자료를 집계한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독서할 여유마저 잃은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지난해 발행된 신간 도서는 만화를 포함해 1억651만5675부였다. 2007년보다 무려 20%가량이 줄었다고 한다. 책을 멀리하는 세태도 한 몫했겠지만 아무래도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하루하루의 삶이 팍팍해진 탓으로 추측된다. 반면 종교 관련 서적은 185%나 폭증했다. 어려울수록 종교가 위안이 됨을 입증해 준다.
두보는 시 앞 구절에서 ‘부귀필종근고득(富貴必從勤苦得)’이라고 읊었다. 즉, 부귀를 얻으려면 책을 열심히 읽어야 된다는 뜻이다. 예나 지금이나 책 읽는 목적이 어째 돈벌이에 있는 것 같이 들려 마음이 무겁다. 어쨌거나 올해는 경기가 풀려 책이 많이 팔렸으면 하고 기원한다.
출처 : 세계일보 박병헌 논설위원 2009.0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