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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 인생의 멘토를 만나다 - 자서전·평전·위인전 읽기를 권함
작성자 : 운영자 작성일 : 08-12-29 | hit : 3835


‘잘 사는 법’ 답 얻고 정체성 형성 도움

한 사람의 삶 통해서 역사공부 저절로

실제인물 이야기로 대리만족 효과도
한겨레










































» 존경하고 싶은 어른을 만나 인생의 한 ‘수’를 배우고픈 청소년은 이 겨울, 책을 들어라. 사진은 자서전 등의 전기류가 꽂혀 있는 서가. 박승화 <한겨레21> 기자 eyeshoot@hani.co.kr







찬 바람이 매서운 겨울, 오바마만이 열풍이다. 서점에는 오바마를 주제로 한 책이 20종 넘게 나왔고 관련 책들만을 모아 따로 진열할 정도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나온 <열등감을 희망으로 바꾼 오바마 이야기>(명진출판)는 나온 지 한달 만에 5만부가 팔렸다. 직접 만날 수 없는 사람을 알고 싶을 때, 우리는 그를 다룬 책을 찾는다. 자서전, 인물평전, 위인전 등의 전기류 문학이 그것이다.


특히 사춘기 청소년기에는 자서전이나 평전을 읽는 일이 독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임성미 가톨릭대 교육대학원 독서교육과 강사는 “청소년기는 끊임없이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데, 훈계에 익숙한 부모나 교사는 답을 주지 않는다”며 “자서전이나 평전 속의 인물은 성격과 경험 등이 매우 구체적으로 묘사되기 때문에 청소년이 자아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뚜렷한 근거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에 갈 수 있는 법이 아니라 인생을 잘 사는 법이 궁금한 청소년에게 답을 주는 것도 자서전이나 평전 속 인물이다. 김민지(17·서울 도봉고)양은 “<폴포트 평전>을 읽었다. 인물에 대한 평가는 제쳐두고 그가 재차 노력해서 프랑스 유학길에 오르는 것을 보고 역경이나 시련을 기회로 만드는 자세를 배울 수 있었다”며 “사실 고교생들은 내신 등급이나 모의고사 점수에 급급해서 인생의 지혜를 고민할 기회가 많지 않은데 이런 책을 통해 인생의 멘토를 만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자서전이나 평전 등의 ‘사람 이야기’는 동화의 세계에서 실제의 세계로 넘어오는 청소년의 입맛에 맞는다. 김남연(17·서울 도봉고)군은 “자서전이나 평전은 모든 얘기가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니까 불가능한 일이란 생각이 들지 않고 나도 할 수 있는 일이란 생각이 들어 좋다”고 말했다. 임성미 강사는 “아이들은 기승전결이 있는 서사구조를 좋아하는데 문학의 서사는 허구적이라 아이들이 자기 얘기로 안 받아들인다”며 “사실적인 서사구조를 지닌 인물이야기는 청소년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르”라고 말했다. 소설이지만 작가의 성장경험이 녹아난 자전적 성장소설은 인기가 많다.


5·18 기념재단 계간지 <주먹밥>의 하정호 편집위원은 반항‘끼’ 가득한 청소년에게 평전이나 자서전 읽기를 권한다. “사춘기에 접어들면 괜히 부모님한테 대들고 싶고 어른들이 옳다고 믿는 것을 부정하고 싶어지잖아요. 이때 사회적인 통념의 반대편에 서서 새로운 가치관을 주장했던 이들을 다룬 책을 읽으면 아이들이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죠.” 그가 광주 청소년인문학카페에서 중학생들과 인물평전으로 독서토론을 했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 청소년의 자아성찰을 돕는 자전적 성장소설





자서전이나 평전 등의 ‘사람 이야기’가 때로 사춘기 청소년의 상처에 ‘약효’를 내는 것은 이런 ‘대리만족’ 또는 ‘자기동일시’의 힘이다. 김현애 한국독서지도연구회 회장은 독서치료를 진행하면서 학생들이 자기와 꼭 닮아 있는 인물을 발견한 뒤 좌절을 극복할 힘을 얻는 일을 많이 봤다고 한다. “옥수수박사로 불리는 김순권 박사가 있는데 그분은 어려운 가정에서 태어나 어릴 적에 사고도 많이 치고 천방지축이었던 분이에요. 사춘기 남학생들은 어렸을 때 꼭 지금 자기들 같은 김 박사의 이야기를 참 좋아해요. 결국 아이들은 김 박사가 이뤄낸 업적을 보면서 자신감과 의욕을 얻지요.”


따라서 사춘기 청소년은 교훈과 설교만 가득한 성공 스토리에는 거부감을 느낀다. 같은 전기류 문학이라도 위인전은 찾지 않는 이유다. 모든 조건이 완벽한 사람은 이런저런 열등감에 시달리는 사춘기 청소년에게 매력적인 인물이 아니다. 김현애 회장은 “환경이 다르고 태생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거리감을 느끼고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죽은 뒤 신화가 만들어진 위인들의 이야기보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인물들의 숨겨진 이야기가 아이들에게는 치유의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사람 이야기’는 방대한 역사를 이해하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한 사람을 이해하는 데는 경험과 인격이라는 현미경 뿐만 아니라 그가 살았던 시대와 사회라는 망원경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은혜 서울 도봉고 사서교사는 “전태일을 처음 안 아이들은 그가 분신자살했다는 사실에 ‘미친 거 아니야?’란 반응을 한다”며 “60~70년대 상황을 알고 나서야 비로소 전태일과 그의 분신을 제대로 이해하게 된다”고 말했다.



좀더 깊이 있는 ‘인물 독서’를 하고 싶다면 한 인물을 다룬 여러 권의 책을 읽어보는 게 좋다. ‘관점’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성미 강사는 “같은 인물의 같은 경험을 다루더라도 책에 따라 서술한 분량이나 방식이 다를 때가 있다”며 “결국 독서는 ‘관점’을 찾는 일인데 인물 독서는 이런 관점의 차이를 가장 뚜렷하게 보여준다”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ed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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