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독서 습관이 평생을 좌우한다. '마음의 양식'이라 칭하는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누구나 부언의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많이 들었을 것이고 여러 교육 분야 중에서도 유독 시대의 흐름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중요시되고 있다. 그 만큼 독서 교육에 관심이 많은 학부모들이 많다.
이번 칼럼에서는 책읽기를 즐겨 하는 아이들의 독서 교육의 공통적인 특징과 현장 교사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은 독서 교육을 중심으로 책과 친구 되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 '가족 10분 독서 운동'을 시작하자
요즘 학교 마다 '아침 10분 독서 운동'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아침 10분은 하루를 놓고 볼 때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는 짧은 시간이다. '10분 독서운동'이란 말을 들었을 때 누구나 '10분 동안 무슨 책을 읽어!'라는 생각을 할지 모른다. 그러나 '10분이면 지루하지 않고 충분히 할 수 있는 시간 아닌가?'하는 반문을 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강점을 가졌다는 것이다. 책읽기를 싫어하는 아이들이나 집중력이 떨어지는 저학년 아이들도 쉽게 도전해볼 수 있을 시간이다.
‘독서를 하려면 많은 시간이 있어야 한다.’라는 고정관념이 있는데 단 10분 동안이라도 집중해서 읽으면 의외로 상당히 많은 양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독서는 매일 음식을 먹듯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해야 습관이 된다. 아이들의 독서습관을 더욱 길러 주고 싶다면 가정에서도 ‘가족 10분독서’ 를 시작해보자.
'가족 10분 독서'는 어려운 것이 아니다. 아침독서 운동 캠페인을 추진하는 '(사)행복한아침독서'에서 내건 4가지 규칙을 가족 모두가 볼 수 있는 곳에 적어 두는 것부터 시작하자. 그리고 가족 모두가 모이는 시간에 매일 10분씩 그냥 편안히 책을 읽으면 된다. 처음에는 10분이었던 시간이 매일 반복되다 보면 점점 길어지고 자연스럽게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도 길어지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1. 모두 읽어요.>
<2. 날마다 읽어요.>
<3. 좋아하는 책을 읽어요.>
<4. 그냥 읽기만 해요.>
◇ 독후 활동은 가볍게 하자
아이들이 책읽기를 싫어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우리 내 독서 교육이 책을 읽은 후에 반드시 무언가 독후 활동을 해서 아이가 읽을 책의 내용에 대한 결과물을 산출해야지만 제대로 독서를 했다고 인정해주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학교마다 학교자체 독서기록장을 만들고 각종 독후활동 대회를 개최하여 독서를 장려하고 있지만 실상 그러한 독서 교육이 도리어 아이들이 독서를 꺼려하게 만들고있으며 부담감을 증대시키고 있다.
아이들이 책과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독서가 '과제'나 '짐'이 되어서는 안 된다. 책 읽기는 공부가 아니라 놀이이다. 놀이는 즐겁고 재미있어야하고 또 하고 싶어야 한다. 내 아이를 책과 친구가 되게 하기 위해서는 아이에게 '짐'을 덜어주자. '과제'가 되는 독서 감상문이나 독서 감상화를 그리게 하는 대신 간단히 읽은 내용을 메모하는 습관을 길러주자. 책을 덮기 전에 오늘 읽은 내용만 기록하는 것이다. 메모 형식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책을 읽은 날자와 책 제목 그리고 오늘 읽은 부분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문장이나 단어 정도만 적는 방법을 추천하고 싶다. 읽은 책에 대한 내용을 작은 수첩에 매일 조금씩 적어 두다 보면 아이의 어휘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고 책의 내용을 파악하고 다음에 읽을 책을 고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 거실을 서재로 만들자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 사이에서 '거실을 서재로 만들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참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다. 잠을 잘 때를 제외하고 가족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거실이다. 대부분 가정의 거실은 중심 자리에 TV가 놓여있고 건너편에 소파가 있는 구조로 되어 있을 것이다. 부모들이 아이들과 TV와의 전쟁을 치룰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문제점이 바로 이러한 집 구조이다. 집안 어디로 가든지 거실을 통해 가게 되는데 이때마다 'TV'에 눈이 갈 수 밖에 없다. 책과 친구가 되려면 책과 자주 접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은 책을 눈에 자주 띄는 곳에 두는 것이다. 거실의 터줏대감 자리에 TV 대신 책장과 책을 놓아두자. 거실의 서재화는 아이에게는 책 읽는 습관을 길러줄 뿐만 아니라 TV시청시간도 줄이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을 것이다. 또한 TV 앞에 멍하게 앉아 있는 시간 대신 가족사이의 대화의 시간을 되찾아 줄 것이다.
◇ 아이와 함께 서점과 도서관에 가자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의 공통적 특징이 있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 뒤에는 책을 함께 읽는 부모가 있다는 것이다. 주말과 휴일을 이용하여 아이와 함께 서점과 도서관을 찾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아이에게 가장 훌륭한 역할 모델은 부모 자신이다. 독서 교육을 위해 비싼 돈을 들여가며 각종 학습지를 시키고 사설 교육 기관이나 학원에 보내 독서 지도를 하는데 힘쓰는 것보다 아이 손을 잡고 도서관 한 번 가는 것이 몇 배의 효과가 있다. 아이들은 공부보다는 놀러가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런 아이들에게 도서관이 놀이터와 같은 곳이 된다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책 읽기를 좋아하게 된다. 아이들의 일기장에서 아빠나 엄마와 함께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은 경험이나 책을 빌린 경험은 언제나 즐겁고 신나는 일로 적혀져 있었다. 내 아이가 책과 친해지게 하고 싶다면 아이와 함께 도서관에 가자. 아이가 좋아하는 책이나 읽을 만한 책도 함께 빌려보고 옆자리에 앉아 함께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보자. 아이는 부모와 함께 무언가를 했다는 이유만으로도 또 다시 도서관을 찾고 싶어 할 것이다. 'OO야 책 읽어라!' 라고 말하기 보다는 '우리 책 읽자'라고 말하는 부모가 되자,
◇ 책으로 대화하자
책을 읽은 후 가장 좋은 독후활동 방법은 '책으로 대화하는 것'이다. 발달단계의 특성상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글로 표현하는 것 보다 말로 표현하는 것을 좋아한다. 책을 읽고 알게 된 내용을 두 서 없이 풀어내던 아이들도 막상 종이와 연필을 주고 글로 쓰라고 하면 달랑 한 줄 쓰고 말거나 몇 글자 적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은 생각이나 느낀 점을 문자를 빌어 표현하는 것에 서툴기 때문에 글을 쓰는 과정이 자유로운 사고를 방해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글을 쓰게 하는 대신 책 내용과 관련된 질문을 많이 던지는 것이 아이의 사고력을 높일 수 있다. 아이들은 자기가 알게 된 내용이나 알고 있는 자랑하고 싶어 한다. 아이에게 마음껏 자랑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은 책읽기 동기 부여에 촉매제 역할을 한다. 책과 관련된 내용으로 대화를 하고 토론을 하게 되면 단순히 올바른 책읽기 습관을 키워주는 것을 넘어 비판적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으며 국어과 수학능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올바른 독서 습관은 학습적 접근 방법이나 공부로 키워지는 것이 아니다. 책과 친구가 되고 책 읽기 좋은 환경에서 생활하게 될 때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다. 아이에게 무조건 책읽기를 강요하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책과 친해줄 수 있도록 아이와 함께 책 읽는 부모가 되는 것이 가장 훌륭한 독서 교육 방법인 것 같다.
김범준 칼럼니스트(출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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