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최상위권 못 들자 시험 본 뒤 변명하는데
문> 제 아이는 초등학교 5학년 남자입니다. 아이는 최선을 다해서 공부를 한다고 말하고, 열심히 하려고 애쓴다는 점은 저도 대체로 동의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성적은 최상위권이 안됩니다. 그렇게 공부를 하는데도 말입니다. 시험결과를 두고 아이가 솔직하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더 노력한다고 말하면 넘어갈텐데 다른 아이들도 시험을 못 봤다거나 문제가 어려웠다는 식으로 변명하는 것이 더 참을 수 없게 만듭니다.
결과보다 과정 중시하고 더 잘할 수 있게 격려하길
답> 공부를 못하는 이유는 정말 많습니다. 인지능력 즉, 학업을 수행하는 데에 원천적인 한계를 주는 지적능력의 부족을 들 수가 있습니다. 지능이 좋으면 성적이 더 좋을 가능성이 높지만 개념적으로는 보통수준(IQ 90~110) 정도라면 지능이 성적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 것으로 봅니다. 노력의 부족이 또 하나의 원인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만 댁의 자녀에게 해당되지 않을 것 같네요. 학습전략의 문제를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노력이나 학습량에 비해 성적이 예상을 너무 벗어난다면 노트 필기법이나 암기법, 주제를 파악하는 방법 등과 같은 지금 사용하고 있는 학습전략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댁의 자녀 경우에는 이런 문제를 넘어서 심리적인 문제가 개재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아이가 굳이 성적이나 점수에 대해서 변명을 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서 그러합니다. 노력이라는 것은, 스스로 잘하려는 동기에 의해서 생겨나는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그러나 노력이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부모의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경직될 수밖에 없으며, ‘긴장’이나 ‘불안’을 포함하고 있는 말이 되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변명이 필요하게 됩니다. 어머니의 질문 중에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는 ‘바보같이 실수를 했습니다’로, ‘더 노력하면 된다’는 ‘다시는 실수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해주기를 바라는 다른 표현이 아닐런지요. 아이는 부모의 마음을 눈치채고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 더 노력할 겁니다. 이런 노력은 그야말로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한 노력에 불과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창조적인 학습과정이 되도록 하는 긍정적인 면이 결여된 것입니다. 오히려 그런 노력을 할수록 점점 긴장이나 불안이 늘어나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데에 장애물이 됩니다.
아이가 실수를 인정하고 더 노력하기보다 부모가 아이의 실수를 인정하고 더 잘할 수 있다고 격려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평가는 결과가 아니고 그 과정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고, 아이가 노력했다면 잘못된 부분은 놔두고 조금이라도 나아진 부분에 대해서 칭찬을 해 주어야 합니다.
김만권/연우심리연구소장 www.iyonw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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