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의 이피크라테스의 집안은 대대로 구두를 만들어 파는 일을 했다. 그러나 이피크라테스는 가업을 잇는 대신 무술을 갈고 닦아서 장군이 되었다. 그러나 하모디우스는 이피크라테스의 집안에서 대대로 구두를 사 신은 아테네의 유명한 명문가의 자손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국가의 정책을 결정하는 회의에서 두 사람의 의견이 부딪치게 되었다. 이피크라테스의 논리 정연한 말에 하모디우스는 독설을 하기 시작했다.
"구두쟁의의 후손인 주제에 그만 잘난 체하시지?"
그러자 이피크라테스는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나의 가문은 나로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너의 가문은 너로 마지막이 될 것이다."
그 후 이피크라테스는 전쟁에서 많은 공을 세웠고, 그 가문은 이피크라테스 때부터 아테네의 명문가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그러나 집안의 배경만 믿고 자만에 빠져 있던 하모디우스는 이피크라테스에게 밀렸고, 또한 패배를 거듭한 나머지 몰락해 버렸다.
만약 하모디우스가 상대방을 존중해 주는 말을 해 주었다면 몰락해서 거리를 헤메는 신세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아이들이 사춘기가 되어 반항하기 시작했을 때 흔히 하는 말로
"네가 뭘 안다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이 벌써부터 네 마음대로 하려고 하니?" 라고 한다면 아이는 더 반발하게 된다.
그럴 때 나는 "네 나이 때는 그럴 수 있어. 엄마는 이해해, 엄마도 그 나이 때는 외할머니 속을 얼마나 많이 썩여 드렸다구.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그때 생각을 해 보면 외할머니께 늘 죄송한 마음 뿐이지."라며 엄마는 항상 내 편이라는 편안함으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남편은 늘 건훈이에게 잔소리를 늘어 놓았다. 주로 보통 부모들이 다 하는 그런 말들이지만 아이에게는 큰 스트레스였다고 한다.
"아빠가 한 번만 더 그 잔소리 하시면 저는 도로 가 버릴 거예요" 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아빠에 대한 존경심보다는 '아빠는 잔소리꾼'이라는 인식이 더 컷을 것이다.
그럴 때 중간에서 해야 하는 내 역할은
"아빠가 얼마나 건훈이를 사랑하고 있는지 모르지? 겉으로는 그렇게 말씀을 해도 속정은 너무나 깊은 분이야. 사랑하지 않으면 잔소릴 할 필요가 없을거야."라고 응수해 준다. 그래도 여간해서 아이는 아빠에게 마음을 열지 않고 항상 제 편인 엄마에게는 모든 이야기를 조잘거렸다.
또한 작은 말 한마디, 글자 하나에도 스스로 사랑받는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로베르타 트렘블레이는 집 정원에 아침 햇살을 받으며 피어나는 꽃을 한 묶음 꺽어 이웃이나 친지에게 자주 선물을 하곤 했는데 어느 날, 작은 쪽지에 '내 친구에게'란 글을 적어 가장 가까운 이웃집 친구에게 가서 집 현관에 말 없이 그 꽃 묶음을 두고 왔다.
그 날 늦게 그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그 친구는 그 꽃이 자신에게는 진정한 축복이었다고 말했다. 전날 밤에 그녀는 아이들과 심하게 다투었다고 했다. 때때로 십대의 아이들이 그렇듯이 아이 하나가 잔인하게도 그녀에게 말했다.
"엄만 친구도 없잖아요."
그 말을 듣고 그녀는 충격을 받아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침에 직장에 가려고 현관을 나서는 순간 그녀는 아름다운 장미 화병과 함께 '나의 친구에게'라고 적힌 쪽지를 발견했다고 한다.
누구든지 감사와 존경을 받으려고 하기 전에 내가 먼저 상대방에게 감사해 하고 존경의 말을 한다면 이미 그는 스스로 존귀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 '엄마의 말이 아이의 미래를 결정한다' 작가 박동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