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조급증 안가지고 믿음 줬어요"
작성자 : 임은정 작성일 : 08-06-15 | hit : 3348
[정성오씨 자녀교육법] "조급증 안가지고 믿음 줬어요"


자녀를 교육시킬 때 부모들은 조급증을 내기 쉽다. 남의 자식보다 하나라도 더 가르치고 싶고 내 아이가 남의 아이보다 더 우월해지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부모의 조급증은 아이들을 힘들게 하고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한 번쯤 마음을 느긋하게 먹고 아이의 미래를 위해 어떤 교육법이 효과적인지 생각해보자. 잠시 틈을 내 자녀 둘을 한국과학영재학교에 보낸 정성오(50)씨의 자녀교육법에 귀를 기울여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보편적인 원칙을 지키고 아이들을 믿어주는 그의 교육법을 한 번 들어보자.


A. 원칙...지금 공부 잘하기 원하면 학원 보내라 하나 나중 잘하기 원하면 보내지 마라

·선행학습 위한 사교육은 필요없다

'선행학습을 위해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지 않는다.' 정성오씨가 지금껏 꾸준히 지켜온 원칙이다.


자녀 둘을 한국과학영재학교에 보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지인들로부터 그는 이런 질문을 자주 받았다. '학원을 보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하는 것과 '어떤 학원에 언제 보내야 하나'라는 것이다. 그때마다 그는 "아이가 지금 현재 공부를 잘하기를 원한다면 학원에 보내라. 하지만 나중에 공부 잘하기를 원한다면 학원에 보내지 말아야 한다"고 대답한단다.

사교육을 시키지 않는 원칙은 그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수년간 인문계 고교 교사였던 그는 학원에 의존한 학생들은 고교에 진학한 뒤 성적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비해 스스로 공부해 온 학생들은 고교 진학 후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처음 스스로 공부를 하게 되면 학습내용을 습득하는 데 시간은 다소 오래 걸리지만 점차 자신만의 공부법을 가지게 된다"며 "이렇게 되면 새로운 스타일의 문제를 접했을 때도 당황하지 않고 풀어낼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편하게 학원에서 공부해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는 크게 중요하지는 않다"며 "아이들도 언젠가는 부모로부터 독립을 해야 하고 스스로 험한 세상을 헤쳐나가야 하는데 그때 자신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키워야 한다"고 밝혔다. 또 그는 "아이가 학교수업에 집중하고 그날 배운 내용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시간을 충분히 가진다면 공부를 잘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실 그에게도 이 같은 원칙을 지키지 못할 뻔한 위기는 있었다. 첫 아이가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내신성적이 떨어진 것이다. 학원에서 기출문제를 비롯해 해당 학교의 출제경향에 맞춘 문제를 풀고 오는 친구들과 경쟁에서 아이가 밀렸던 것. 그는 "그때 처음으로 '아이를 보습학원에 보낼까?'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당시 아이는 과학고에 진학하기를 원했기 때문에 내신성적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공부해온 아이의 힘을 믿었고 아이는 그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

·학습 환경은 자연스럽게 조성한다

정성오씨는 "아이를 학원에 보내지 않는 대신 자연스럽게 학습 환경에 노출될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고 밝혔다. 특히 어린 자녀들이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집안 곳곳에 다양한 책들을 아무렇게나 놓아 두었다.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처럼 집에서 TV도 보면서 놀았지만 이내 집안 곳곳에 놓여진 책들에 관심을 가졌고 책을 가까이하기 시작했다.

그는 또 "당시 고교 물리과목 교사였던 탓에 과학 관련 자료용 비디오 테이프를 다양하게 갖고 있었는데 이것도 아이들이 쉽게 볼 수 있도록 집안 곳곳에 놔두었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비디오 테이프를 반복적으로 봤고 어느 순간 아이들은 책을 읽을 때도 과학분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그는 아이들이 직접 책을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부산지역 헌책방을 돌아다니며 현재 읽고 있는 책보다 조금씩 수준이 높은 책들을 구입해 아이들에게 슬쩍 내밀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들의 영어교육은 어떻게 했을까? 영어는 아이 혼자 습득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의 답은 이랬다. "영어의 경우 아이들이 초등학교 1학년이 될 때부터 학습지를 통해 익히도록 했어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학습지 강사가 집으로 와서 아이들을 지도했고 아이들은 매일매일 주어지는 영어학습 분량을 꾸준히 소화해 비싼 학원비를 내지 않고도 영어를 잘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자녀들에게 '나중에 어른이 되면 어떤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라는 말도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한다. 단지 '아이들이 잘하고 관심있어 하는 것을 더욱 잘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만 생각했다. 그 이유는 이렇다. 현재 이른바 '잘 나간다'는 직업이나 분야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아이들이 어른이 된 후에도 계속 '잘 나간다'고 볼 수 없고 아이들 스스로 자신이 잘하는 분야를 선택해 후회없이 일하고 큰 성과를 낸다면 그것이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B. 방법...집안 곳곳에 다양한 분야 책 쌓아둬 아이들 관심 가지는 분야 적극 도와

·아이들 정서를 안정시켜라


정성오씨가 아이들 양육에 있어 가장 크게 신경을 쓴 부분은 '아이들의 정서 안정'이었다. 정성오씨 부부는 맞벌이를 하고 있다. 자칫하면 아이들이 방치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의 걱정은 컸다. 이때 도움을 준 분이 아이들의 외할머니와 친할머니. 외할머니는 주중에 아이들을 주로 돌봐주셨고 토요일에는 친할머니의 도움을 받았다. 할머니들은 넘치는 애정과 사랑으로 아이들을 감싸주셨고 아이들은 부모의 공백을 전혀 느끼지 않고 생활할 수 있었다. 정씨는 "어머님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아이들을 정서적으로 안정시키는 데 힘들었을 것"이라며 "어머님들께 항상 감사하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자녀들과 잦은 대화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했다. 아이들과 등산도 자주 가고 될 수 있으면 함께 여행도 많이 가려고 애를 썼다고 한다.

그가 아이들의 정서 안정을 위해 신경을 쓴 부분은 피아노를 가르친 것. 아이들이 음악을 통해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한 것이다. 아이들은 수년 동안 꾸준히 피아노를 배웠고 수준급의 연주를 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안정돼 있어야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질 수 있고 자신이 잘하고 좋아하는 것을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C. 일상...정서 안정 위해 할머니 도움 받아 도전 즐기게 하고 결과 집착 않게

·작은 도전을 즐겨라


정성오씨는 아이들이 과학분야를 좋아하고 깊이 있게 파고들면서 '각종 경시대회에 참가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자 흔쾌히 수락했다. 단지 아이들에게 도전 자체를 즐기고 그 결과에 집착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아이들은 스스로 공부해서 과학과 수학 분야의 각종 경시대회에 참여했다. 성적은 좋을 때도 있었고 썩 좋지 못할 때도 있었다. 그는 "아이들이 경시대회에 도전을 준비하면서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이 자랄 때 뭔가를 위해 준비하고 조그만 성취를 맛본다는 것은 삶을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될 수 있다"며 "하지만 부모들이 욕심을 가지고 경시대회 준비를 위해 아이들에게 무리한 공부를 시키거나 사교육을 시키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그는 "아이들이 어릴 때 어느 정도 인정을 받게 되면 그만큼의 스트레스도 받게 된다"며 "지금 현재 아이들이 어떤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보다 오히려 아이가 성인이 된 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열심히 일해 먼 훗날 큰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종균·김경희 기자 edu@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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