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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책 읽게 하려면 부모가 독서의 기쁨 알아야”
작성자 : 운영자 작성일 : 08-05-21 | hit : 2517


『칠판 앞에 나가기 싫어』
30만부 스테디셀러 기록

『칠판 앞에 나가기 싫어』(비룡소)를 쓴 프랑스 작가 다니엘 포세트(54·사진)가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지난 15일 시작된 서울국제도서전 참석을 위해서다.

그의 대표작 『칠판 …』는 1997년 우리나라에서 첫 번역판이 출간된 이래 30만부가 팔린 스테디셀러다. 또 『선생님하고 결혼할 거야』『할아버지 나무』『괴물이 나타났다』(이상 비룡소)와 『아빠는 바빠요』(큰나), 『새들의 도시』(미세기) 등 그의 다른 작품들도 이미 우리나라 어린이들에게 여럿 소개됐다. 그는 “유럽과 문화도 정서도 다른 한국의 아이들이 내 책을 좋아하는 것이 신기하다”면서 “아이들에게는 처한 환경이 어떻든 공감할 수 있는 아이들만의 감정이 있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포세트는 두려움과 부끄러움·실망감·아쉬움 등 아이들의 보편적인 감정을 끄집어내 동화로 풀어내는 데 탁월한 재주를 가졌다. 『칠판 …』는 수업시간 발표를 앞둔 아이들의 공포를, 『할아버지 나무』는 또래들과 다른 자신의 처지를 부끄러워하며 혹 놀림받을까 두려워하는 마음을, 또 『아빠는 바빠요』는 자신과 놀아주기로 했지만 늘 일거리를 들고 오는 아빠에 대한 실망감을 담았다. 그러면서 한결같이 주인공 아이가 용기를 내고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같은 고민을 품고있는 독자 역시 자신의 정서·심리적 장애를 치유하는 ‘독서치료’ 효과를 톡톡히 거둘 수 있다.

그가 자신의 작품 중 가장 애착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는 『할아버지 …』다. 사막을 건너고, 요리를 손으로 먹고, 사자를 사냥했던 할아버지를 부끄러워하는 소년 우스만이 주인공이다. 포세트는 “책을 통해 이민가정 등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에게 이민 이전의 문화가 단절해버려야 할 장애가 아니라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자신의 뿌리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설명한다. 책 속의 우스만도 할아버지가 학교로 찾아와 친구들에게 옛이야기를 들려주고 인기를 얻자 자신감과 긍지를 찾는다.

현재 프랑스 마요트섬에서 중학교 프랑스어 교사로 재직 중인 포세트는 “책 읽기 싫어하는 요즘 아이들’에 대한 고민도 전했다. “인터넷과 비디오게임에 밀려 독서에 대한 아이들의 관심이 갈수록 떨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희망의 빛도 봤다. “『해리 포터』같이 어른 생각에 안 읽을 것 같은 두꺼운 책을 아이들이 읽고 있다”는 데서다.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려면 어른들이 먼저 책 읽는 기쁨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죽음과 전쟁·동성애 등 어둡고 절망적인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굳이 읽힐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영상 세대인 아이들을 책으로 끌어오기 위해 그는 색다른 시도를 하고 있다. “청소년을 위한 책과 단편영화 시나리오를 함께 쓰고 있다”는 것이다. 포세트는 “책과 영화를 동시에 내놓을 계획”이라며 “이런 활자와 영상의 결합이 좋은지 아닌지 판단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아이들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이런 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19일까지 서울에 머무를 예정인 포세트는 17일 오전 11시 서울 삼성동 코엑스 서울국제도서전 전시장에서 독자 사인회를 진행한다. 또 이날 오후 4시에는 경기도 용인 느티나무도서관에서 독자와의 만남 행사를 가질 계획이다.


글=이지영 중앙일보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2008.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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