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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읽고, 꿈을 먹고, 꿈을 꾸는 책의나라 '어린이서점'을 아시나요
작성자 : 임은정 작성일 : 08-05-06 | hit : 3074
뒤뜰의공원…그림같은풍경… 마치 동화나라 온듯





70년대 만화방은 특유의 퀘퀘한 냄새와 어둑신한 분위기때문에 아이들이 들낙거리기엔 마땅치 않은 공간이었다. 그럼에도 만화방은 꿈꾸는 공간이자, 은신처이자 피안의 공간이었다. 더욱이 어른들이 못가게 하는 만큼 더 가고 싶은 욕망의 대상이었다. 지금 우리 주위엔 상상을 펼칠 만한 공간들이 넘쳐난다. 놀이시설도 많고 각종 전시회, 공연, 체험공간 등 아이들만을 위한 공간과 이벤트들이 수두룩하다. 그래도 나만의 꿈, 공상을 펼치기에 가장 적당한 곳을 꼽으라면 뭐니뭐니해도 책방이나 도서관 만한 곳이 없다. 수많은 책들의 주인공들이 조용히 숨쉬고 있는 곳, 손길이 닿기만 하면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는 곳이다. 책을 펼치는 순간,요술램프의 뚜껑이 열리는 것과 같이 책속의 주인공은 우리를 경험하지 못한 세계로 이끈다. 아이의 눈엔 책 속에 난 길들이 보이고 어느새 주위는 까마득히 사라져버린다. 주인공을 따라 이상한 나라에도 갔다오고, 우주를 넘나들기도 하고 마법의 주문도 따라 외본다. 아이는 자신의 집을 짓기 시작하는 것이다.




책이 좋다고 아이게게 강요하면 그것도 스트레스다.




학급마다 비치된 책, 독서일기장, 선생님의 암묵적인 채근과 논술엔 독서가 최고라며 도서목록을 잔뜩 내미는 엄마의 닥달은 아이를 주눅들게 한다. 미처 상상의 나래를 펴기도 전에 그 무게를 감당치 못해 주저앉고 도망가고 싶어진다.




아이도 저마다 좋아하는 책이 있고 읽기 싫은 책이 있다. 맘껏 골라보고 편하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 어린이 전문 책방, 도서관을 주위에서 찾아보자.




어린이 전문서점 그림책 정원,초방'은 우리나라 어린이 전문서점 1호답게 아늑하고 곳곳에 손때가 묻어난다.




이대 후문 건너편 골목길에 자리한 이 책방은 1990년에 문을 열어 20년이 다 되간다. 조금씩 성격도 바뀌어 지금은 어린이전용 북 카페를 겸하고 있다.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는 도서관의 열람기능과 판매, 카페 기능을 모두 갖고 있다. 마루로 된 바닥과 벽면 가득 찬 그림책, 앙증맞은 나무 테이블과 작은 걸상, 예쁜 소품들에 아이들은 들어서자 마자 표정이 밝아진다. 본 책을 제자리에 갖다놓고 티테이블에서 코코아를 마시며 책을 보는 아이의 모습이 제법 의젓하다. 10년 넘게 이곳을 이용하고 있는 마정실씨는 아이 둘을 서너살때부터 데리고 다니기 시작해 이제 아이들이 다 컸지만 그래도 가끔 찾는다. 추억이 깃든 곳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그림책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세상일을 잊게 되기 때문이다. 한 쪽 벽면 스크린엔 아름다운 애니메이션이 계속 돌아가고 인터넷을 검색할 수 있는 컴퓨터도 마련돼 있다.작은 뒷뜰로 난 문 밖, 테이블과 낙엽, 새싹이 어우러진 풍경이 그림같다. 공간 곳곳에 놓인 작은 소품들은 책방 주인의 애정어린 손길을 느끼게 한다. 이곳에 오면 산만한 아이들도 제멋대로 행동하는 걸 삼갈 줄 알게 된다.조심스럽게 책장을 넘기는 손길, 조용한 발걸음, 소곤거림… 이곳은 사실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좋아하는 공간이다. 연인, 대학생, 어린이 책 관련자들도 많이 찾는다. 어른들이 볼 만한 책들도 갖춰놓고 있다. 이 책방은 책 가짓수도 많지만 여러 출판사의 책들 중에서 책방지기가 좋은 책들을 골라 선별해 놓은 점이다. 어느 책을 고르든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오전 11시~오후7시까지 문을 연다.02-392-0277




일산 대화동에 위치한 동화나라'는 어린이 전문서점이지만 일종의 책 커뮤니티 공간이다. 책을 매개로 각종 모임들이 끊이질 않는다. 옆집 마실 가듯 편하게 들낙거릴 수 있는 분위기 때문이다. 헤이리와 대화동 두군데 동화나라를 운영하고 있는데 최근 대화동은 책을 파는 기능을 다소 줄이고 아이들을 위한 역사, 논술, 미술 프로그램 운영등에 보다 주안점을 두고 있다. 오전엔 어른들의 동화읽기 모임, 퀼트만들기, 천연화장품 만들기 등 10여개가 운영될 정도로 활성화돼 있다. 이곳에 들어서면 우선 아이들이 손 쉽게 책을 펼쳐볼 수 있도록 테이블위에 책을 놓아둔게 눈에 띈다. 또 책과 관련된 소품, 그림책 속 캐릭터 등 곳곳에 아이들을 위한 배려가 인상적이다. 차와 커피, 코코아 등을 마실 수 있는 북카페 개념으로 바깥벤치에 앉아 집 앞 공원을 보며 느긋하게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031-919-0518






상상하는 삐삐'는 회원제로 운영되는 어린이 전문서점. 중랑구 중화동에 위치한 이곳은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우주공간을 닮은 인테리어가 특색이다. 책방지기가 선별한 좋은 책, 부모와 교사를 위한 도서, 비디오 ,동요ㆍ동시 CD등을 구입할 수 있다. 회원들에게는 책읽기 수첩을 제공하고 생태학습, 논술학습도 함께 제공하는 등 아이들을 위한 다각적인 독서문화활동을 전개하고 있다.02-491-0516




아름다운 가게가 운영하는 뿌리와 새싹'은 아름다운 헌 책방이다. 신촌 기차역쪽으로 내려가다가 서대문 경찰서 신촌지구대 앞 건널목쪽에 위치한 이 책방은 한옥을 리모델링한 아기자기한 공간이다. 뿌리와 새싹은 제인 구달이 환경, 동물, 이웃을 위해 살아가는 이들에게 제안하는 모임의 이름이기도 하다. 좋은 책에 뿌리를 내리고 그 안에서 철학과 행동이 새싹을 틔워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회원들의 기증과 아름다운 가계를 통해 들어오는 책과 음반, 비디오 ,CD 등 누군가의 손때가 묻은 물건들이 작은 공간 여기저기에 놓여있다. 책장에는 아이와 어른을 위한 책이 구분돼 놓여있고, 전시 공간도 있다. 각종 차와 유기농 커피 등도 동전 몇 푼으로 마실 수 있는 곳이다. 책방지기가 추억의 LP판으로 틀어주는 분위기 있는 음악은 덤이다. 어린이 전문서점은 아니지만 아이들에게 책의 소중함, 나아가 물건의 쓰임과 사용에 대한 산 교육이 되는 장소이기도 하다. 한 켠은 초미니 도서관이다. 환경 생태 동물 평화 NGO등 관련 책을 책꽂이 하나에 모아두고 있다. 이 책들은 대여와 열람만 가능하다. 원하면 문화소모임을 가질 수 있다.02-392-6004






어린이 전문서점은 한 때 수백개에 달했지만 지금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줄었다. 온라인 서점과 각종 할인 경쟁에 밀려 문을 닫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남아있는 어린이 전문서점들은 대부분 북카페 개념을 도입하거나 회원제 등으로 운영,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어린이 전문서점은 일반 서점과 달리 아이들을 위한 책을 선별해 놓아 책 고르는 시간과 노력을 우선 줄일 수 있고 다양한 책 정보를 한데 얻을 수 있는게 특징이다. 또 아이들이 책과 친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살려 공간을 구성해 놓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책 읽는 맛, 재미를 몸에 익힐 수 있고 도서관과 책방가는 걸 좋아하게 된다. 전문서점을 오랫동안 이용한 아이들이 일상에서 독서를 생활화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그런 이유다. .




이윤미 헤럴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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