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다채로운 색깔을 지닌 책 252권 -'책읽기 365’ 추천목록
작성자 : 운영자 작성일 : 08-04-15 | hit : 2478
'차곡차곡’ 다양한 갈래 252권 추천




‘책읽기 365’는 매일 아침 한 권의 책을 독자들에게 배달했다. 몇 갈래로 묶기 힘든, 다채로운 색깔을 지닌 책들이었다. ‘우리 시대의 고전’ 같은 선정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의미있고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싶은 책 정도로, 선정은 필자들의 몫으로 남겨뒀다. 그래서 ‘오늘은 어떤 책이 나올까’라는 기대감이 ‘책읽기 365’의 매력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았다. 어느 필자가 짚었듯이 ‘무계획의 계획’으로 한 해를 걸어온 것이다.




지난 1년간 ‘책읽기 365’를 통해 소개된 책은 252권. 31일 마지막 책 한 권이 추가된다. 베스트셀러뿐만 아니라 수십, 수백년 동안 문자향을 잃지 않은 고전이나 숨겨진 보석 같은 책들을 선보였다. 분야별로는 소설이 51종으로 가장 많았고, 인문서 40종, 역사서 34종, 에세이 30종, 사회과학서 17종, 과학서 13종 등의 순이었다.



지난 5월 타계한 아동문학가 권정생씨와 문명교류사 연구자인 정수일씨는 각각 3권의 저서가 소개됐다. 권씨는 대표작인 ‘몽실 언니’를 비롯, ‘한티재 하늘’ ‘죽을 먹어도’가 추천됐다. 정씨는 ‘실크로드 문명기행’ ‘씰크로드학’ ‘한국 속의 세계’가 소개됐는데, 그가 역주한 ‘왕오천축국전’까지 더하면 가장 많이 이름을 올린 셈이다. 또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와 ‘연암집’이 나란히 소개됐고,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의 ‘강의’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도 이름을 올렸다. 미국 남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카슨 매컬러스(‘슬픈 카페의 노래’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와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위기의 지구’와 ‘불편한 진실’)의 저서도 2권씩 소개됐다. 이밖에 ‘나니아 연대기’로 널리 알려진 C S 루이스의 종교에세이 2권(‘스크루테이프의 편지’ ‘헤아려본 슬픔’)이 올랐으며, 구리 료헤이의 소설 ‘우동 한 그릇’은 ‘어린이를 위한 우동 한 그릇’과 나란히 소개됐다.



‘책읽기 365’에는 ‘88만원 세대’ ‘남한산성’ ‘만들어진 신’ 등 올해 출판가를 휩쓴 책들이나 ‘논어’ ‘소크라테스의 변명’ ‘바가바드기타’ ‘국화와 칼’ 등 고전이 추천되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숨겨진 책’을 발견하는 기쁨이 컸다. 1200여년전의 기행문인 ‘엔닌의 입당구법순례행기’나 ‘르네상스 인문주의의 선언서’로 불리는 ‘피코 델라 미란돌라-인간 존엄성에 대한 연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음식 전문책인 ‘다시 보고 배우는 산가요록’ 등이다. 미래 세계의 희망이 작고 평화롭고 협력적인 마을에 있음을 제시한 마하트마 간디의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 ‘시튼 동물기’ 초판본의 완역본인 ‘쫓기는 동물들의 생애’도 재발견됐다.



필자들의 ‘전공’을 벗어나는 ‘이례적인 책’을 보는 것도 또다른 즐거움이었다. 정민 한양대 국문학과 교수는 잡초를 통해 세상 이치를 말한 ‘잡초의 생존전략’을, 박홍이 연세대 물리학과 교수는 실용서 분야의 고전인 ‘적극적 사고방식’의 현대적 의의를 강조했다. 잡지로는 유일하게 ‘창작과 비평’이 소개되고, 김혜린의 만화 ‘불의 검’이 추천되기도 했다.



‘책읽기 365’는 ‘필수 도서 목록’을 제시하고자 하지 않았다. 도정일 경희대 명예교수가 지난 1월1일자 ‘여는 글’에서 밝혔듯 진정 중요한 것은 “독자들 자신이 만드는 책의 목록”이고, “그 목록으로 사회적 독서를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진우 경향신문 기자〉2007년 12월 27일
링크 :
로그인을 하시면 작성하실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