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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많이 읽는 우리 아이, 전집을 사줄까 아니면 단행본으로 꾸준히 구입해줄까?
작성자 : 임은정 작성일 : 08-03-04 | hit : 4246














“책 많이 읽는 우리 아이, 전집을 사줄까 아니면 단행본으로 꾸준히 구입해줄까?”



요즘 TV 홈쇼핑이나 인터넷을 통해 도서 전집을 구매하기가 쉬워졌다. 자녀 독서에 관심이 많은 부모로서는 전집 구매에 대해 한 번쯤 고민해보게 된다. 예전과 달리 단행본으로도 워낙 다양한 책이 나오다보니 ‘전집 무용론’이 만만치 않지만 전집 또한 나름대로 질을 높여가고 있어 여전히 구매에 적극적인 부모들이 있다. 전집 구매, 단행본 위주 구매에 각각 열성적인 두 엄마를 통해 어떤 장점이 있는지 알아봤다.



서울 여의도에 사는 주부 홍혜정(42)씨는 최근 3년간 총 28질의 전집을 구입했다. 전집당 50∼150여권이니 2000권 이상의 책을 산 것이다. 재작년까지 도서관 사서로 일했던 홍씨는 그때까지만 해도 양하연(9·여의도초교3), 서연(4) 자매에게 인터넷을 통해 주로 책을 사줬다. 그러나 직장을 그만둔 후 하연이에게 전래동화를 사주려 대형서점에 나갔던 홍씨는 너무나 다양한 책 앞에서 선택에 난감함을 느껴 전집에 관심을 갖게 됐다.



◇전집의 장점=홍씨가 말하는 전집의 최대 장점은 '다양성'. 예를 들어 아이가 나비에 관한 책을 읽은 후 "날아다니는 게 또 뭐있어요?"라고 물을 때, '다른 책을 곧 사줘야지'하면서 며칠 지나가면 아이의 관심은 이내 사라져버린다. 그러나 전집이 있을 경우에는 곤충과 조류에 대한 책을 바로 보여줄 수 있다.



아이 스스로 몰랐던 관심 분야를 찾아낼 수도 있다고. "딸들이라 막연히 과학은 안좋아하려니 했는데 과학 전집을 산 뒤 큰 애가 생명과학 쪽에 흥미를 갖는 걸 발견했어요. 그 분야 책을 읽고나니 물리·에너지 등에 관한 책에도 가끔 손이 가더라고요."



학교 공부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지리·역사 전집은 그냥은 잘 안보지만 스페인 작가의 창작동화를 읽다 스페인이란 나라가 궁금해지면 찾아보게 돼요. 그러다보니 하연이는 지리 역사 쪽 공부는 쉽게 느끼죠."



◇잘 고르는 법=홍씨가 전집 구매에 들인 비용을 계산해보니 1년에 250여만원. 월간 20만원 정도였다. 분명 적은 비용은 아니다. 그는 "둘째까지 볼 책이라서 무리했다고는 생각 안하지만 기왕 큰 돈을 들이는 것이니 세심하게 고른다"고 말했다.



우선 50∼70% 세일하는 책은 사지 않는다. 이 경우 유명 출판사 전집을 베낀 책이 많기 때문. 홍씨는 "믿을만한 출판사 본사에 전화 하거나 영업사원에게 부탁해 샘플을 직접 받아본다"며 "이때 출판사가 얼마나 연구해서 성의껏 만든 것인지 비교해본다"고 했다. 특히 아이들은 그림을 유심히 보기 때문에 그림 속 왕관·처마 하나하나까지 역사·지리적 고증을 바탕으로 세심하게 그려진 것을 고르라고 당부했다. "국회도서관처럼 전집류를 구비한 도서관을 찾아 미리 살펴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전집을 읽지 않을 때는=사실 아이들이 읽지 않아 전집에 먼지만 쌓이는 집이 적지 않다. 홍씨는 "우리 집도 애들이 아직 손대지 않은 책이 많지만 신경 안쓴다"며 "아이가 몇 달 동안 새 책에 관심을 갖지 않거나 한두 권만 계속 읽어도 상관하지 않고 느긋하게 기다리니까 서서히 많은 책에 관심을 갖게 되더라"고 전했다.



전집 읽히는 방법에 대해 교원 교육연구본부 윤미영 차장은 "전집을 구매한 부모 중에는 '가격과 효과'에 대한 부담을 느껴 자녀에게 읽기를 채근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책을 싫어하게 만드는 역효과만 나타난다"며 "일단 기다려보면서 집안 구석구석에 책을 둬 자녀가 친밀감을 갖게 해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강매령(42·제주 도남동) 주부는 독서 교육에 관심있는 부모 사이에서 꽤 이름이 알려져 있다. 한 인터넷 사이트에 꾸준히 올린 글이 화제가 됐기 때문. 이때 알게 된 엄마들을 대상으로 비공개 블로그도 운영하고 있다. 다독을 하는 둘째 딸 권수빈(14·제주 신성여중2)양을 위해 인터넷과 서점을 통해 많은 책을 사주다보니 책 고르는 법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강씨. 학원에 안보내는 대신 한달 평균 20만∼30만원을 책 구입에 쓴다는 그는 한 권 한 권 모두 직접 골라준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단행본 구매의 장점=수빈이는 겨울방학 두 달간 우리말책과 영어책을 각각 500권 이상 읽었다. 지난 4년간 읽은 책은 우리말책 35만쪽, 영어책 25만쪽 정도 된다고. 강씨는 인터넷 신문 서평과 교육 포털 사이트 등을 참고해 좋은 책을 살핀 뒤 인터넷 서점이나 대형 서점에서 내용을 일부 읽어보고 구입한다. 이유는 유기체처럼 계속 변하며 뻗어나가는 아이의 관심을 충족시켜주기 위해서라고.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비슷한 책을 연달아 읽으면 지겨워지죠. 그보다는 아이가 지금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을 그때 그때 사주는 편이 좋다고 봐요."



◇선택 방법='문학이 생각을 자라게 한다'는 강씨의 소신대로, 구매하는 책의 60∼70% 정도는 문학 분야다. 나머지는 인문 사회 과학 분야 등 다양하다. 아이의 현재 관심사는 도서관이나 서점에 데려가서 어떤 책을 펴보는지를 살펴서 가늠한다.



그렇지만 유행에 영합하는 책은 되도록 안사준다. 수빈이가 요즘 쏟아지는 판타지 소설을 읽고 싶다고 했을 때는 도서관에 가서 보게 하거나 영어 원서를 읽는 쪽으로 유도했다고. 그러자 수빈이는 얼마 안돼 "책들이 인기에만 영합해 안일하게 쓰여졌다"면서 관심을 보내지 않았다고 한다.



강씨는 학습 목적으로 쓰여진 책도 사주지 않는다. 논술 대비용으로 주해가 많이 달린 문학 서적이나 축약된 번역본, '청소년을 위한'이라는 식으로 다시 쓴 책 등이 이런 종류. 책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하고 창의력을 앗아간다는 판단 때문이다.



◇안읽는 책이 있을 때는=물론 아이가 읽지 않는 책도 생긴다. 강씨는 "여러 책을 사주면 그중 먼저 읽는 게 있고 손이 안가는 게 있지만 강권하지는 않는다"며 "지금 관심이 쏠리는 책을 충분히 읽는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설명했다. 한때는 수빈이가 손을 안대는 책을 보며 '돈주고 산 건데 왜 안읽나'라는 생각에 서운해하기도 했지만 소화할 능력이 되고 취향이 바뀌면 어느새 다 읽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대신 아이 취향을 더욱 세심하게 관찰하게 됐다.



이런 과정에서 강씨가 새롭게 발견한 게 있다고 한다. 부모가 아이들에게 특정 부류의 책을 노골적으로 권하면 아이들은 진짜 관심사를 숨기고 그 분야의 책을 좋아하는 척 할 수 있다는 것. 강씨는 "그 기간이 길어질수록 아이가 정말 원하는 분야의 지식을 쌓을 기회가 멀어지기 때문에 독서 성향에 간섭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황세원 기자, 사진=호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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