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생각하는 훈련’되면 어렵지않은데 …
[중앙일보] 블레즈 파스칼은 “세계의 모든 문제는 사람이 방 안에 홀로 있는 능력의 부재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많은 이들이 독서를 동경하면서도 일상의 습관으로 삼지 못하는 이유 또한 바로 여기에 있다.
영화는 둘이 볼 수 있지만 책은 함께 읽을 수 없다. 구연동화나 독후감 토론 같은 다양한 활동이 독서의 포괄적인 영역에 포함되긴 해도, 근본적으로 책은 우리에게 독대를 요구한다. 홀로 있는 시간에 인색한 현대인들에겐 사귀기 버거운 벗이 아닐 수 없다.
생각하는 시간을 즐기지 못하는 산만한 아이에게는 글쓰기를 하나의 기술로 가르치려고 온갖 방법을 동원해 봐도 결국 실패하고 만다. ‘홀로 생각하는 훈련’이 되어 있지 않은 아이들, 과연 어떻게 하면 좋을까.
8세에서 88세까지 읽는 철학 동화라는 부제가 붙은 데이비드 허친스의 『늑대와 양에 관한 진실』(바다어린이)을 읽으면서 생각 훈련의 첫 걸음을 떼어보자. 단면적인 사고에 길든 아이라면 늑대에게 잡아먹히는 양의 운명을 어쩔 수 없는 자연의 섭리로 인식할 것이다.
하지만 한계에 도전장을 던지는 일로부터 창조적인 사고는 시작되는 법. ‘왜 우리는 당하기만 해야 하나.’ 양 오토가 제기한 절박한 생존의 물음은 ‘어떻게 하면 돌파구를 찾을 것인가’로 발전, 양들은 늑대의 약점을 연구하고 활용해 스스로를 지키는 손자병법을 깨우치기에 이른다.
우리 또한 얼마나 많은 삶의 난제들에 단 한 번도 저항하거나 도전해 보지 않은 채 고정관념에 발목 묶여 백기를 흔들어 왔던가. 오늘 이 책 덕분에 신성불가침 영역으로 굳어버린 경직된 사고에 재고(再考)의 도전장을 던져보자.
다비드 칼리의 『나는 기다립니다』(문학동네)는 심플하지만 인생의 정수를 담고 있다. 무엇인가를 끝없이 꿈꾸고 바라고 기다리는 일로 이루어지는 삶. 나는, 그리고 내 아이는 무엇을 기다리고 꿈꾸고 있는 걸까. 아이들과 함께 다양한 생의 면면을 화두로 삼아 이야기의 실마리를 풀어보기에 안성맞춤인 책이다.
줄리아노 페리의 『내가 어른이 된다고요?』(주니어김영사)는 개구리가 되어 가는 올챙이의 이야기다. 성장과정에서 직면하는 아이들의 고민을 끌어내는 모티브 책으로 삼아 생각의 폭을 넓혀보자.
대상 연령은 그지없이 게으른 뇌세포를 가진 8세 이상의 어린이와 일단 저지르고 보는 ‘행동강박증’ 엄마들.
임사라 <동화작가> romans828@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