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학년은 끝까지 읽는 '통독' 습관을 "저학년은 지식 체계가 아직 정립되지 않은 상태라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습관을 먼저 들여줘야 합니다. 3학년부터는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책 내용과 연결시키면서 정독해야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키울 수 있고요." 흥미로운 건 모든 학년에서 가장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꼽힌 것이 '다독'과 '발췌독'이었다는 점이다. "많은 학교에서 책을 많이 읽는 아이들에게 상을 주는데 바람직한 방법은 아닙니다. 칭찬을 받으려고 드러내기 위한 독서를 하기 때문이죠. 한 권이라도 아이가 집중해 즐겁게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충남대 문헌정보학과 한복희 교수는 "'정독'은 책을 통해 새로 얻은 지식을 자신의 두뇌가 기억하고 있는 기존의 지식체계와 상호작용시키는 동시에 창의력을 키우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 "정독이란 앞뒤 맥락을 이해하면서 한 줄 한 줄 꼼꼼히 읽되 중요한 사건이나 연도, 인물은 암기해가면서 읽는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말하기보다 자유롭게 쓰는 독후활동 중요 독서교육이 말하기(토론)·듣기 중심 프로그램과 결합되느냐, 쓰기 중심 프로그램과 결합되느냐 하는 것도 창의력과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발달에 미치는 영향이 달랐다.
조씨의 연구에 의하면 쓰기 중심 교육이 장·단기 모두에서 효과적인 반면 말하기·듣기 중심 교육은 1년 이상 장기적으로 진행될 때에만 겨우 성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균관대 문헌정보학과 고영만 교수는 "글로 직접 써봐야 헝클어진 생각들이 정리되고 이를 다시 새로운 생각으로 발전시키는 힘을 얻는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쓰기 교육을 시키면 역효과다. "아이의 독특한 발상을 격려하는 쪽으로 자유로운 글쓰기를 시도해야죠. 결말 바꿔 쓰기, 뒷이야기 만들어가기 등 아이가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게 도와주세요." 말하기·듣기 교육에서도 부모나 교사의 개방형 질문이 필요하다. "책의 줄거리를 요약해봐" "주인공이 그 대목에서 뭐라고 말했지?" 식이 아니라, "네가 주인공이라면 그때 기분이 어땠을까" 하는 식으로 다양한 대답이 나올 수 있는 질문을 해야 생각하는 능력이 향상된다. "톨스토이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책을 끝까지 읽어주지 않고 '결말이 어떻게 될까?' 하고 물었다고 해요. 똑같은 줄거리도 읽는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른 반응이 나올 수 있으니까요."
- ▲ 학교가 파하면 동네 도서관으로 달려가는 성준이는 역사, 과학 분야의 책 읽기를 즐긴다. /이태경 객원기자 ecaro@chosun.com
◆한 권을 읽더라도 생각하며 즐겁게
그렇다면 아무 책이나 읽어도 상관 없을까. 한복희 교수는 "3번 읽어도 좋을 가치가 있는 좋은 책을 골라 정독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조미아씨는 "만화라도 아이의 상상력과 학습에 도움이 된다면 정독할 수 있게 격려해야 한다"면서 "단, 독서 편식이 안 되도록 만화책이 1권일 때 읽기 책 2권 식으로 균형을 맞추라"고 조언한다. 중요한 건 독서 습관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조미아씨는 "교육학자 주엘에 따르면 초등학교 1학년 때 책을 잘 읽었던 아이가 4학년이 되어서도 잘 읽을 확률이 88%, 책 읽기가 부족했던 아이가 4학년이 되어서도 책을 읽지 않을 확률이 87%였다"면서 "어릴 때부터 아이와 책을 소재로 자유롭게 대화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