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국립중앙도서관, AI도서 납본 첫 거절… '딸깍 출판' 대책 마련한다.
작성자 : 운영자 작성일 : 26-02-03 | hit : 93

루미너리북스 신청 395건에 납본 제외 결정

전자책 납본 예산 증가… 4월 정책연구 착수

"저질 도서로 세금 누수, 독자 신뢰 떨어뜨려"

"출간 문턱 낮추고 지식 창고 역할" 반론도

루미너리북스 "보상 노리고 신청한 것 아냐"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20대 대학생 김모씨는 얼마 전 미국 정치 현안에 대한 자료를 찾기 위해 서점을 찾았다가 기초 맞춤법조차 틀린 서적을 발견했다. 저자가 서문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했다"고 밝힌 책이었다. 김씨는 "과연 검수가 제대로 이뤄졌을까 싶어 그대로 책장을 덮었다"고 말했다.


생성형 AI를 이용해 빠른 속도로 책을 펴내는 이른바 '딸깍 출판'이 급증하면서 출판계와 당국이 대응에 부심하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 국회도서관 등 지식 자산 보존을 위해 예산을 들여 시중 도서를 수집하는 납본 제도를 운영하는 국립도서관에선 지난해 하반기 함량 미달을 이유로 AI 제작 도서의 반입 거부 결정을 처음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출판물 등에 AI 사용 표시를 의무화한 인공지능기본법이 지난달 시행된 가운데, 정부가 온라인 출판물 납본 제도를 정비할 계획을 세운 사실도 확인됐다.






전자책 납본 보상금 사상 최대



1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가 대표 도서관인 국립중앙도서관은 지난해 7~9월 출판사 루미너리북스가 납본 신청한 전자책 395건에 대해 '분량 미달, 공개자료 편집물, 내용 반복' 등을 이유로 납본 제외 결정을 내렸다. 이 출판사는 집필 및 출판 과정 전반에 AI 도구를 활용한다는 점을 내세우며 전자책을 양산하는 대표적 업체다. 국회도서관도 지난해 6~11월 출판사 4곳이 제출한 AI 출판물 42종에 대해 납본을 거부했다. 국회도서관 관계자는 "주제 분야가 다른 책들에서 비슷한 문장 형식이 반복되는 것을 발견하고 복수의 검증 소프트웨어를 통해 교차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납본은 국제표준도서번호(ISBN)를 받은 모든 책을 국립중앙도서관 및 국회도서관에 의무 제출하는 제도다. 도서관 자료를 국가 문헌으로 보존해 후대에 전승하거나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데 목적이 있다. 도서관은 출판사로부터 두 권을 제출받고 한 권 값을 보상금으로 지급한다.


국립도서관이 납본 도서를 가려 받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국립중앙도서관의 경우 검열 시비를 피하려 제작 경위나 내용을 이유로 한 납본 거부는 예외적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 도서관이 도서 선별에 나선 건 일부 AI 출판사가 저질 도서를 양산해 납본하는 걸로 수익을 꾀한다는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국립중앙도서관이 전자책 납본을 받기 시작한 2016년 전자책 납본 보상금은 1,213만 원(5개월 분)이었지만 2021년엔 연간 2억3,492만 원으로 급증했고 지난해엔 역대 최다 금액인 2억6,276만 원이 지출됐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전자책 등 온라인 자료 납본제도 정비를 위한 정책연구를 실시하기로 했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AI 출판사들의 납본 신청이 늘어난 점을 계기로 대책 마련에 나선 걸로 풀이된다. 도서관 관계자는 "사업자 선정 과정 등을 거쳐 올 4월 정도 착수할 예정"이라면서 "전자책 납본제도 시행 10년을 맞아 성과를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디지털 출판 환경 변화에 따른 신규 위협 요인 분석, 해외 주요국 사례 조사 등을 통해 정책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AI 출판, 품질 떨어져" vs "피할 수 없는 흐름"



지난달 11일 서울 종로구 한 서점을 찾은 시민이 서적을 살펴보고 있다. 기사 내용과 직접적 연관 없음. 연합뉴스



지난달 11일 서울 종로구 한 서점을 찾은 시민이 서적을 살펴보고 있다. 기사 내용과 직접적 연관 없음. 연합뉴스



출판계에서는 AI 도서 제작이 무분별하게 이뤄지면 출판시장 전반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연간 전자책 9,000권가량을 발행한 것으로 유명한 루미너리북스는 자체 개발한 AI 툴을 이용하고 있는데, 초기 출판물은 잘못된 정보와 오역 등으로 품질 논란을 일으켰다. 책 제작 과정에 AI가 개입됐는지, 어느 정도 활용됐는지를 독자가 명확히 알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달 22일 인공지능기본법이 시행되며 AI 결과물 표기가 의무화되긴 했지만, 그 대상과 기준이 분명하지 않아 업계에선 한동안 혼선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출판업계는 AI 도서의 기술적 완성도, 저작권 문제 등 보다 근본적 차원의 문제도 제기한다. 단행본 출판사 모임인 한국출판인회의의 홍영완(윌북 대표) 부회장은 "사내에서 AI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여러 시도를 해봤지만, AI에 의존한 출판 방식은 시기상조라고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출판계 대표 단체인 대한출판문화협회 관계자는 "저작권법상으로는 인간의 감정이나 사상이 담긴 것을 저작물로 보고 있는데 AI 산출물이 그렇다고 말하기엔 어렵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AI 출판이 책 출간의 문턱을 낮추고 지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데 유용하다는 반론도 있다. 루미너리북스는 'AI 출판 방식을 고집하는 이유'를 묻는 본보 질문에 "대규모언어모델(LLM) 학습을 위한 고품질 한국어 데이터를 다량 확보하는 걸 목표로 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출간 도서의 오류에 대해선 "AI의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을 없애기 위해 꾸준히 시스템을 업데이트해왔고, 현재는 인간 작가와 비슷한 정도로 개선됐다"며 "기술 발전 속도를 감안하면 AI가 인간보다 실수를 적게 하는 시대가 오는 건 시간문제"라고 주장했다.


이 출판사는 납본 보상을 노리고 전자책을 양산한다는 의혹도 강하게 부인했다. 국립중앙도서관에 400권에 가까운 도서의 납본을 거절당한 일에 대해 "납본 의무를 인지한 뒤 시험적으로 신청을 했을 뿐"이라며 "모두 거절당했기 때문에 보상금을 받은 적이 없으며 앞으로 신청할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 한국일보. 최다원 기자. 2026. 2. 2.

링크 : https://v.daum.net/v/20260202043221745
로그인을 하시면 작성하실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