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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오디세이] 삶의 완성은 죽음…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
작성자 : 운영자 작성일 : 25-05-26 | hit : 15

대한웰다잉협회

죽음, 애써 ‘모른척’ 하던 공포에서 적극적으로 껴안는 기쁨으로

터부시하던 죽음, 다양한 문화 정착에 기여할 것




<편집자 註> ‘강한 시민사회’의 풀뿌리는 비영리 시민단체다. 그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흘리는 땀과 정열 뒤에는 수천 수만 개의 시민단체들이 있다. 그들의 희생은 건강한 사회와 높은 삶의 질을 가능케 한 원동력이었다. NGO저널은 창간 기획으로 대한민국 사회를 움직이는 시민사회단체를 조명하고, 한국 사회를 이끌어 가는 NGO들이 어떻게 희망을 준비하고, 무슨 고민을 하는지 시리즈로 심층 연재한다.

 



2016년 개봉한 ‘미 비포 유(Me Before You)’는 인생을 즐기며 살다 하루아침에 사지 마비된 남자(윌)와 그를 돌보기 위해 임시 간병인으로 고용된 여자(루이자)의 로맨스를 다룬 영화다. 자신에게 닥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던 윌은 루이자를 만나 사랑하게 되면서 다시 삶에 대한 강한 의욕을 느끼게 된다. 삶에 대한 의지가 강해지자 윌이 그때부터 자신의 죽음을 적극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한 것은 아이러니다. 살고 싶은 의지가 강렬해질수록 죽음은 삶의 다른 형태로 다가온 것이다. 존엄한 죽음을 맞기 위한 그의 마지막 선택은 우리에게 고민과 숙제를 안겨준다.




 





영화 '미 비포 유' 유튜브 영상 캡처

 



2000년대 초반 일었던 건강한 삶을 살고자 하는 ‘웰빙’ 열풍이 잠잠해지면서 죽음의 질을 생각하여 ‘준비된 죽음’을 맞자는 ‘웰다잉(Well Dying)’ 열풍이 그 자리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죽음은 삶의 끝이 아닌 완성이라는 철학에 기반한 문제의식이다. 인구 고령화와 맞물려 ‘존엄사’ ‘호스피스’ ‘연명의료 거부’ 등과 같은 개념들이 일반 국민에게 피부에 와닿는 현실의 문제로 다가오기 시작한 것도 그즈음이다.

 



대한웰다잉협회의 탄생과 두드러진 활동도 이런 사회적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단체는 간호사 출신의 최영숙 협회장이 말기 환자를 돌보는 등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2011년 4월 설립됐다.

 



최영숙 협회장은 “학부에서 간호사 활동을 할 때 말기 환자로 진단을 받고 당황해하는 환자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처음에는 대부분 혼란스러워하지만 어떤 분들은 그런대로 빨리 죽음을 받아들이고 준비하는 모습을 알게 됐다”며 “처음에 그분들의 인격이 훌륭해서 그런가 했는데 그런 점도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평소에 자기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준비한 분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 후 가까운 지인들과 가족들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나의 죽음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사진=픽사베이

 



최 협회장은 “누구나 혼자 빈손으로 죽을 수밖에 없는 사실을 알면서도 우리는 모른 척하고 천년만년 살아갈 것처럼 삶에만 초점을 맞추다가 아무 준비 없이 황망하게 떠나는 것이 현실적인 모습”이라며 “그러는 중에도 말기 환자들께 죽음을 도와주는 활동이 호스피스 봉사라면 우리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떠날지 모르는 모든 사람에게 죽음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고 준비하게 함으로 아름다운 마무리를 도와주어야겠다는 생각에서 웰다잉 협회를 만들게 됐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사람이지만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교육이라는 이념으로 웰다잉 개론을 포괄적으로 교육했다. 2011년부터 지금까지 협회에서 주관하는 기본교육을 이수한 8000여 명의 회원과 단회기 특강 교육까지 포함하여 매우 많은 인원이 웰다잉 교육을 통해 죽음에 대한 마음을 열도록 했다”며 “더불어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하지 않도록 계몽하고 홍보하는 문화 활동을 전국적으로 실시하며 어르신들과 청소년들을 위한 웰다잉 관련 영화, 음악, 연극, 웰다잉 투어, 자서전 쓰기(인생노트), 집단 상담 등을 실시하여 진지하게 삶과 죽음을 통합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9월 15일 국회에서는 대한웰다잉협회와 국회 '존엄한 삶을 위한 웰다잉 연구회'와 공동 주최로 '제9회 웰다잉 포럼'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웰다잉 문화가 사회 전반에 정착할 수 있는 제도 마련과 바람직한 방향이 모색됐다.

 



이와 같은 취지로 설립된 대한웰다잉협회는 크게 네 가지의 목표를 지향한다. 첫째 출생과 사망은 누구에게나 반드시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함으로 생명의 존중함과 유한함을 깨닫게 한다는 것이다. 둘째 삶과 죽음은 반대 개념이 아니라 같은 연속 선상에 있다는 사실을 인식함으로 아름다운 삶이 곧 아름다운 마무리임을 깨닫게 한다는 것이다. 셋째 폭넓은 삶과 죽음에 대한 인식을 통해 개인, 가족, 사회, 국가, 세계에 대한 관심을 갖는 성숙한 삶을 살도록 하는 것이다. 넷째 삶만이 전부인 것처럼 소비, 쾌락, 형식적으로 살아가는 자세를 좀더 의미있고 진지하게 살도록 돕는다.

 



대한웰다잉협회는 네 가지 사업을 하고 있다. ▲교육사업으로 연령별 죽음 준비교육, 전문강사 양성교육, 자살예방전문강사교육, 시니어 죽음 준비교육이 있다. ▲연구사업으로는 사생학 연구, 웰다잉의 정착화를 위한 세미나·포럼 개최, ▲죽음 관련 논문·서적 출간이 있다. ▲문화사업에는 삶과 죽음에 관한 홍보·출판물 제작, 연극·독서토론회 개최, 건전한 장사문화 정착을 위한 프로그램 확대가 있고, ▲복지사업으로 노인대학·경로당 활성화 프로그램, 위기 청소년 생명존중 프로그램, 재소자·노숙인을 위한 상담 프로그램, 호스피스 봉사프로그램 등이 있다.

 



최 협회장은 13년 동안 활동하면서 특별하고도 다양한 경험들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는 특히 평소 죽음을 생각하기조차 불쾌하고 두려운 것으로 여기다 자신의 죽음을 직접 준비하면서 삶과 죽음에 대한 태도가 달라지는 이들을 지켜볼 때 감동을 느낀다고 한다.

 



그는 “한번은 어떤 어르신이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를 작성하러 오셔서 연필을 붙잡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봤다. 막상 자신의 죽음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준비한다는 것이 만감이 교차하시는 모양이었다”며 “한참 손을 잡아 드린 뒤 도장을 찍고 나니 “무언가 인생의 한 단락을 접은 것 같아 후련하다”라고 하셨다. 그 후 장례식, 장기기증, 유언 상속, 물건을 나누는 유산 항아리, 공적비, 인생노트(자서전) 까지 작성하면서 “떠나면 그만인 줄 알았더니 이렇게 정리할 것이 많은 줄 몰랐다. 평소에 헤어지는 준비와 연습을 하고 살아야 하겠다”라고 소감을 밝히는 것을 보고 헤어지는 준비를 하는 것이 얼마나 큰일인지를 알게 됐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잘 헤어지는 준비를 하려면 잘 살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임종 앞에서 많은 사람이 후회하는 것 중에 용서하지 못한 것, 사랑하지 못한 것, 자신의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것들을 짧은 인생 가운데 사랑하고 용서하고 후회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하며 준비한다면 잘 헤어질 수 있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덧붙였다.

 





사진=픽사베이

 



웰다잉 준비, 진정한 의미는 삶에 대한 의지



다음은 최 협회장이 소개한 또 다른 짤막한 사연이다.



어느 90대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마지막 대화 내용이다. 시골에 계시다가 도시의 요양병원으로 떠나시는 어머니께서 70대 며느리에게 “애미야! 내가 너무 오래 살아서 네가 고생 많이 했제. 내가 그 동안 맘에 없이 너한테 퍼부어 되었던 것들을 젊은 네가 모두 삭혀 버리래이” 며느리가 “ 그런 말씀이 어디 있나요. 제가 그동안 어머니 속 뒤집어 놓고 할 말 못 할 말 한 것 어머님이 모두 용서 하이소” 라고 마지막에 주고 받은 말이 그 50여년 동안 쌓인 고부간의 갈등을 다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 후 장례식이나 명절에도 며느리는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표현들로 회상하고 있다는 것은 정말 아름다운 이별이 아닐 수 없다.



현재 국회에서는 '죽음의 질'을 사회가 보장하도록 제도화하는 정책적 논의가 진행 중이다.



개별법으로 분산된 웰다잉에 관한 국가책무와 지원을 규정하고 기본방향을 제시한 '웰다잉 기본법'이 지난 8월 발의돼 국회에 계류 중이다. 복지부가 웰다잉종합계획을 시행하고 웰다잉정책위원회, 지원기구를 설립해 관련 사업을 수행하는 내용이다.



최 협회장은 “죽음은 의학적인 판단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총체적이고 종합적으로 정책을 세워야 한다”며 향후 활동계획과 방향을 소개했다.



그는 “무의미한 연명의료 거부에 대한 인식과 제도, 장기기증으로 생명나눔 문화확산, 형식적이고 상업적인 장례문화를 현실적이고 의미 있는 방향으로 전환, 유언 상속과 기부문화 정착, 등 다양한 죽음준비 문화를 정착시키는데 기여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미리 생전 이별식을 통해 서로 화해와 용서를 넘어서서 감사와 기쁨이 충만한 삶을 누리도록 돕고 또한, 개인적으로는 자아통합을 위한 자서전 쓰기 활동을 확대시킬 것이며 죽음을 앞둔 환자와 가족들의 사별 관리를 돕는 애도 상실 프로그램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노년뿐만 아니라 청장년, 청년, 청소년, 아동에 이르기까지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동화, 영화, 연극, 음악, 예술을 통해 다방면으로 체계적인 교육안 등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했다.



최 협회장은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에 죽음에 대한 다양한 문화가 확산하고 올바로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죽음을 저 너머 멀리 있는 공포(죽음공포증-thanatophobia, death anxiety)가 아닌 삶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예전보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영국처럼 누구나, 어디서나 죽음에 대한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호스피스 시설의 확대, 데스 카페, 데스 주간, 죽음에 대한 포럼, 세미나, 연구 공간, 잡지 등이 쉽게 접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 NGO저널. 박주연기자. 2023. 10. 13

링크 : https://www.ngojournal.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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