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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눈] 학생들을 위한 진짜 독서교육은? 장충고 권희린 사서교사
작성자 : 운영자 작성일 : 25-03-17 | hit : 28

[EBS 뉴스]

서현아 앵커

학생들을 위한 진짜 독서교육은 어때야 할지, 서울 장충고등학교 권희린 사서교사와 이야기 나눠봅니다.

선생님, 어서 오세요.

특히 독서라는 주제를 놓고 책을 굉장히 많이 쓰신 것 같아요.

그동안 어떤 책들을 써오셨습니까?

권희린 사서교사 / 서울 장충고등학교

저는 학생들과 수업하면서 재미있는 일들이 많았는데요, 그런 수업의 이야기들을 전하고 싶어서 책을 쓰게 되었고, 제가 처음에 교단에 섰을 때 학생들이 욕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렇게 욕하는 것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5분 비속어 수업을 진행했었거든요.

학생들에게 욕의 어원을 가르쳐주고, 어떤 상황에서 이런 말을 썼는지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나쁜 의미가 담긴 말이기 때문에 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려주는 수업이었어요.

그런데 한 학기가 지나고 나니 아이들의 말의 태도가 많이 바뀐거예요.

그래서 이런 부분을 다른 선생님들이나 학부모님들, 학생들과 공유하면 좋겠다 생각하면서 라는 책을 쓰게 되었어요.

실제로 저의 '5분 비속어 수업' 사례를 가지고 직접 수업을 하신 선생님들도 많았고 학생들도 이런 수업을 조금 재미있게 바라보면서 언어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런 저의 수업의 이야기들을 담다보니 그 이후에도 많은 책들을 쓰게 되었어요.

서현아 앵커

네, 욕하지 말라고 꾸짖기만 하기보다 이 욕이 어떤 의미인지 자세히 알려주는 그런 수업을 운영하셨던 거군요.

그리고 또 화제가 되는 부분이 유명 게이머 페이커의 독서 목록까지 찾아서 학생들의 독서를 독려하시는 교육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효과가 어땠습니까?

권희린 사서교사 / 서울 장충고등학교

남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프로게이머 페이커 선수가 독서를 굉장히 좋아한다고 해서 그 목록을 찾아보았더니 학생들이 한 번쯤 읽어보면 좋겠다 싶은 책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그 목록을 따로 정리해서 포스터를 만들고 도서관에 '페이커의 서재'라는 제목으로 학교 도서관에서 큐레이션을 진행했어요.

목록을 살펴보니 페이커가 읽는 책들의 수준이 굉장히 높더라고요.

그래서 그 부분을 별로 표시해 수준을 나눠서 학생들에게 소개했는데요, 처음에 학생들은 엄청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그 목록들을 바라보더라고요.

페이커가 책을 이렇게 많이 읽어요? 라며 신기해하는 친구들도 있었고, 그 가운데에서 자기가 읽을만한 쉬운 책을 추천해달라는 친구들도 있었어요.

고등학교 3학년의 경우에는 제가 고전필사 수업을 진행하면서 페이커가 한 예능프로그램에 나와서 하는 인터뷰도 함께 보여줬었는데요, 그 때 페이커가 독서를 통해 "게임을 바라보는 태도,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해요.

그 이야기를 학생들에게도 전해주면서 동기부여를 열심히 했었어요.

물론 이 한 번의 큐레이션으로 책을 읽지 않던 학생들이 책을 읽는 모습으로 완벽하게 변화된 것은 아니었어요.

중간에 포기한 친구들도 더러 있었고요.

하지만 독서라는 것이 꼭 수능 점수를 위해서가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기 위해 독서가 필요하다, 자신의 롤모델이 꾸준한 독서를 통해 지금의 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 자연스럽게 깨닫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서현아 앵커

요즘 팬덤 독서라는 말까지 생겨나고 있다고 하는데, 독서의 롤모델을 제시해 줬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사실 학교 현장에서 유명한 독서 목록은 서울대 필독도서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이런 것들은 학생들이 실제로 잘 읽지 않는다고요.

권희린 사서교사 / 서울 장충고등학교

학생들의 독서 수준은 사실 제각각 많이 달라요.

고등학생이지만 중학교 저학년이 보는 청소년 소설을 버거워하는 친구도 있고요, 대학생들이 보는 전공서적을 자연스럽게 보는 친구도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요즘처럼 문해력이 떨어졌다, 문제가 있다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수준별 독서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봐요.

그런데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서울대 필독서라든지 명문대 필독서와 같은 경우 최상위권을 위한 독서목록이 제시되어 있거든요.

제가 목록을 보다보면 이런 책을 고등학생이 읽을 수 있을까 싶은, 독서력이 꽤 갖추어진 친구들만이 소화할 수 있는 책들도 많아요.

그래서 그런 목록들이 일반 독서 수준을 가진 학생들에게 전달되었을 때, 학생들은 혼란을 느끼게 됩니다.

실제로 이과 학생들이 <총균쇠>나 <이기적 유전자>를 진로도서로 선정해 읽는다고 선택하고는 책을 펴 보았지만 서문도 제대로 못 읽고 포기하는 모습도 많이 봤어요.

그런 책에 대한 동경은 좋지만, 그런 책들만이 꼭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계속해서 생각하게 된다면 장기적인 독서습관에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할것 같아요.

그리고 못 읽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경험에서 오는 좌절감이거든요, 학생들에게 독서를 권유하면 '이생망' 이라는 말을 많이 하거든요.

이번 생은 망했다는 이야기예요.

어차피 읽지 못하기 때문에 안 읽는다고 말해버려요.

잦은 좌절감을 맛보면서 지레 포기해버리는 거예요.

사실 고등학생이 중학교 수준의 책을 읽어도 괜찮거든요.

저는 그 학생이 푹 빠져서 읽을만한 쉽고 재미있는 책을 읽는 것이 독서의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책, 이건 꼭 읽어봐야 한다는 식의 책의 목록은 어느 정도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쓴 책 가운데에서도 <생기부 고전 필독서30 외국고전> 이라는 책이 있는데요, 관련된 강의를 할 때에도 이 책에서 언급한 고전들의 독서레벨을 제시해서

차근차근 읽혀야 한다고 강조드려요.

고전을 접근하고 싶은데 완역본이 쉽지 않기 때문에 거꾸로 가야 한다고 말씀드립니다.

<멋진 신세계>를 읽히고 싶은데 안 될 것 같으면 <기억전달자>부터 읽히면서 디스토피아가 무엇인지 이해시키고요, 그것도 안될 것 같으면 그래픽 노블을 읽히라고 권해드려요.

완역본이 안되면 좀 쉽게 풀어놓은 중학생용 완역본, 그것도 안되면 초등학생용 축약본도 좋다고 말씀드리고요.

그렇게 책을 재미있게 읽고 즐거운 정서를 경험하면 스스로 책을 읽게 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수준이 제대로 나눠져 있지 않은 '필독서'를 강요하는 것은 가장 좋지 않은 독서 독려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서현아 앵커

독서가 중요하다는 건 누구나 다 알고 있는데 이 학생들에게 맞는 독서 교육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고민이 클 것 같습니다.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권희린 사서교사 / 서울 장충고등학교

앞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수준별 맞춤형 독서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는데요, 그렇다면 저는 학교에 독서 전문가인 사서교사가 배치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른 교과 선생님들께서도 독서지도를 하시지만 고등학교의 경우, 선생님들께서 입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제대로 된 독서시간을 내기도 힘들고 교사가 지도를 할 여건이 많지 않아요.

그래서 학생들의 독서지도를 전적으로 맡아서 할 사서교사가 배치되어, 사서교사의 수업시간을 통해 학생들의 문해력 교육을 차근차근 해나갈 수 있는 그러한 제도적인 부분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의 경우 2~3년동안 대부분의 학교 도서관을 리모델링 하면서 도서관이라는 좋은 장소는 잘 마련해두었는데요, 실제로 그 도서관에서 독서지도를 할 사서교사가 부족한 실정이에요.

사서교사가 학교별로 배치되어 학생들의 수준에 맞는 독서지도를 할 수 있으면 지금보다 훨씬 더 학생들이 즐겁게 책을 읽는 문화가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서현아 앵커

네, 책을 많이 마련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책 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 줄 어떤 교사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시죠, 지금 사실 교육계의 가장 큰 화두는 인공지능 디지털 교육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디지털이 강조될수록 학생들이 책에서 멀어지는 게 아니냐라는 우려도 나오는 게 사실인데요.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권희린 사서교사 / 서울 장충고등학교

디지털 기기를 많이 사용하면서 유튜브 동영상이나 숏츠에 중독되어 실제로 책을 읽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에요.

한 OECD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실질 문맹률이 무려 75%라고 해요.

글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이해하지 못하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는 거예요.

그러다보니 책을 멀리하게 될 수밖에 없어요.

이해가 안 되는 책을 계속 보고 있으면 재미가 없으니까요.

결국 문해력이 떨어지는 사회가 오랜 시간 지속되고 있는 이유도 이렇게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는 사회로의 변화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생각해요.

물론 이러한 상황은 우리나라뿐만은 아니고 과도한 디지털화가 문해력 저하를 유발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스웨덴의 경우 2017년에 유치원에서 디지털 기기 사용을 의무화했던 것을 전면 백지화하기로 했고요, 캐나다 온타리오 주에서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필기체쓰기 수업을 필수 교육과정으로 되살리기로 했다고 해요.

프랑스에서는 15세 이하 학생은 학교에 스마트폰을 가지고 오지 못하게하고 있고요, 이탈리아의 경우도 현재 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 금지 조치를 내렸어요.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디지털화 되고 있는 현 시대에서도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면서 문해력이 떨어지는 상황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거든요.

저도 다른 나라의 상황과 마찬가지로 현대 사회의 변화속에서 디지털 기기의 필요성을 생각하되, 아날로그의 불편함과 구식의 느낌이 있다고 하더라도 교육 속에서는 종이책을 좀 더 많이 읽고 직접 쓸 수 있는 교육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도 수업 시간에 직접 책을 읽고 노트에 자신의 생각을 쓰고 필사를 하는 수업을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는데요, 정독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은 물론이고, 학생들의 심리적인 부분에서도 굉장히 안정을 주고, 집중력도 향상되는 부분을 실제로 경험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아날로그 수업을 계속 진행할 예정입니다.

서현아 앵커

지금 우리 교육의 가장 큰 우려이자 고민 중의 하나가 날로 떨어지는 문해력 그리고 독서율입니다.

마냥 걱정만 하기보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접근법으로 다가갈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선생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BS NEWS 황대훈 기자. 2025. 03. 14

링크 : https://news.ebs.co.kr/ebsnews/allView/60578659/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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