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독서교육신문 백원근 독서출판평론가]
20대 전자책 독서율이 종이책 독서율 처음 앞질러
4월 18일 문화체육관광부는 <2023년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는 초‧중‧고 학생과 성인으로 구분하여 시행한다. 초·중·고 학생의 종합독서율(교과서/학습참고서/수험서를 제외한 종이책/웹소설/전자책/오디오북 읽기/듣기)은 95.8%, 종합독서량은 36.0권으로 2년 전보다 독서율은 4.4%포인트, 독서량은 1.6권 증가했다. 성인의 경우 종합독서율은 43.0%, 종합독서량은 3.9권으로 2년 전보다 4.5%포인트, 0.6권이 각각 감소했다.
시계열 추이로 보면, 2013년 이래 성인‧학생 모두 지속적으로 감소하던 독서율이 2023년에 학생은 반등하고 성인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점이 특징적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학생 독서지표 증가의 이유로 코로나19 이후 학교 독서교육이 강화된 점을 들었다. 문제는 성인이다. 종이책 독서율은 더욱 떨어져 32.3%까지 하락했고, 전자책과 오디오북 등 디지털 매체 이용률을 더한 성인 종합독서율은 43.0%로 나타났다. 이제 성인 3명 중 1명만 종이책을 읽는다는 뜻이다. 매체 환경의 변화 속에서 독서인구의 양적 감소가 두드러진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10년 사이에 학생의 종이책 독서율은 큰 변화가 없는 반면, 성인은 종이책 독서율이 71.4%에서 32.3%로 무려 39.1%포인트나 감소했고, 전자책/오디오북을 더한 종합독서율도 72.2%에서 43.0%로 29.2%포인트가 감소했다. 10년 사이에 이처럼 충격적으로 독서율이 감소한 나라는 없을 것이다.
[국민실태조사의 성인/학생 독서율 추이]
출처=문화체육관광부
[매체별 독서율 추이]
출처=문화체육관광부
이는 독서 매체 환경에서 디지털 독서 매체가 종이책을 일부 대체‧보전하는 효과도 있지만, 스마트폰과 디지털 영상매체 등의 영향력이 더욱 거세지며 독서 매체의 설 자리가 갈수록 줄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실제로 <2023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방송통신위원회) 결과를 보면, 스마트폰 하루 평균 이용 시간은 2021년 123분에서 2023년 126분으로 3분 증가하고, 온라인 동영상 콘텐츠(OTT) 이용률도 같은 기간 동안 69.5%에서 77.0%로 7.5%포인트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서지표 변화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20대의 전자책 독서율(58.3%)이 종이책 독서율(47.4%)을 처음으로 앞질렀다는 점이다. 이는 2년 전보다 20대의 종이책 독서율이 12.9%포인트 감소하고 전자책 독서율은 7.8%포인트 증가했기 때문이다. 또한 국민 평균 연간 종합독서량이 2021년 4.5권에서 2023년 3.9권으로 감소한 가운데, 20대는 8.5권에서 9.0권으로 증가했다. 독서자 기준의 전체 연령대 평균 독서량은 연간 9.5권에서 9.1권으로 감소했으나, 유독 20대만 10.8권에서 12.1권으로 증가했다. 이것은 성인 전체 평균 전자책 독서량이 1.9권이지만 20대의 경우 6.0권으로 2년 전보다 2.0권이 증가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다른 연령대를 보면 50대의 독서율이 지난 2년 사이에 1.2%포인트 증가했고(2021년 35.7% → 2023년 36.9%), 전체 평균 독서량 2.6권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한편, 성인들이 독서를 하기 어려운 이유는 ‘일(학생은 공부)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와 ‘책 이외의 매체(스마트폰/텔레비전/영화/게임 등)를 이용해서’가 가장 높았고, 학생의 응답도 이와 비슷했다. 성인의 독서지표는 교육 및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높고, 연령이 많을수록 하락하는 사회적 독서 양극화 현상이 이번에도 다시 확인되었다.
조사 문항 설계와 보고서의 문제점
국민독서실태조사는 1993년 ‘책의 해’ 사업의 일환으로 출판계에서 처음 시작한 이래, 예산 문제로 인해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사업으로 전환되며 최근 19회째까지 시행되었다. 2008년에 국가승인통계로 지정되어 2012년부터 2년 주기 조사로 진행되고 있다. 성인 응답자 표본 수는 1,000명에서 시작해 점차 확대되었다. 그런데 2023년 조사에서는 예산 축소로 인해 성인이 6,000명에서 5,000명으로 줄었고, 초중고 학생도 학교급별로 1,000명씩 총 3,000명이었으나 2,400명으로 줄었다. 그간 역대 조사 수행 기관은 거의 한국출판연구소가 주관해 왔었지만 2023년 조사의 경우 코그니티브컨설팅그룹으로 변경되었다.
조사 문항 수도 직전 조사인 2021년 대비 대폭 축소되었다. 성인은 53문항에서 34문항으로, 학생은 61문항에서 37문항으로 조정되었다. 조사보고서에 표기된 것처럼 성인‧학생 문항의 통합 및 일원화, 활용성이 부족한 문항 삭제, 유사 문항의 통합 및 보완, ‘독서’에 대한 인식 범위와 해당 매체 경험 여부 파악이 그 이유로 적시되어 있다. 물론 필요성이 낮은 문항은 줄여 응답자의 부담을 낮추고, 시의성 있는 신규 문항은 신설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런데 이번 조사의 조사표를 보면 꼭 필요한 문항까지 줄이거나 통합한 것이 여럿이고, 어찌된 일인지 신규 문항은 거의 찾기 어렵다.
이를테면, 도서관과 관련된 문항이 대폭 줄면서, 이전 조사까지 있었던 도서관 이용 빈도, 도서관 이용 목적, 비이용자의 비이용 이유를 알기 어려워졌다. 학생의 경우에도 성인과 마찬가지로 도서관 이용 유무 및 ‘주로 이용하는 도서관’을 묻는 문항이 전부여서, 공공도서관과 학교도서관 각각의 이용률을 알기 어려워졌다. 활용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관련 문항을 축소하면서 삭제해서는 안 되는 문항까지 날려버린 것이다. 다른 조사에는 전무한 성인의 공공도서관 이용률, 학생의 공공도서관 및 학교도서관 이용률을 알기 어렵게 되었으니 난감하다.
종이책, 전자책, 오디오북의 구입처를 묻는 문항에서는 보기로 ‘구입하지 않음’이 신설되었는데 그 응답률이 매체별로 15~30% 전후의 비율을 차지해 지난해까지 유지되던 구입처별 시계열 체계가 무너져 버렸다. 질문 내용과 역행하는 보기의 제시로 응답 수치가 오염된 것이다. 이외에도 성인 설문지의 경우 독서 동아리, 직장 독서환경 관련 문항 등이 사라졌고, 학생 설문지에서는 학교도서관 관련 문항 4개 전체와 독서 동아리, 아침독서, ‘한 학기 한 권 읽기’ 관련 문항이 삭제되었다.
직전 조사까지는 선호하는 독서 분야의 보기 제시가 초등학생, 중고등학생, 성인의 3종류였다. 그런데 이번 조사는 이를 하나로 통합하면서 초등학생들이 많이 보는 ‘위인전’이 사라졌고, 중고등학생 대상의 ‘직업/취업과 관련된 책’ 분야도 삭제되었다. 성인 설문지에나 어울리는 ‘재테크(주식‧부동산)’를 초중고 학생용 설문지에까지 동일하게 넣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응답 결과의 비율이 매우 낮을 것으로 보이는데, 보고서에는 소수 응답 비율이 실리지 않았고 기본통계표가 첨부되지 않아서 실상을 알기 어렵다. 또한 단일 매체(종이책/전자책/오디오북)만 이용하거나 여러 매체를 함께 이용하는 하이브리드 독자 구성 비율도 알기 어렵다.
조사 보고서의 매체별 읽기 경험 비율에 대한 응답 비율은 종이책 34.3%, 전자책 14.4%, 오디오북 4.6%인 것에 비해, 독서율 응답에서는 종이책 32.3%, 전자책 19.4%, 오디오북 3.7%로 집계되어 응답자의 성실한 응답(응답의 일관성)이 이루어졌는가에 대한 확인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성인 응답자가 5,000명인데 연령별, 가구소득별, 독서량 수준별로 집계해 보면 1명이 모자라거나 남는다. 학생도 연간 독서량 수준별, 중학교 성별, 고등학교 학년별 집계에서도 동일한 문제가 발견되어 수정이 필요해 보인다.
이번 조사 결과의 가장 큰 특징이자 문제로 제기되는 것은 성인 독서율의 지속적인 하락이다. 그런데 성인 독서율 감소세가 2023년에 멈추고 반등했다는 다른 조사 결과도 있어서 참조할 만하다. 지난해 11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사회조사>는 13세 이상 국민 36,000명이 응답했는데, 평균 독서율이 48.5%로 2021년 대비 2.9%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표본수가 국민독서실태조사 대비 7배 이상 많은 이 조사 결과를 보면 2년 전보다 모든 연령대에서 독서율이 증가했다. 50% 미만의 독서율이라는 면에서는 두 조사 모두 비슷하지만, ‘지속 하락’과 ‘반등’의 함의는 다르다. 조사 결과의 차이점에 대한 요인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지난 2021년 조사에서 특집형 문항 형태로 실시한 ▲코로나19가 독서에 미친 영향, ▲디지털 독서 매체 관련 테마 조사가 다른 내용으로 대체되지 않고 사라진 것이나, 정책에 활용 가능한 문항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은 점도 아쉽다.
조사 결과의 시사점과 과제
이번 조사 결과가 시사하는 것은 무엇일까. 첫째, 20대 독서율에서 전자책이 종이책보다 앞서기 시작했다는 지표가 처음으로 제시되었다는 점이다.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빠르게 본격적인 디지털 독서 시대가 개막됐다는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따라서 조사 범위와 항목의 개선, 독서정책 차원의 대응이 절실히 요구된다.
둘째, 추락하는 성인 독서율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독서 정책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독서소외인에 대한 독서복지 정책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고 본다. 책을 읽기 위한 여건에 문제가 없지만 독서습관 부족으로 책을 읽지 않는 비독자와 간헐적 독자에게는 책 읽는 계기를 제공하고 독서 유인 정보를 자극하는 방법이 효과적이겠지만, 신체적 장애 또는 경제적‧사회적‧지리적 제약 등으로 독서 문화에서 소외되어 있거나 독서 자료의 이용이 어려운 독서소외인에게는 각별한 정책적 관심을 통해 독서율 제고뿐 아니라 책을 통해 인간다운 삶을 살 권리이기도 한 ‘독서권’이 신장되도록 중앙정부와 지자체, 독서 관련 기관‧단체 등에서 적극적인 관심과 정책적 노력이 경주되어야 할 것이다.
사진=핀터레스트
©한국독서교육신문(http://www.readingnews.kr) 백원근 독서출판평론가. 2024. 4. 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