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느린학습자를 위한 사회성·감성 교육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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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운영자 | 작성일 : 23-11-28 | hit : 208 | ||
코로나 대란을 겪으면서 우리의 생활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고, 그중에서도 학교의 일상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전환되었다. 온라인 입학식과 졸업식, 실시간 수업, 언택트 체육대회, 화상 축제 등 모두가 처음 경험하는 비대면 공간에서 교사와 학생들은 ‘학교’ 생활과 비슷한 일상을 지냈다. 이러한 상황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3년이 지난 지금은 어느새 비대면 환경에 적응하여, 오히려 대면으로 만난 선생님과 친구들이 서로 어색해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교사들이 처음 해본다는 실시간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며 정신없이 보내고 있을 때, 빠른 사회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학생들이 있었다. 바로 느린학습자들이다. 필자는 22년간 임상 현장에서 발달이 느린 아이들의 정서와 사회성 발달을 돕는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필자가 그 아이들과 함께 경험한 코로나 시기의 온라인 환경은 적응하기도 전에 빠르게 지나갔기에 새로운 정보와 온라인 매너를 습득하고 이해하는 시간이 부족했으며, 이제야 적응해 보려던 차에 대면 수업으로 전환되어 미처 익히지 못한 사회적 기술(social skill)들도 많았다. 따라서 이번 칼럼을 통해 느린학습자의 어려움과 지원정책을 짚어 보고, 이들을 위한 사회성·감성 교육의 현실과 나아갈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느린학습자의 어려움 느린학습자의 특성 중 지적 능력을 먼저 살펴보면, 좁은 의미에서는 지능지수(IQ) 70~85의 경계선 범주에 해당된다는 것이고, 넓은 의미에서는 이들이 또래나 가진 지적 능력에 비해 학습의 어려움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무엇보다 느린학습자의 가장 큰 어려움은 전반적으로 “학습”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느린학습자들은 인지 발달의 지연으로 사회적 상황 이해가 어려워 규칙을 습득하지 못하거나 그 습득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정서 발달 지연으로 인해 안정감을 느끼지 못하거나 감정 조절이 어렵고, 사회적 기술 습득이 부족하여 친구 관계를 만들지 못하거나 관계 유지에서 어려움을 경험한다. 이러한 한계로 느린학습자들은 학교생활 부적응을 보인다. 지금까지 느린학습자들은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과 수업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도 개별적으로 적절한 교수 지도를 받지 못했다. 이러한 문제는 고스란히 아이와 부모의 몫으로 남겨져 상담과 치료교육을 받으며 발달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린 우리 아이들이 학교의 빠른 변화를 따라가기엔 역량이 부족하고, 또래 아이들의 발달 속도에 맞춰가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하여 그 노력을 멈출 수는 없다. 느리다는 한계를 스스로가 수용하면서, 동시에 또래 아이들과 발맞추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야 학교 안에서 함께 생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와 함께 하는 느린학습자들도 일반 학급에서 적응하기 위해 여러 가지 상담과 치료교육을 받으며 부단히 애를 쓰고 있지만, 학습을 따라가는 것은 둘째 치고라도 자연스러운 대화도 어려운 입장에서 마스크까지 쓴 상태로 친구들 놀이에 끼어들기는 상당히 어려운 과제이다. 느린학습자를 위한 정책 코로나 시기를 겪으며 교육계의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여 기초학력이 부족한 느린 학생들을 위한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이 마련되었다. 학습 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와 각 시·도교육청이 연계하여 체계적인 도움을 제공함으로써 교육결손을 해소하는 것이 이 정책의 요지이다. 이를테면, 방과 후 교과 보충, 멘토링, 심리정서지원 상담프로그램 등 개인별 맞춤형 교육으로 느린학습자들의 교육 격차를 줄여 학교 적응을 돕는다는 취지이다. 느린학습자들은 학교의 교과 수업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 정서와 대인관계, 사회성 등 전반적인 발달에서 지연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다각적인 지원 대책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이 정책이 잘 시행되어 정착되기만 한다면 우리의 느린 아이들은 상담과 치료교육을 받기 위해 발달센터를 가지 않고 학교 차원의 도움만으로도 그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으므로 교사와 부모, 아이들 모두에게 좋은 일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계획들을 성공적으로 실시하기 위해 교육부는 어떤 방안을 세웠을까 하고 살펴보니, 교원 전문성을 강화하고 기초학력 담당 교원을 양성하고, 예비 교원의 역량을 함양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학교 교과 수업 준비와 행정으로 바쁜 교원들이 과연 이것저것 챙겨야 할 것이 많은 느린학습자들을 위해 전문적인 준비를 할 수 있을까, 그리고 느린학습자들을 선별하기 위한 진단과 교육계획을 어떻게 세우게 될까, 교사들이 느린학습자에 대한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 어려움과 문제들에 대해 어떤 상담 접근을 하게 될까, 지금부터 염려와 기대가 동시에 일어나는 부분이다. 느린학습자들을 위한 사회성·감성 교육 사실상 느린학습자들에게 중요한 문제는 학교생활의 적응이다. 물론 교과학습 수준을 높여 교육격차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업시간에는 친구들과 함께 모둠 활동을 하며 즐겁게 참여하고, 쉬는 시간에는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점심시간에는 운동장에서 신나게 뛰어놀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학급 안에서 느린학습자들은 수업 활동을 따라가지 못해 공부를 못한다는 인식을 받고, 친구들이 놀이에 끼워주지 않아 소외감을 느끼는 경험을 한다. 교사들이 학급 내 응집력과 친밀감을 높이기 위한 공동체 활동을 다양하게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느린학습자들이 함께 소속되어 즐거움을 느끼는 것은 여전히 어렵기만 하다. 공동체 놀이 상황 규칙도 이해가 안 될 때가 있을뿐더러, 친구들과 함께 즐거움을 나누며 참여하기엔 정서적 공감을 통한 상호작용을 하지 못하고 놀이가 끝날 때가 많다. 대면 수업이 실시되면서 학급 내에서 친구 관계 형성을 위한 공감 훈련과 공동체 의식이 강조되고, 코로나로 소원해진 인성교육과 또래관계 증진을 위한 사회성·감성 교육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느린학습자들도 또래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의사소통능력과 대인관계기술, 사회적기술, 공감능력 등을 향상시킬 수 있는 학교 차원의 교육적 접근이 필요하다. 따라서, 또래 간 친밀감을 높이고 협력하도록 학생 개개인을 향한 교사들의 관심과 노력이 더욱 필요한 때이다. 특히, 학급 단위의 사회성·감성 증진을 위한 프로그램을 실시할 때에는 느린학습자들을 위한 개별적인 지침과 구체적인 방안도 함께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느린학습자들을 위한 사회성·감성 교육은 이들의 인지적, 정서적, 행동적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여 이해하기 쉽고, 간단한 표현으로 제시하는 것이 좋다. 구체적인 행동의 예시를 들고, 교사가 직접 시범을 보이거나 또래의 행동 모델링을 통해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예를 들어, 친구와 도움을 주고받는 주제를 교육하고자 할 때, 인지적 발달이 느리기 때문에 ‘도움이 뭘까?’, ‘도움을 주고받는 것이 무엇일까?’의 개념을 알아갈 수 있도록 체계적인 도움이 이들에겐 필요하다. 그리고 나서 ‘친구가 도와주었던 일은 무엇이었니?’, ‘친구가 도와줘서 쉽게 할 수 있었던 일은 무엇이었을까?’ 등으로 사고를 확장하는 활동이 필요하다. 정서적 발달 측면에서는 도움을 받아 기분이 ‘좋음’, ‘편안함’, ‘고마움’, ‘안도감’ 등으로 기분 상태를 다양한 상황과 연결시켜 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사회적 기술의 행동적 측면에서 ‘내가 친구를 도와주었을 때는 언제였나?’, ‘내가 앞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어떤 모습을 보이는 것이 좋을까?’ 등의 단계적 질문을 통해 행동 연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느린학습자들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한 학습능력 향상 교수와 사회정서 발달을 돕는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때, 느린학습자들은 또래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사회적 적응에 필요한 다양한 기술들을 배워가게 될 수 있을 것이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참고자료 • 네이버 카페 ‘느린걸음’ (https://cafe.naver.com/loosebaby) (https://blog.naver.com/moeblog/221934336027) • 유투브 교육부 TV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 궁금하셨죠? 다~~ 알려드립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4Ou8PgnAYM0) ⓒ 교육을바꾸는사람들, 최서윤, 숙명여자대학교 교수. 2022.11.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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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 https://21erick.org/column/910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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