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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은 놀이터…냉정한 현실까지 담은 책에서 세상 배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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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운영자 | 작성일 : 22-12-13 | hit : 281 | ||
[어린이문학 100년 ‘쓸모’를 찾아서][어린이문학 100년 ‘쓸모'를 찾아서] 해마다 북유럽 최대 규모의 예테보리도서전(Göteborg Book Fair)을 여는 스웨덴 예테보리 도서관 누리집에는 어린이들에게 책 읽기를 독려하는 동영상이 있다. 젖니가 하나 빠진 꼬마가 등장해 책에서 배우는 많은 단어가 자신을 논쟁할 수 있게 도와준다고 이야기하면서 ‘주장하다, 논쟁하다’라는 뜻의 스웨덴어인 ‘아르구멘테라’(argumentera)라는 단어를 알려준다. “아르구멘테라는 정말 멋진 단어야. 어른을 설득해서 네가 원하는 걸 할 수 있다는 말이거든.” 아이도 어른과 동등하게 논쟁할 수 있고 논리로 어른을 굴복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다문화국가답게 여러 나라의 언어로 서비스되는 이 동영상은 어린이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간명하게 알려준다. 스웨덴 현지에서 만난 세계적인 권위의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Astrid Lindgren Memorial Award·ALMA·알마) 운영 책임자와 아동문학 연구자, 도서관 사서와 그림책 창작자 등이 말하는 어린이문학의 가치는 단 하나의 정답을 가지고 있었다. 민주주의 교육과 실천이다.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1805~1875)과 아스트리드 린드그렌(1907~2002). 아동문학의 형성과 발전에 가장 중요한 두 인물은 전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성취를 이룬 어린이책 작가에게 주는 양대 상의 주인들이기도 하다. 한국의 백희나 작가가 2020년 알마를 수상한 데 이어 올해에는 이수지 작가가 안데르센상을 받았다. 각각 덴마크와 스웨덴 출신인 두 역사적 인물로 인해 북유럽은 어린이문학의 최전선이 되어왔고 지금도 그렇다. 지난 10월25일(현지시각) 스톡홀름 사무실에서 만난 스웨덴예술위원회의 알마 운영 책임자 오사 베리만은 ‘삐삐 롱스타킹’을 탄생시킨 린드그렌이 “언제나 아이들의 편”이었음을 환기하면서, 알마의 철학으로 인본주의와 민주주의적 가치를 꼽았다. 그는 “어린이에게는 좋은 책을 읽을 권리가 있고 이것은 민주주의를 구축하는 데 필수적이다. 아이들은 책을 읽으면서 공감을 배우고 시민의식을 익히며 상상력을 키워간다. 뛰어난 창작자뿐 아니라 아동들의 독서 기회를 늘리기 위해 애쓰는 남아프리카나 베네수엘라의 비영리 단체에도 알마가 수여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알마는 스웨덴 정부 예산, 즉 스웨덴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우리돈 6억원가량인 500만 스웨덴크로나를 상금으로 준다. 이는 노벨문학상 다음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문학상 상금으로 스웨덴 국민이 품고 있는 린드그렌에 대한 존경심과 아동문학에 대한 중요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알마가 강조하는 민주적 가치는 북유럽 아동문학의 내용과도 연결된다. 어린이책이지만 때로 냉정한 현실도 가감 없이 표현하면서 꿈과 희망, 행복뿐 아니라 세상에는 죽음과 고통, 슬픔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 예로 현재 스웨덴에서 가장 활발하게 창작하는 작가 중 하나인 사라 룬드베리가 그림을 그린 <여름의 잠수>는 정신병원에 입원한 아빠를 만나는 아이의 낯설고 혼란스러운 마음을 그린다. 노르웨이 작가 그로 달레는 그림책 <앵그리맨>과 <문어의 방>에서 각각 가정폭력과 친족성폭력을 전면에 다루고 있다. 이는 린드그렌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바꿔놓은 아동문학의 자장 안에서 지금도 북유럽 아동문학이 숨 쉬고 있기 때문이다. 알마 심사위원인 엘리나 드루케스 스톡홀름대 교수는 <한겨레>와 만나 “린드그렌은 현실과 환상을 작품에 함께 담으면서 세상의 밝은 면뿐 아니라 어두운 면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미오, 나의 미오>가 보여주는 외로움, <사자왕 형제의 모험>이 다루는 죽음 등 작품에 등장하는 부정적인 사건이나 감정도 아이들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작가적 신념이었다”면서 “당시 린드그렌을 중심으로 어린이문학에 일어난 변화들이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웨덴 어린이문학에서 자주 다뤄온 주제인 입양을 예로 들면, 전에는 입양의 긍정적 의미, 사회통합적 관점을 부각하는 데 집중해온 데 비해 최근에는 입양 당사자가 겪는 부정적인 감정도 작품에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른과 동등한 인격체로 아이가 세상을 바라보고 때로 고통도 직시하며 자신의 의견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어린이문학의 쓸모라는 것이다. 스톡홀름/글·사진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다음주 4회 ‘세계 너머 한국’이 나올 예정입니다. ※본 기사는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스티나 비르센이 삽화를 그린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폭력에 반대합니다>. 출판사 제공스웨덴 그림책 작가 스티나 비르센 인터뷰 ⓒ 한겨레신문사 김은형 선임기자 2022. 12. 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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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 https://v.daum.net/v/2022121207052926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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