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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독서수당’을 제안한다
작성자 : 임은정 작성일 : 22-01-21 | hit : 567

[한겨레Book] 백원근의 출판풍향계

지난 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황희)가 한국출판연구소(이사장 박몽구)의 연구용역 보고서를 바탕으로 발표한 ‘2021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는 매우 충격적이다. 지난 1년간 종이책, 전자책(웹소설 포함), 오디오북을 1권 이상 읽거나 들은 사람을 의미하는 ‘연간 종합 독서율’이 성인 47.5%, 초중고 학생 91.4%였다. 이것은 성인 10명 중 5명 이상은 1년간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았고, 초중고 학생 10명 중 1명은 교과서나 참고서 말고는 책을 전혀 읽지 않았다는 뜻이다.

독서율의 하락 양상은 심각하다. 성인 종합 독서율은 2013년의 72.2%에서 8년 사이에 무려 24.7%포인트나 하락했다. 같은 기간 동안 초중고 학생도 96.8%에서 5.4%포인트가 줄었다. 종이책을 읽지 않는 것이 독서율 하락의 주 요인이다. 특히 지난 2년 사이 성인의 종이책 독서율은 52.1%에서 40.7%로 두 자릿수나 줄었다. ‘책 읽기를 좋아한다’는 비율은 성인 10명 중 2명, 초중고 학생 10명 중 4명 정도에 그친다.

그럼 지난 8년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모든 생활 영역에서 스마트폰의 이용 정도와 이용 시간이 크게 증가하고 다양한 동영상 매체 이용이 급증하는 등 폭풍처럼 휘몰아친 디지털 매체 환경 변화 속에서 책 읽기가 뒤로 밀리고 있다. 독서환경도 문제다. 성인 직장인의 경우 ‘직장에 도서실이나 독서 권장 활동이 전혀 없다’는 비율이 91.0%로 대부분이다. 초중고 학생들의 응답은 가슴을 치게 한다. ‘학교 선생님께서 책 읽기를 권하신다’는 응답은 절반(56.0%) 수준이고, 학생 10명 중 1명은 ‘학교에서 독서지도가 전혀 없었다’고 답했다. 독서 생활화에 강력한 효과를 가진 ‘학교 아침독서’를 시행하는 비율도 중학교 11%, 고등학교 7%에 그친다. 이 나라의 교육부와 학교에서는 책 읽기를 빼고 무엇을 가르치고 있단 말인가.

독서율이 하락하는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대안은 어렵지 않다. 즐겁고 유익한 책 읽기 경험과 그 계기를 만들면 된다. 이를 위한 방안 중 하나로 ‘국민 독서수당’ 신설을 제안한다. 1년에 1만~2만원의 도서구입비를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여 적어도 한 권의 책을 스스로 골라 읽는 경험을 선물하자는 것이다.

지난 2019년부터 보건복지부는 만 6살 미만(올해부터는 만 8살 미만)의 모든 아동에게 부모의 소득이나 재산과 관계없이 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책 읽기는 아이를 키우는 일 못지않게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한 핵심 요소다. 독서수당을 통해 독서율 향상은 물론이고 국민의 생각하는 힘과 상상력이 커진다면 그 부가가치는 아동수당 이상의 효력을 발휘할 것이다. 그래서 ‘국민 독서수당’이 신설되면 김구 선생이 말한 “한없이 가지고 싶은 높은 문화의 힘”을 만드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책 생태계가 풍요로워지면 그 혜택은 다시 미래 세대 독자와 국민에게 환원될 것이다. 이 제안은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안찬수 상임이사가 이미 3년 전 ‘웹진 나비’(2019년 4월25일)에서 주장하는 등 독서 전문가들의 지지도 또한 높다. 책 읽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대선 후보들의 공약과 정부의 시행을 기대한다.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출처:  한겨레신문 

링크 : 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102825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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