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뉴노멀(New Normal·새 기준 또는 표준)’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코로나19 시대 뉴노멀의 키워드는 디지털과 언택트(비대면)다. 원격수업과 재택근무는 일상이고 랜선 여행, 웨비나(Web과 Seminar의 합성어) 등 신조어가 속속 등장한다. 지금 인류의 삶과 역사는 디지털과 언택트 기반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부작용도 뒤따른다. 교육 분야에서는 학습격차가 최대 난제다. 물론 학습격차는 과거부터 존재했다. 다만 코로나19 이후 원격수업과 등교수업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디지털 부유층과 빈곤층, 사회·경제적 부유층과 취약계층의 학습 간극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코로나發 학습격차가 교육불평등과 교육양극화의 심화를 가속화시킨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가 언제 종식될지 모른다. 아니 어쩌면 제2의, 제3의 코로나 바이러스와 계속 마주할 수 있는 상황에서 언택트 기반의 원격수업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그렇다면 ‘위드(with) 코로나 시대’가 불러온 학습격차를 해소할 방안은 무엇일까. 뉴스포스트가 5회에 걸쳐 학습격차의 원인과 문제점, 실태를 진단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
[뉴스포스트=정성민 기자] 코로나19 이후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과 원격수업 시행이 장기화되면서 학습격차 심화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그렇다면 교육수요자들은 코로나發학습격차의 원인과 해소방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뉴스포스트>가 각종 설문조사를 기반으로 교사 집단, 학부모 집단, 학생 집단이 말하는 학습격차를 살펴봤다.

교사 집단 “학부모 지원이나 사교육 여부보다 학생의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차이가 좌우”
일반적으로 코로나發 학습격차 심화의 원인을 디지털 격차에서 찾는다. 디지털 기기, 디지털 역량, 디지털 환경 등의 차이가 학업 성취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교사들은 ‘학생의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차이’를 코로나發 학습격차 심화의 1순위 원인으로 강조한다.
교육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은 2020년 7월 29일부터 8월 1일까지 교사 5만 1021명을 대상으로 ‘2020년 1학기 원격수업 운영결과’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 결과 교사들은 원격수업 이후 학습격차 원인으로 ‘학생의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차이(64.92%)’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학부모의 학습보조 여부’ 13.86%, ‘학생-교사 간 피드백(소통) 한계’ 11.26%, ‘학생의 사교육 수강 여부’ 4.86%, ‘학습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력 차이’ 2.95%, ‘질 높은 원격교육 콘텐츠 부족’ 1.43% 순이었다.
이어 교육부가 전국 초·중·고 학생, 학부모, 교사 75만 2460명을 대상으로 2020년 10월 27일부터 11월 2일까지 실시한 ‘2020년 2학기 원격수업 관련 설문조사’에서 교사들은 학습격차 해소를 위해 ‘학생의 자기주도적인 학습능력 지원(24.2%)’이 가장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1학기 조사와 2학기 조사를 종합하면 교사들은 ‘학생의 자기주도적인 학습능력’을 코로나發 학습격차의 최대 원인으로 지적, ‘학생의 자기주도적인 학습능력 지원(24.2%)’이 최우선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중요성이 강조됐다. 다만 코로나19 이후 원격수업 시행으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수업 공간이 교실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했을 뿐, 학생 스스로의 학습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학업 성취도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이 교사들의 설문조사 답변에서도 명확히 입증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사들은 학생들의 학습격차 심화 이유를 학부모의 지원이나 사교육 여부보다 학생의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차이라고 압도적으로 응답했다”면서 “원격수업 상황에서 부모나 사교육기관의 제3자 지원보다 학생 스스로의 학습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부모 집단 “원격수업으로 경제수준과 가정환경이 교육환경으로 연결”
“초등 저학년 가정의 학부모들은 수업을 도와주지 않으면 자녀들이 수업을 들을 수 없고 선생님, 친구들과의 관계 형성도 이뤄지지 않는 상태에서 수업함에 따라 집중하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다자녀 가정은 학습기기를 충분히 확보하거나 공간이 분리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 어린 동생들이 있으면 수업을 방해하지 않도록 분리해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아이들과의 외출도 쉽지 않아 수업 집중도가 떨어진다. 원격수업으로 경제수준과 가정환경이 곧 교육환경이 되는 상황을 경험하면서, 학습격차 해소를 위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박은진 전국혁신학교학부모네트워크 대표)
학부모들은 코로나19發 학습격차 심화를 절실히 느끼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이탄희 의원이 2020년 12월 4일부터 6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코로나19 확산과 원격수업에 따른 학생 간 교육격차(학습격차)’에 대해 ▲커졌다(64.4%) ▲커지지 않았다(22.6%)로 ‘커졌다’ 응답이 2.8배 높았다. 특히 ‘초중고 학생이 있다’고 답한 ‘유자녀 가구층’에서 ‘커졌다 72.3% vs 커지지 않았다 18.4%’로 ‘커졌다’ 응답이 3.9배 높았다.
학습격차 심화의 원인에 대해서는 학부모들과 교사들의 생각이 달랐다. 학부모들은 ‘학생·교사 간 소통의 한계(37.8%)’를 1순위 원인으로 지적했다. ‘부모 돌봄 부족 등 가정환경 차이(27.7%)’가 2위를 기록했다. 3위는 ‘학생의 자기학습주도 능력 차이(24.4%)’, 4위는 ‘온라인 학습기기 보유 여부(5.6%)’였다.
학부모 김현정 씨는 “아이들이 집에서 원격수업에 참여하지만, 학교에서 수업을 받는 것과 달리 선생님과의 소통이 충분하지 않다. 그러다 보니 수업에 많은 어려움을 느낀다”며 “부모가 도와줘도 한계가 있다. 아이들은 선생님들의 학업 지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학습격차 해소방안으로 콘텐츠 개발과 기초학력 부족 학생 지원을 꼽았다. 국민권익위원회가 1월 29일부터 2월 14일까지 국민 1450명(학부모 905명 참여)을 대상으로 ‘코로나19 학습격차 해소방안’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학부모 응답자의 37.5%는 ‘양질의 온라인 교육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 개발’을 1순위로 응답했다. ‘성취도 진단평가를 통해 기초학력 부족 학생 지원’(25.9%)이 2위였고, ‘온라인 학습 도움 지원을 위한 도우미 운영(13.3%)’이 3위였다.
학부모들은 등교수업 확대에 대해서도 찬성비율이 높다. 교사와 학생의 소통(피드백)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등교수업 확대가 가장 적절하다는 판단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병욱 의원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서울 등교확대 관련 설문조사(조사 대상: 초등 학부모 10만 5268명, 예비 중1 학부모 3만 4288명, 중학생 학부모 2만 1657명 / 조사 기간: 2월 18일~19일)’에 따르면 ‘등교 원칙을 완화해 거리두기 2.5단계까지 모든 단계에서 밀집도를 2/3으로 확대하는 것에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초등학생 학부모 74.2%, 예비 중1 학부모 76.3%, 중학생 학부모 70.7%가 찬성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까지는 학교 밀집도 3분의 1 준수가 원칙이다. 이에 유치원과 초등 1·2학년, 특수학교와 초등 특수학급, 고등 3학년은 매일 등교한다. 초등 3·4·5·6학년과 고등 1·2학년은 1주일에 1~2일 정도 등교한다. 중학교는 1·2·3학년이 돌아가며 등교한다. 교육부 집계 결과 지난 17일 기준 전체 유·초·중·고 및 특수학급 학생 594만 4000여 명의 74.3%( 441만 8000여 명)가 등교했다. 현재보다 등교 원칙을 더욱 완화하자는 것이 학부모들의 생각이다.
등교 원칙 완화 이유를 살펴보면 초등학생 학부모는 학교생활 적응(41%), 기초학력 향상(34.7%), 교우관계 형성(15.2%), 가정돌봄의 어려움(8.4%) 순으로 응답했다. 예비 중1 학부모도 학교생활 적응(57.3%), 기초학력 향상(27.6%), 교우관계 형성(11.2%), 가정돌봄의 어려움(3.2%) 순으로 응답했다. 반면 중학생 학부모는 기초학력 향상(40.4%)이 가장 높았다. 이어 학교생활 적응(40.1%), 교우관계 형성(13.9%), 가정 돌봄의 어려움(4.2%) 순이었다.
김병욱 의원은 “비대면 수업이 계속되면서 지역·학교·가정형편 차이에 따른 학력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며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과 교육격차(학습격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모든 학생이 안전하게 등교하고 학습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 집단 “원격수업 불편 여전···코로나19로 불안”
사실 코로나19 직격탄의 주인공은 교사 집단도, 학부모 집단도 아니다. 바로 학생 집단이다. 학생들은 원격수업 시행이 1년을 넘어섰지만 여전히 불편을 겪고 있다. 원격수업에 따른 불편은 학습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는 학습격차로 이어진다.
경기도교육청과 경기도교육연구원은 2020년 7월 경기도 소재 초·중·고 학생 2만 106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데 이어 지난 1월 4일부터 1월 8일까지 경기도 소재 초·중·고 학생 9만 8918명을 대상으로 2차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2차 설문조사 결과 2020년 7월 조사 대비 ‘원격수업 내용이 이해가 안 되고 불편하다’는 응답 비율이 초등학생 14.2%에서 13.2%로 감소했다. 이는 원격수업 시행 초기와 달리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 점차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학생과 고등학생은 상황이 다르다. 중학생의 경우 ‘원격수업 내용이 이해가 안 되거나 불편하다는 응답’이 27% 수준에 달했다. 고등학생도 비슷하다. 백병부 경기도교육연구원 교육연구부장은 “중학생과 마찬가지로 고등학생 3명 중의 1명 정도가 원격수업을 통해 충분히 학습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 증가한 상태에서도 지속되고 있다는 것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학생들은 디지털 기기의 노후화로 여전히 원격수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0년 7월 조사 대비 “원격수업을 받는 데 기기가 낡아서 어려움을 겪는다는 응답” 비율이 초등학생 13.3% → 15.8%, 중학생 14.3% → 19.0%, 고등학생 14.8% → 16.7%로 모두 상승했다. 중학생 박 군은 “친구들을 보면 원격수업을 잘하고, 못하고의 차이가 분명하다. 원격수업 내용이해가 떨어지고 디지털 기기가 낡은 친구들의 성적은 당연히 떨어졌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코로나19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학습격차에 대한 우려로 풀이된다. 진학사가 2월 17일부터 21일까지 고등 1·2·3학년 학생 235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 코로나19로 인해 불안감을 느끼냐’는 질문에 ‘불안감을 느낀다’고 답한 비율이 62.13%(146명)로 가장 높았다. 뒤이어 ‘불안감을 느끼지 않는다’ 26.38%(62명), ‘모르겠다’ 11.49%(27명)로 나타났다.
또한 ‘코로나19로 학업 계획에 차질이 있냐’는 질문에 ‘매우 차질이 있다’와 ‘차질이 있다’를 합한 답변이 74.47%(175명)였다. ‘전혀 차질이 없다’와 ‘차질이 없다’를 합한 답변은 25.53%(60명)였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원격수업으로 교육격차(학습격차)가 생기는 것’에 대해 묻자 응답자의 65.96%(155명)가 ‘격차가 커졌다’고 답변했다. ‘격차가 커지지 않았다’는 15.32%(36명)에 불과했다.
학습격차 심화 이유로는 학생들도 ‘학생의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차이(62.58%, 97명)’를 가장 많이 꼽았다. 2위 ‘학생 및 교사 소통의 한계’ 24.52%(38명), 3위 ‘부모와의 소통 부족 및 가정환경 차이’ 9.03%(14명), 4위 ‘온라인 학습기기 보유 여부 차이’ 3.87%(6명) 순이었다.
코로나發 학습격차 심화의 최대 원인을 두고 교사들과 학생들의 생각이 일치했다. 물론 설문조사가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실시됐기 때문에 초·중등 학생들과 생각의 차이도 예상된다. 하지만 교사들과 고등학생들이 ‘학생의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차이’를 코로나發 학습격차의 1순위 원인으로 지목했다는 점에서, ‘학생의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지원’이 시급한 것은 분명하다.
© 뉴스포스트 정성민 기자 2021.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