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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산만했던 인간의 뇌, 책 안읽으면 원시인처럼 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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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임은정 | 작성일 : 19-02-25 | hit : 1228 | ||
독서의 힘 “우리가 읽는 책이 주먹질로 두개골을 깨우지 않는다면 무엇 때문에 책을 읽는단 말이야? 책이란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해.” ‘읽기의 힘’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비유는 카프카의 편지글에 들어 있다. 어떤 책은 읽는 것으로도 사람을 바꾸는 힘이 있다고 카프카는 생각했다. 인간은 책을 읽고 책은 인간을 고쳐 쓴다. 읽는다는 것은 지식과 정보를 얻는 행위이면서 우리 자신을 특정한 형태로 길들인다. 읽기를 통해 우리는 인간으로 필요한 자질을 획득하고 이를 통해 우리 문명에 참여한다. “인류는 책을 읽도록 태어나지 않았다. 독서는 뇌가 새로운 것을 배워 스스로를 재편성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인류의 기적적 발명이다.” 미국 신경심리학자 매리언 울프의 『책 읽는 뇌』에 나오는 말이다.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 위에 나타난 것은 약 20만 년 전, 문자가 발명된 것은 고작 8000년 전이다. 인류사 대부분은 문자 없이 살아왔다. 우리 유전자엔 독서 능력이 새겨져 있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자원을 투자해 갓난아기를 ‘책 읽는 아이’로 훈육했다. ‘읽는 능력’이 우리 문명에서 가장 중요한 자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는 독서의 전면 후퇴가 일어나고 있다. 독서율이 떨어지면서 서점은 무너지고 도서관은 비어간다. 한 문명의 퇴락이고 역사의 퇴보이며 인간의 퇴화이다. 읽기를 중심으로 조직된 세상, 즉 ‘구텐베르크 은하계’가 수축하는 중이다. 유튜브로 대표되는 영상, 리니지로 표상되는 가상, 페이스북으로 상징되는 잡담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그런데 읽기를 잃어도 인간은 괜찮을까. 혹여 인간 실존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화면으로는 얻을 수 없고 독서로만 얻을 수 있는 무엇이 있지 않을까. 한국 40대 이상 책 안 읽어 한국에서는 나이 든 사람일수록 ‘독서 불안증’에 걸리기 쉽다. 화면에 중독되어 글이 세 줄만 넘어가도 머리가 어질어질, 손이 움찔움찔하는 현상 말이다. 지난해 9월 이순영 고려대 교수가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독자(讀者)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인 전국 10세 이상 남녀 1200명 중 책을 전혀 읽지 않는 독자가 23.0%, 책을 실제로 읽는다고 할 수 없는 한 해 한 번 읽는 독자가 15.4%로, 합치면 38.4%였다. 특히 중년 이후 책을 읽지 않는 이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40대의 43.9%, 50대의 53.0%, 60대 이상의 74.4%가 책을 전혀 읽지 않거나 일 년에 한 번 읽었다. 아이들 보기 민망하게 40대 이상 한국인 두 명 중 한 명은 ‘책을 읽지 않는 사람’에 속한다. 초연결사회에서 책을 읽지 않아도 유튜브 등에서 얼마든 정보를 습득할 수 있고, 게임 등으로 시간을 보내도 좋으니 상관없다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책을 읽는 인간과 화면을 보는 인간 사이에는 중대한 차이가 있다. 화면 읽기는 일반적으로 인간의 인지 능력을 떨어뜨린다. 1989년에 실시된 한 연구에 따르면 하이퍼텍스트로 이루어진 문서들은 인간을 산만하게 만든다. 글에 몰입해 의미에 집중하게 하는 대신 제트자(Z)로 훑어 읽으면서 딸린 링크들을 클릭해서 새로운 문서를 내려받게 한다. 당연하지 않은가. 이용자가 한 문서만 줄곧 읽으면 돈은 누가 낸단 말인가. 문서 사이를 한없이 이동하면서 새로운 광고에 노출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요즈음 유행 중인 SNS의 경우에는 유동성이 더욱 심하다. 이러한 정보처리 과정을 즐기다 보면 뇌의 신경망이 변하면서 독서를 통해 이룩한 문해력이 파괴된다. 관련한 흥미로운 연구가 지난해 발표되었다. 책 읽지 않으면 뇌 퇴화해 울프는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디지털 시대에 책 읽는 뇌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기술한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놀랍게도 울프는 젊은 시절 자신이 열렬히 사랑했던 헤르만 헤세의 소설 『유리알 유희』를 더는 읽을 수 없었다. 어려운 단어, 꼬인 문장, 느려터진 전개를 견디지 못했다. 책을 읽는 동안 울프는 책장을 빠른 속도로 앞뒤로 뒤적이면서 같은 문장을 몇 번이고 다시 읽어댔다. 울프의 뇌는 문장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이야기의 심층을 살피는 데 필요한 ‘인지적 참을성’을 잃어가는 중이었다. 어려운 책을 읽으면서도 마음을 모아 문장에 집중하는 대신 표층에 머물러서 핵심만 추리려 들었다. 아이러니하지만, 최고의 독서 과학자인 울프조차 책을 읽을수록 책이 점차 어색해지는 ‘독서 소외’에 빠져든 것이다. 디지털 정보 소비에 중독된 탓이다. 상시적 주의력 결핍 상태에 놓이는 것은 현대인의 무섭고 중대한 질병에 해당한다. 이는 독서가 힘을 잃자 우리의 자연적 본성이 드러난 것이기도 하다. 인간 사유·행동 독서에 최적화 독서는 우리의 감각 자체를 발달시킨다. 2006년 스페인 연구자들은 “커피 향이 좋다” 같은 문장을 읽을 때 뇌의 후각 피질 영역이, 프랑스 연구자는 “파블로가 공을 찬다” 같은 문장을 읽을 때 운동 피질 영역이 활성화되는 것을 발견했다. 뇌는 직접 경험과 간접 경험을 구별하지 않는다. 독서를 통해 인간이 다른 이의 경험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 자신이 직접 탐구하지 않은 지식을 이해할 수 있는 이유다. 독서는 같은 이유로 인간의 사회성을 증진한다. 인간은 이야기를 통해 낯선 환경에서 행동하는 방식을 배우고 불확실한 상황에서 타인의 마음을 알아내는 훈련을 한다. 독서는 친구를 찾아내고 적을 판별할 수 있는 힘을 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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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 https://news.joins.com/article/2339455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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