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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아닙니다, 카페X - 퇴근하고 달려오는 네 남자의 아지트
작성자 : 운영자
작성일 : 17-04-11 | hit : 1799
종종 카페로 오해받는 내부 공간. 블라인드를 친 입구에는 영화 감상을 위한 빔 프로젝트와 사진촬영을 위한 배경지도 각각 설치했다. 벽 공간을 활용해 만든 선반에는 그들이 모아온 만화책, 잡지, 인테리어 서적과 피규어들을 전시했다.
“아지트가 생기고 술 마실 시간이 없어졌어요.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요.”
“여기 언제 오픈해요?”
서울시 서대문구의 한 마을. 주택이 모여있는 작은 골목에 남자 넷이 모여 인테리어 작업을 하자 주민들이 수시로 찾아와 물었다. 유리로 된 입구와 흰 벽을 보고 모두가 카페가 들어설 거라 오해한 것이다. 질문이 여러 번 계속된 어느날, 카페가 아니라는 의미로 ‘카페X’라 붙여 놓자 ‘엑스’라는 이름의 카페라 받아들인 사람들은 이곳의 완성을 기다렸다고. 그렇게 이름을 얻은 카페X는 고교 동창 김기현, 양환용, 이태연, 지태양 씨가 취미생활과 작업을 하며 쉬었다 가기도 하는 아지트다.
다 큰 남자들이 아지트를 만들어 함께 취미를 공유한다고 하면 생소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미 해외에서는 ‘맨케이브(Man Cave, 남성의 동굴)ʼ이라는 이름으로 주택의 지하나 작업장 같은 곳에 남성이 작업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하는 경우가 많다.
“학생 땐 술 없이도 재미있게 지냈는데 성인이 되니까 꼭 술집에서만 모이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주말에 함께 운동하는 모임을 만들게 되었죠. 어느 순간 같이 캠핑을 다니게 되었고, 장비를 보관할 장소가 필요했어요.”
단지 거대한 캠핑 장비를 보관하기 위해 계약한 창고. 이왕 널찍한 자신들의 공간이 생겼으니 “사진 작업을 했으면 좋겠다”, “함께 게임을 했으면 좋겠다” 같은 요구들이 하나씩 생겼다. 급기야 원하는 모든 것을 하기 위해 설계가 필요한 수준으로 스케일이 커졌다. 친구들의 요구에 셀프인테리어를 해 본 경험이 있는 태연 씨가 총대를 멨다. 친구들의 작업과 취미생활은 물론, 피규어와 책까지 완벽하게 전시하기 위해 ㎜단위로 계획해야 했다고.
아지트를 이끄는 네 명의 친구들. 왼쪽부터 김기현, 양환용, 이태연, 지태양 씨
작업 공간의 한편에는 사진기와 렌즈, 피규어, 공구, 스포츠용품, 캠핑 장비 등 여러가지 취미생활에 필요한 도구들을 정리할 수 있는 수납 공간이 자리한다.
“어릴 적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동네, 더 살맛나게 바꾸고 싶어요.”
회사에 다니는 이들이 퇴근하고 주말마다 손수 공사를 해 리모델링 기간만 6개월이 걸렸다. 특유의 넉살로 전기 공사를 하는 옆집 사장님과 친해져 어깨너머로 배워 직접 작업했고, 사장님의 지하창고도 함께 공유하는 사이가 되었다.
치밀한 계획과 설계 덕에 친구들의 취미는 다채로워졌다. 주방에는 오븐을 넣어 환용 씨가 베이킹에 도전하기도 하고, 사진을 업으로 삼던 기현 씨에게는 개인 스튜디오가 생겼다. 플레이스테이션을 좋아하는 태양 씨에게 커다란 오락실이 되어주는 빔 프로젝터는 스포츠 경기를 관람할 때도 요긴해 다른 고급 시설이 부럽지 않다.
설계를 위해 스케치업까지 마스터한 태연 씨는 공간 디자인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있고, 기현 씨는 셀프 인테리어 경험을 바탕으로 부모님의 집짓기에 도전하기도 했다.
동네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30대 후반인 지금까지 주변에 살며 동네에 애정이 많다는 네 사람. 이들의 아지트가 생긴 이후, 카페와 밥집뿐이던 이 동네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작년에는 사진가가 운영하는 스튜디오 겸 레스토랑이, 얼마 전에는 디자이너가 운영하는 작업실 겸 카페가 근처에 들어오며 동네의 풍경이 다양해졌다.
“아직도 카페인 줄 알고 덜컥 들어오는 분들이 계세요. 그분들을 위해 공간 대여도 고민하고 있어요. 여기에선 뭐든 하고 싶다는 생각이 샘솟죠.”
과거에 시장이었던 골목이 주택으로 메워졌지만, 아직도 빈 건물이 있어 너무 아깝다는 그들. 아지트를 중심으로 동네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다채로운 요리가 탄생하는 직접 만든 주방에서 수제맥주를 만드는 모습 / 입구에 마련한 배경지를 내리면 스튜디오로 변신한다. 스타워즈를 좋아하는 멤버들은 자신들의 소품을 활용해 사진 작업을 하기도 한다고.
과거에는 상가에 마련된 쪽방이었던 곳은 작업을 하거나 함께 게임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완성됐다. 액자에 걸린 ‘WHY NOT’이라는 문구는 그들의 슬로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