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이 학교나 학생의 독서실태에 대한 기초조사 없이 독서교육 정책을 수립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학년이 높아질수록 종이책을 읽지 않는 학생이 늘어나면서 보다 효과적인 독서교육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5일 도교육청과 경기도교육연구원에 따르면 도교육연구원은 지난 6월부터 최근까지 도내 학교 112개교(초교 43개·중학교 33개·고교 36개)를 대상으로 ‘학교 독서교육실태 설문조사’를 벌였다. 설문조사에는 초등학생 4~6학년 1천 명과 중학생 741명, 고등학생 1천259명을 비롯해 교직원 112명 등 총 3천112명이 참여했다.
조사결과, 우선 학생들의 학년이 높아질수록 종이책을 읽는 빈도가 현격히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종이책 읽기빈도를 묻는 5척도 질문 중 ‘거의 매일 읽거나 며칠에 한 번 책을 읽는다’라고 답한 초등학생이 전체의 71%를 차지한 반면에 중학생은 56%, 고등학생 32%로 집계됐다. 이 같은 수치는 결국 고교생이 초등학생에 비해 독서 빈도가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학생들은 독후감 대회 등 기존부터 이어져 오던 독서 관련 대회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자기 수준과 관심에 맞는 책을 소개받고 싶으나 이 마저도 학교 차원에서 독서를 위한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없어 교과서 등 학업관련 서적 외엔 절대적인 독서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다.
이와 함께 초등학생 6학년을 기점으로 종이책 대신 웹툰, 웹 소설과 같은 전자매체를 이용한 읽기 빈도가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매체 읽기를 가장 많이 선호하는 학년은 중학생으로, 전체 51%를 차지했으며 고등학생(46%)이 그 뒤를 이었다.
이 같은 현상은 도교육청이 보다 세밀한 기초조사를 마련하지 않은 채 정책을 시행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도교육청의 독서정책은 중장기적인 계획이 아닌 1년 단위로 정책이 추진되고, 일선 학교마다 개별적인 독서교육을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보니 ‘다독왕 퀴즈’, ‘다독왕 선발’, ‘독후감 대회’와 같이 구 시대적인 독서교육에 머물면서 학생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도내 한 초교에서 근무하는 여교사 J씨는 “도교육청의 독서정책은 아이들이 학교 현장에서 독서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방법론 측면에서도 부족한 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도교육연구원 관계자도 “공부와 학원, 숙제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학생들에게 도교육청 차원에서 책과 친해질 수 있는 정책이 더 연구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이 책과 친해질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조성하고 교내 도서관의 역할 및 정책 등의 질을 높이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경기일보 김규태·정민훈기자 2016.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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